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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3)서울대 예시안으로 본 논술경향

  • 기사입력 : 2006-05-22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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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논술예시안을 통해서 본 2008학년도 입시제도의 변화
     
     교육부가 발표한 2008학년도 입시안은 창의적인 인재양성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절박한 요구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2002학년도부터 시행되어온 현행 입시제도는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으나 공교육을 무력화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거센 비난을 받아 왔다. 따라서 2008학년도 입시안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유지하면서도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변화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학생부 교과 성적 중 성취도(평어)와 과목별 석차(석차/재적수)를 원점수와 석차등급제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과목별 원점수와 함께 평균, 표준편차를 병기한다면 대학에서도 '성적 부풀리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과목별 9등급제를 통해 과열 석차 경쟁을 완화하고, 등급별 강제배정을 통하여 동석차 문제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학생부의 신뢰도가 높아지면 대학도 전형에서 반영비율을 높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기대와는 달리 고교간 학력 격차가 존재하고 성적 부풀리기 관행이 사라질지에 대해서 대학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전국 주요 대학들은 2008학년도 입시에서 학생부 반영비율을 기존의 30~40%에서 5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까지도 정부의 내신 확대 방침에 회의적이었던 대학들이 4~5개월 만에 정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명목상 반영비율을 50% 이상으로 하더라도 실질 반영률을 높이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가령 전형방법에서 학생부와 수능이 각각 50%이고 총점이 1천점이라고 하더라도 학생부의 최저점이 350이라고 한다면 학생부가 전형 총점에 미치는 영향은 50이고 실질 반영률은 5%에 불과할 뿐이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변화는 수능성적을 9등급으로만 제공하여 수능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겠다는 것이다. 현행 수능과 같이 세밀한 점수를 제공하면 지나친 점수 경쟁을 유발하여 사교육 의존도가 심화되는 문제점을 낳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대에 지원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수능은 최저 지원 자격으로 활용될 뿐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전망이다.


     따라서 교육부의 논술 반영비율 축소라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앞으로도 논술을 학생선발의 주요한 자료로 활용할 전망이다. 
     서울대의 경우, 2008학년도 입학전형 방식은 지역균형선발전형, 특기자 전형, 정시모집 등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 정시모집에서는 논술고사가 가장 변별력이 큰 전형 요소가 될 것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11월 2008학년도 논술예시문항을 발표했다. 서울대가 우리나라 입시변화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지난해 발표한 논술예시문항은 2008학년도 이후의 논술경향을 전망해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우선 서울대가 2008학년도 논술 예시문항을 발표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수능과 내신이 변별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는 부담과 고교 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반영되어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논술제도에서는 객관적인 학력 측정을 위해 '본고사는 아니지만 본고사 수준의 논술'을 도입하였고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교과서 지문을 활용함과 동시에 자기 주도형 학습을 강조하였다.


     인문계 예시문항의 특징은 우선 통합교과형 논술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통합교과형의 개념은 교과와 교과의 단순한 통합이 아닌 사고력의 통합을 의미한다. 또한 교과서에 나온 제시문과 주제가 많이 활용되었다. 하지만 교과서는 소재로만 활용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종합적 사고력'은 교과 공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식의 맥락을 파악하고 그 현실적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한 문항에 세트로 구성된 각 논제들이 답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결과 중심형이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는 과정 중심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답안의 분량도 기존의 정시논술에서 실시되었던 2천500자 내외의 장문 쓰기 방식이 아니라 300~1천600자 분량의 글을 여러 개 쓰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문제해결 과정의 평가'라는 취지를 구현하기 위한 형식적인 변화인 동시에, 최대한 채점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타난 변화라고도 볼 수 있다.


     소재와 주제에 있어서는 교과와 연결되면서도 실생활과 관련된 시의성 있는 소재가 활용되었다. 따라서 평소 신문이나 뉴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연결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즉 현실의 문제를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분노하는 자세야말로 논술을 잘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자연계 예시문항 역시 인문계와 마찬가지로 통합교과형 문제이다. 따라서 일상적인 소재에서 과학적인 이론이나 원리를 도출하도록 하거나 여러 분야의 지식을 관련시키는 종합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다음으로 기본적인 사고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평소에 공식을 스스로 증명하고 증명과정을 설명하거나 가설 도출 과정을 주관식으로 서술하는 훈련을 게을리하면 안될 것이다. 또한 답안의 분량이 무제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작정 길게 써야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계 논술의 특성상 간결하고 명료한 전개와 설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논리적으로 필요한 내용은 놓치지 않되 표현과 서술은 최대한 간결하게 써야 할 것이다.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교육부의 입장과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려는 대학 측의 이해관계 속에서 입시제도는 그동안 진통을 겪어왔다. 이번 학생부 반영비율 확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에서는 고교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남아있는 현재로서는 대학별 고사가 당락에 주요한 변수가 되리라 본다.

       이 윤 호
    ▲초암논술아카데미 대표강사
    ▲월간 `논' 편집인
    ▲문화평론가
    ▲성공회대 사회학부 외래교수
    ▲메가스터디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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