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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탐험] (39)글짓기와 글쓰기

  • 기사입력 : 2006-06-26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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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강보의 논술탐험] (39)호국보훈 `글짓기'와 `글쓰기`

     글샘: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지만, 월드컵 열풍으로 후끈한 6월이야. 그런데 글짱은 6월이 호국보훈의 달임을 잊지는 않았겠지.

     글짱: 그렇게 말씀하시니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사실 순국선열보다 월드컵에 관심이 더 많았거든요. 어제는 또 6^25전쟁 56주년이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학교에서는 호국보훈에 관한 글짓기를 하며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어요.

     글샘: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호국보훈 글짓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단다. 학생들이 그런 부담을 느끼는 건, `글쓰기'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글짓기'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란다.

     글짱: 글짓기와 글쓰기가 다른 뜻인가요?

     글샘: `쓰기'와 `짓기'라는 차이로 선을 긋기엔 뭣하지만, 글을 지어 내려 하지 말고 `마음 속 얘기를 글로 쓴다'는 생각을 가지라는 뜻이지.

     글짱: 그러면 호국보훈이 주제일 때는 어떤 내용을 글감으로 잡는 게 좋을까요?

     글샘: 한마디로 `생활의 발견'이지. 가족이나 이웃 중에 `호국'과 연관있는 분이 있다면 그분의 얘기와 느낌을 표현하면 더할 나위 없을 거야.

     글짱: 그런 분들이 제 주변에 없을 때는요?

     글샘: 그럴 땐 직접경험이나 간접경험에서 찾아야지. 충혼탑 참배 경험이나 소설^영화^TV특집극 등을 본 뒤 느낌 같은 게 바로 글감이거든. 넓게 생각해 보렴. 6·25전쟁이나 항일 독립운동, 베트남전쟁을 다룬 영화와 소설이 얼마나 많니?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나 `하얀전쟁' 등, 소설로는 최인훈의 `광장' 등을 떠올릴 수 있지.

     글짱: 자기 느낌을 쓴다고 할지라도 행여 틀에 짜맞춘 글이 될 수도 있잖아요?

     글샘: 그렇지. 중요한 얘길 꺼냈어. 형식에 치우치다 보면 자칫 `인위적인 글짓기'가 될 수도 있어. 그렇지만 `마음으로 쓴다'는 기본 자세를 갖고 있다면 `잘 쓴 글'이 아닌 `공감글'이 될 수 있단다. 글짓기 대회에 참가할 때도 마찬가지야.

     글짱: 통일­보훈­호국 등을 같은 주제라고 보면 글감의 폭이 넓어질 수 있겠네요?

     글샘: 맞아. 그렇게 생각하면 글쓰기에 부담이 덜할 거야. 아래에 있는 `통일은 남북한의 하나되기'라는 예문을 보면서 요점을 정리해 보자. 중학교 1학년이 쓴 글의 일부분이야. 교내 통일 글짓기 대회에서 장려상밖에 못 받았다며 부족한 점을 짚어 달라더구나.

    <예문> 통일은 남북한이 하나 되기 - 중학 1학년의 글

     내가 6학년때 남북이산 가족이 만나는 장면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이산가족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비쳤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상봉이었다. 엄마께서는 `하루빨리 통일이 돼야 할 텐데…' 라는 말만 되뇌셨고 아무 것도 모를 것 같던 어린 동생은 텔레비전 속 사람들이 우는 모습을 보자 울음을 터트렸다.

     뉴스에선 이산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되었는데, 어렸을때 헤어진 남매가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야 만나게 되어 서로를 잘 알아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난 이걸 보고 `얼마나 보고싶었을까, 이렇게 만나도 같이 살지 못하고 또 헤어져야 하다니…' 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산가족 상봉 장면은 내게 통일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계기였던것 같다.(중략)

     지금 한반도는 마치 호랑이가 토끼를 잡으려다가 허리를 다친 것처럼 휴전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런 남북분단으로 인한 피해는 아주 크다. 우선 이산가족들이 가족을 만날 수 없는 슬픔과 그리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에 대한 걱정 때문에 국방비를 많이 들이고 있다. 또 북한의 경제가 좋지 않아 남한이 많은 식량을 대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굶는 어린이가 많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찢어진 옷깃을 바늘로 꿰매듯 통일을 한 단계씩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중략)

     난 가족들과 함께 통일전망대에 간 적이 있는데, 북한의 모습을 볼수있는 망원경들이 있었다. 아빠는 북한의 모습을 보라며 나에게 500원을 주셨다. 자그마한 원안에 북한의 풍경들이 보였다. 지금은 북한의 모습을 이렇게밖에는 볼 수 없지만 언젠가는 꼭 통일이 되어 남북한이 하나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글짱: 아주 잘 썼는데 뭐가 부족하다는 거죠?

     글샘: `누구나 쓸 만한 흔한 내용'이 많았다는 게 이 글의 맹점이었어. 예문에서는 글샘이 생략했는데, (중략)이라고 해 놓은 부분이지. 체험과 느낌이 주를 이루도록 다듬는 과정에 좀더 신경 썼더라면 훨씬 돋보이는 글이 됐을 거야.

     글짱: `체험과 느낌'의 예를 든다면요?
     글샘: 어느 초등학교 6학년이 글샘의 사이트에 올린 글 중엔 【할아버지는 북녘에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하시며 흘러나오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시곤 하셨다.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북한의 투박한 사투리를 쓰시는 분이셨다.】 라는 내용이 있었지. 그런 대목은 감동으로 다가오지. 실향민으로 살아온 친할아버지의 얘기니까. 그렇다고 거짓으로 지어내서 쓰면 안 된단다.

     글짱: 영화나 TV를 본 느낌을 쓸 때는요?

     글샘: 예문의 글은 TV 속 이산가족 얘기를 글감으로 잘 활용했어. 글샘의 아들이 초등 6학년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본 뒤에 `형제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고 말하더구나. 중학생 정도면 그런 영화를 본 뒤에도 형제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겨레로 느낌의 폭을 넓혀야지.

     글짱: 예문에서는 더 다듬을 대목이 있나요?

     글샘: 통일전망대에 갔을 때 내용 중에 `500원을 주셨다'같은 표현은 불필요한 어구야. 그보다 망원경으로 본 북한의 모습을 더 생생하게 써 주는 게 적절하단다. 느낌을 곁들이면 훨씬 생동감 있는 글이 될 수 있지. 망원경에 잡힌 북한의 농촌 풍경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을 테니까.

     글짱: 예문 글의 마무리는 어떤가요?

     글샘: 통일전망대에서의 느낌을 마무리 글과 접목하려 한 의도는 좋았지만, `언젠가는 꼭 통일되어 남북한이 하나되는 날이 올것이다'식으로 밋밋하게 끝낸 게 아쉬워. 차라리 통일전망대 방문 경험을 TV이산상봉 대목과 접목해 글머리에서 본론으로까지 이어지게 썼더라면 훨씬 독창적인 글이 됐을 거야. 그렇게 구성한다면, 두 가지 경험의 느낌과 마음가짐을 종합해 결론부분에서  마무리하기가 쉽단다. 6월이 다 가고 있구나.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호국영령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6월을 보내자꾸나.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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