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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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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36) 자기소개서(하)

  • 기사입력 : 2006-04-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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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강보의 논술탐험(36) 자기소개서 쓰기(하)

    글샘: 요즘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가난했던 어린시절 이야기’가 눈길을 끌고 있어. ‘고1 때 등록금을 못낸 적이 있다’느니.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는 등 후보마다 서민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지.

    글짱: 후보들 대부분이 지금은 성공 대열에 있는 분들이잖아요?

    글샘: 그렇기 때문에 서민층 유권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표심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닐까? 그보다는 정책공약으로 경쟁하는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운동이 바람직할 텐데 말이야. 여기서 그 문제는 논외로 하자. 후보들의 자기소개 글은 몇 번씩이나 다듬는 과정을 거친 뒤에 공개한 글이라고 보면 돼.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한 번 읽어 보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단다.

    글짱: 선거 얘기는 머리 아프지만. 성장과정 같은 대목을 후보들마다 어떻게 썼는지 궁금하네요.

    글샘: 자. 그러면 ‘자기소개서 쓰기’ 탐험에 들어가 보자. 예문을 보며 어느 부분이 허술한지 살펴보자꾸나.

    (예문 1) 고교시절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경험을 쌓았고. 방학 때는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글샘: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을까? 어느 곳을 여행했을까? 그런 게 빠져 있어. 또 그 경험이 실제 자신에게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 구체적으로 써야겠지. 법학과를 지망하는 수험생의 시각에서 한 번 다듬어 볼게.

    <다듬은 글> 고교 2학년 여름방학 때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2개월은 제게 값진 사회공부였습니다. 불합리하게 책정된 시간당 임금 등 청소년들에게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제도의 문제점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지 않은 노동법의 모순은 제 진로를 법학과로 돌리게 한 계기가 됐습니다.

    글샘: 다른 수험생과 별 차이가 없는 아르바이트라 할지라도 어떠한 전환점이 생겼다면 관점을 달리해서 쓸 수 있어. 이런 계기가 지망학과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생생한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지. 다듬은 글의 뒷부분에 법학과에 입학한 뒤 학업계획을 이어서 적는 방식도 자기소개서의 유형으로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단다.

    글짱: 저는 아직까지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없어 걱정인데요?

    글샘: 아르바이트에 연연할 필요는 없어. 여행 또는 캠프활동 등에서 느낀 점도 자신의 목표나 진로설정에 전환점이 될 수 있거든. 그렇다고 없는 얘기를 만들려는 발상은 아예 하지 말거라.

    (예문 2) ‘가화만사성’이 가훈인 가정 분위기 속에 화목을 생활신조로 부모님께 효도하고. 친구들과는 돈독한 우정을 쌓아간 것 같습니다.

    글샘: 자기소개서를 다룬 책에서 ‘가훈이나 생활신조를 넣는 게 좋다’고 하니까. 이런 식으로 쓰는 학생들이 꼭 있어. 가장 존경하는 인물. 가장 좋아하는 글귀. 감명 깊게 읽은 책도 마찬가지야. 상투적인 내용에 공감할 심사위원이 몇이나 되겠니? 이보다는 가슴 아팠던 일이나 감동한 일 같은 체험을 쓰는 게 바람직하단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이나 부모님의 사업실패. 전학. 따돌림. 고입시험 불합격. 학교성적으로 인한 좌절감. 봉사활동하며 느낀 일 등 개인에 따라 쓸 소재가 한두 가지는 있을 거야. 좌절을 겪은 얘기라면 그 극복과정을 넣는 게 필수야. 그리고 예문처럼 ‘~같습니다’투는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으로 평가될 수 있으니까 아예 쓰지 말거라. 이번엔 봉사활동을 사례로 한 글로 다듬어 볼게.

    (다듬은 글) 고교 2학년 때 00남도 00시 장애인복지시설 봉사활동에서 만난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말씀은 제 진로 선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이러한 곳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손이 닿지 않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효자손 같은 사람"이라고 말씀했습니다. 그때 이후 소외된 이웃을 위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글샘: 위 다듬은 글은 글샘이 ‘그런 경우를 가정하고’ 썼단다. 학과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경험이나 인물을 사례로 인용할 때는 이런 흐름으로 쓰는 방식도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겠구나.

    글짱: 혹시 글샘은 기자시험을 치를 때 자기소개서에 어떤 내용을 썼나요?

    글샘: 글쎄다. 하도 오래전 일이라. 한 가지 기억나는 건.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라는 동아리에 관한 내용이야. 이색 동아리라서 면접 때 질문받을 거라고 예상했지. 당연히 묻더구나. 대학졸업 때까지 활동했기 때문에 답변이야 청산유수였지. 그래서 자기소개서는 면접관의 질문을 예상하고 쓰라는 말도 있단다.

    글짱: 아. 그리고 대학마다 몇 가지 질문을 제시해 놓은 ‘공통양식 자기소개서’ 준비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글샘: 자율양식보다는 부담이 덜하지. 질문에 맞춰 자신의 삶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서술하면 되니까. 그러나 ‘고교시절 자신이 가장 관심을 가진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앞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하십시오.’라는 질문은 논술을 쓸 때와 같은 사고와 논리가 필요하단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도움될 이야기를 다뤄 봤어. 하지만 자신을 알리는 글이므로 아무리 멋진 예문이 있다 하더라도 남의 얘기를 자신의 삶과 철학으로 포장할 수는 없지. 이러저러한 유형을 참고해 ‘나의 이야기’를 쓰는 데 도움자료로만 활용하면 좋겠어. 미흡하지만 자기소개서 탐험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련다.(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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