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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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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38) 학교과제 글

  • 기사입력 : 2006-06-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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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강보의 논술탐험] (38) 학교과제와 글쓰기

    글샘: 이달 초 글샘이 한 초등학교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어. 5~6학년들에게 물었단다. "내겐 1학년 아들이 두 명 있어요. 두 아이의 나이는 몇 살쯤일까요?"

    글짱: 중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잖아요?

    글샘: 너는 나를 잘 아니까 그렇지. 강좌에 참가한 학생들과는 첫 만남이었거든. 한 학생이 "쌍둥이요"라고 말하더구나. 그러니까 모두들 "아하! 맞네"라며 수긍하는 거야.

    글짱: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글샘: 아니라고 했더니 한 학생이 "연년생이요"라고 답하더구나. 입학을 1년 늦게 했을 거라나. 발상이 좋다고 얘기해 줬지. 그래서 말인데. 초등학생이다 보니 머릿속에 ‘중학교’라는 가정을 하지 않는 것 같아. 무심코 던진 질문이 그날 특강의 화두가 됐어. 준비한 강의 내용을 즉석에서 바꿔 ‘생각 넓히기’를 주로 다뤘으니까.

    글짱: 논술로 치면 추리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 셈이군요.

    글샘: 맞아. 그건 그렇고. 오늘은 학교 글쓰기 과제를 다시 다뤄 보자꾸나. 예전에 ‘양성평등’을 주제로 한 글은 어떻게 써야 할지 탐험한 적이 있을 거야.

    글짱: 네. 기억나요. 작년말엔가 했어요.

    글샘: 몇달 전 글샘의 홈페이지에 중학 2학년 여학생이 ‘양성평등’에 관한 습작을 한 편 올려 놓았더구나. 물론 글샘이 도움말과 함께 첨삭한 글을 남겼지. 그런데 이틀새 3천명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더구나. 아마 전국의 학교 교과과정이 비슷한 모양이야. 일부는 그 글을 베껴 과제물로 냈는지도 몰라.

    글짱: 제 친구들 중에도 더러 있어요. 시간이 없어 인터넷에서 뽑아 대충 비슷하게 적어 제출했다더군요.

    글샘: 그러면 안 되지. 여기 논술탐험에서는 자기 힘으로 글을 쓰는 방법을 알아보자꾸나. 지면 사정상 일부 예문만 발췌할게.

    (예문 1)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남녀의 성에 의한 법률적·사회적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남녀평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평등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남녀 불평등의 중요한 요인들 중 하나는 바로 여성들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위 관직들을 보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여성의 능력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데서 오는 것도 있겠으나 여성들이 직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글샘: 이런 글에선 논리가 생명이야. 만일 논리가 허술하다면 토론을 할 때 주장의 맹점을 파고 든 반론에 할 말을 잃을지도 몰라. 이 예문의 글머리는 여성의 시각으로 과감하게 쓰려는 의욕이 넘쳐서인지 알맹이가 조금 부족해. 또 ‘이러한 남녀 불평등의 중요한 요인들 중 하나는 바로 여성들에 있습니다’식으로 단정적인 표현을 글머리에 내세웠을 경우엔 본론에서 논거를 언급하기가 버거울 수도 있단다. 부분을 거론하며 문제점을 지적할 요량이라면 표현을 달리하는 게 좋아. 여성의 의식문제를 지적할 의도라면. 여성 차별 사례를 거론한 후에 주장으로 넘어가야겠지. ‘이는 여성의 능력을 ~~ 다르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라는 대목은 좀 더 다듬어야 할 것 같아.

    <다듬은 글>
    대한민국 헌법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남녀평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 각 분야에선 완전한 평등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호주제 폐지 등 여성권익을 보장하는 제도개선이 이루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 현황을 보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아직도 사회적 지위면에선 여성이 남성보다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남녀 불평등이 존재하는 원인 중에는 여성들의 편협된 의식도 한 자리를 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능력을 차별하는 사회제도의 허점이 가장 큰 문제이겠지만. 여성들의 직업관이 남성과는 다르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글짱: 문제 제기를 할 때 최대한 객관적으로 풀어 쓰라는 뜻이군요.

    글샘: 옳지. 바로 그거야. ‘나의 주장’을 객관적인 글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지.

    (예문 2)
    (가)남성에게 직장은 절실한 생계의 수단으로 직장에 충성을 다하며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여성은 직장을 자아실현이나 사회에의 참여 등의 시각으로 봅니다. (나)그렇기 때문에 실제 업무에서도 차이가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여성에게 남성보다 조금은 낮은 직책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다)그러나 여성은 그것을 성차별이라고 착각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성차별이 아닌 능력에 따른 차별입니다. (라)여성들도 직장에서 남성 못지않게 열심히 일한다면 자연히 높은 직책을 맡게 될 것입니다.

    글샘: 양성평등이 주제인 데도 이미 편견을 가지고 쓴 글이 되어 있어. (가)를 봐! 직업관을 얘기하면서 남성은 ‘생계수단’. 여성은 ‘여가’라고 전제하고 있잖아. (나)에선. 근거(논증)도 제시하지 않은 채 여성이 남성보다 업무에서 차이가 난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 또 (다)의 경우엔. ‘개인 역량이 뒤지는 여성마저도 성차별로 간주하며’라는 전제조건이 들어가 주면 좋겠지. (라)의 ‘남성 못지않게’라는 어구는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전제를 하고 있지. 글샘이 쓴다면 이렇게 다듬고 싶어.

    <다듬은 글>
    우리 사회에서 직장을 사회생활 참여 정도로 여기는 일부 여성들로 인해 여성의 직업의식이 평가절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직책에 많이 있지만. 그 원인 중에는 개인의 역량에 따른 업무 수행능력 차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 역량이 뒤지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성차별로 간주하며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여성도 있습니다. 한명숙 총리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여성도 능력에 따라 높은 직책을 맡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는 편협된 사고가 오히려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

    (예문 3)
    군 가산점 문제는 남녀평등을 거론할 문제가 아닙니다. 군 가산점 문제를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은 여성 대신 군에 복무하는 남성들을 위해 어떠한 보상도 해주지 않겠다는 부당한 사고방식입니다. 여성들은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이기적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글샘: 군 가산점 문제는 ‘양심’문제가 아니라 ‘논리’문제로 분석해야 제대로 된 논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

    <다듬은 글>
    공무원시험에서 군 가산점을 폐지한 것은 남녀평등이라기보다 여성우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는 남성측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가산점을 폐지가 아닌 축소 쪽으로 개선했더라면 ‘양성평등을 반영한 조치’라며 남녀 양측의 환영을 받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예문 4)
    여성들이 남녀평등을 외칠 때 자신의 의견이 올바른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되돌아 볼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글샘: 발상의 전환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마무리가 밋밋한 편이야.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논리 차원으로 접근해야겠지.

    <다듬은 글>
    여성들이 여성권익 보장을 외칠 때 그 주장이 양성평등의 논리에 합당한지를 되짚어 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글짱: ‘양성평등 글쓰기’를 할 때 적절한 글감으론 어떤 게 있을까요?

    글샘: 지난 번엔 가정폭력. 성매매. 호주제 등을 거론했을 거야. 하나 더 보탤게. 예전에 학생들의 반 번호는 남학생이 1번으로 시작했어. 특히 앞번호에 모두 남학생을 배정하고 여학생들은 뒷번호를 주는 방식이었지. 하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을 거야. 양성평등을 논할 때 다뤄 볼 만한 글감이야. 학교에서 쉽게 접하는 소재가 논술에선 알찬 글감이 될 수 있단다.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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