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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37)]`찬반`글에 필요한`반찬'

  • 기사입력 : 2006-05-22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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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안제시의 중요성 -

    글샘: 이번 주엔 고2 여고생의 습작글을 예로 들까 한다. 특활시간에 써 본 주장글이라더구나.

    글짱: 저는 주장글을 쓰라고 할 때 어느 입장에서 써야 할지 늘 고민해요.

    글샘; 그건 말이야. 속마음을 숨기고 논술이라는 틀에 맞춰 ‘잘 쓰려는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지.

    글짱: 저 같은 고2 학생들은 대입논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잖아요?

    글샘: 그렇다손 치더라도 반대하면서도 찬성 주장으로 글을 쓰려면 논지가 흔들리는 실수를 하기 쉽단다. 먼저 고2 여학생의 글을 보자. ‘휴대폰을 학교에 가져오는 문제’에 대해 반대 주장을 펼친 글이란다.

      (예문 1) 청소년만이 가진 문화는 각종 채팅 문화나 패션 문화 등 많은 것이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을 대표하는 것 중에 하나가 ‘휴대폰 문화’일 것이다. 이는 급격히 발전한 통신기술과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청소년들의 완전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만들어 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연락이 용이하다는 점.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 갑작스러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 등 휴대전화의 이 같은 많은 이점을 이유로 휴대폰문화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격히 퍼지며 청소년의 또 다른 문화로 정착하면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폐단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글샘: 논술로 치면 서론에 해당하는 글머리야. 언뜻 보면 그럴 듯한 문장이지만 사실은 ‘정의’에서 오류가 보인단다. 청소년 문화를 ‘휴대폰 문화’가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 또 <이는 급격히 발전한 통신기술과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청소년들의 완전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라는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안 되고 있어. 멋진 구절만 섞어 놓았다고나 할까. 세번째 문장은 너무 길어. 불필요한 구절을 빼고 두 문장으로 나눠야겠지.

    [다듬은 글] 청소년 문화는 채팅이나 패션 등 다양한 영역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신세대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것은 ‘휴대폰 문화’일 것이다. 휴대전화의 급속한 보급과, 개성을 중시하는 청소년들의 자기 표현 욕구가 맞물려 생겨난 사회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청소년층에 또 다른 문화로 정착되면서 그에 따른 폐단도 드러나고 있다.

    글짱: ‘최대 관심사’나 ‘생활의 한 부분’ 같은 표현을 찾아내는 감각이 필요하겠군요.

    글샘: 그렇지. 이번엔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교내에서 휴대전화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사례를 나열한 단락은 생략하고 일부분만 살펴 보자.

      (예문 2)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교내에서 공공연하게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꼭 필요에 의해서일까?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무척 회의적이다. 친구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사용 목적을 보면 그냥 심심해서이거나 시간을 때우려고 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글샘: ‘나’의 주장글이지만 논술에서는 ‘나는’이란 말을 삼가야 한단다. 더 중요한 것은 ‘완전한 반대 주장’이라면 확실하게 단정해야 한다는 거지.

      [다듬은 글] 학교 안에서 휴대전화가 꼭 필요한 것일까? 학생들 대부분이 심심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용도라면 굳이 휴대전화를 학교에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글샘: 이번엔 구체적인 사례를 인용한 단락이야.

      (예문 3) 최근 □□시 △△고는 ‘휴대전화는 집에’라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휴대전화에 대한 학생들의 중독현상이 심하다고 느낀 이 학교는 아예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 것이다. 지금은 학습태도나 분위기가 전보다 더 좋아지고 학부모 또한 전화요금이 나오지 않아 도움이 된다며 학생 학부모 모두 이 같은 성과에 만족해하고 있다. 이것은 교내에 휴대전화 소지금지가 학습효과 상승에 보탬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시킨 좋은 예이다.

    글샘: 논술에서 인용해도 괜찮은 사례라고 할 수 있어. 껄끄러운 부분만 다듬어 보자.

      [다듬은 글] 최근 □□시 △△고는 ‘휴대전화는 집에’라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학교에 갖고 오지 못하게 하는 이례적인 일이다. 00개월이 지난 지금은 학습 분위기가 전보다 더 좋아지고, 휴대전화 요금도 적게 나와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한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휴대전화 교내 금지의 효과를 입증한 하나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글샘: 이 학생이 쓴 본론이 조금 긴 편이라 모두 열거하기는 어려우니. 결론 부분만 짚어보기로 하자.

      (예문 4) 학생들의 건전하고 안정된 학교생활을 위해 교내 휴대전화 소지를 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학생들이 좀 더 성숙된 문화의식을 가지고 무문별한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이 고착화될 때 우리에게 휴대전화는 더욱 이로운 기기로 사랑받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글샘: 중언부언이 많고,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는구나.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학생들이 좀더 성숙된 문화의식을 가지고 무문별한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는 것이 될 것이다.>라는 문장은 일관성이 없어. 앞 문장에선 ‘완전 반대’논리로 주장하고선 느닷없이 ‘절충 대안’을 내세우면 안 되지. 다 뻐버리고 나니 한 문장밖에 안 남는구나. 마무리 내용은 조금 더 보충해야겠지.

      [다듬은 글] 요즘 청소년들에게 휴대전화는 생활필수품이 되었지만, 정서적으로 안정된 학교생활을 위해 교내 휴대전화 소지를 금해야 할 것이다.

    글짱: 어떤 내용으로 마무리짓는 게 좋을까요?

    글샘: 논술에서 흑백논리는 바람직하지 않아. ‘학교에 휴대폰을 가져 오는 문제’에 대한 토론이라면 크게 3~4 가지로 나눌 수 있어. 완전 찬성과 완전 반대. 그리고 찬성을 전제로 한 대안과 반대를 전제로 한 대안 등이지. 이러한 얼개로 풀어나간다면 결론 단락도 매끄럽게 쓸 수 있단다. 예를 들면 <휴대전화의 일정 기능을 차단하는 장치를 학교에 설치하거나 교사에게 학생들의 그릇된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강력히 주장하며 끝내는 거지. 비록 친구들이 욕할지 몰라도 주장글에선 논지를 뒷받침하는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지. 그래서 찬반주장 같은 논술글에선 ‘대안’이라는 ‘반찬’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거란다. 오늘은 여기서 접자꾸나.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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