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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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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40) 흔한 주제일 때 쉽게 글쓰기

  • 기사입력 : 2006-08-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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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깃거리' 모아 주제와 엮어라


    글샘: 오랜만이야. 얼추 두달 만에 만나는구나. 개학도 얼마 안 남았는데 논술탐험을 다시 시작해야겠지?

    글짱: 그러잖아도 방학과제로 글 한 편을 써낼 참이에요. 어떤 주제로 써야 할지 고민중인데 도와주세요.

    글샘: 잘됐네. 중학 1학년생이 학교과제로 쓴 글을 예로 들게. ‘금연’이라는 흔한 주제로 쓰는 글이 사실은 어려워. 그럼에도 생활 주변의 여러 사례를 글감으로 활용해 금연의 중요성을 잘 표현했어. 몇 단락을 골라 하나씩 짚어보자꾸나.

    <예문 1>
    어느날 TV의 한 프로그램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폐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담배가 그토록 큰 영향을 주는 줄은 몰랐다. 폐암으로 인해 엉망이 된 폐의 모습을 보는데 어찌나 소름이 돋던지.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 모습을 쓴 글머리 뒷부분 생략)

    어릴 적에는 아빠가 담배연기로 구름모양을 만들어주고 휙 날려보내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성장을 하고 흡연의 실체를 알게 되니 그 연기가 두려워졌다. (흡연의 폐해를 쓴 뒷단락 생략)


    글짱: 일기처럼 쓴 글이네요.

    글샘: 그렇지. TV를 보면서 느낀 점과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를 글머리로 잡고서 쉽게 시작한 글이야. 게다가 담배로 구름을 만드는 아버지의 모습까지 떠올려 흡연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지. 이처럼 가정에서 있었던 일을 쓴 글은 참신한 느낌을 준단다. 논술문의 서두는 어느 정도 틀에 맞춰야 하지만 생활글은 일기를 쓰듯 흘러가는 게 좋아.

    <예문 2>
    초등 5학년 때 페트병에 담배연기의 양을 알아보는 실험이 있었다. 페트병 가득 차 있는 담배연기를 보며 저 게 우리 아빠가 피울 때 나는 담배연기구나 생각했다. (생략)

     아빠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 딱 하나만 피우고 이제 그만 좀 피우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직장에 갔다온 후 축 늘어져 있는 아빠를 보니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니코틴의 중독성은 알았지만 아빠의 힘든 일도 모른 체할 순 없어서이다.

    글샘: 실험수업과 아버지의 흡연을 연관지어 마음속 얘기를 잘 풀어 나간 단락이야. 특히 아버지의 고된 업무와 금연에 대해 갈등하는 대목에서는 글쓴이의 진솔한 마음을 엿볼 수 있지. 그러나 문장이 다소 매끄럽지 않은 게 흠이야. 두 번째 문장은 <페트병에 가득 찬 담배연기를 보며 ‘아빠가 저만큼의 담배연기를 몸 속으로 넣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쯤으로 다듬으면 ‘금연’이라는 주제와 훨씬 가까워질 수 있겠지.

    글짱: 자연스럽게 쓰면서도 주제를 염두에 두고 생각을 좀더 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군요.

    글샘: 당연하지. 그런 과정이 논술공부라고 할 수 있어. 자. 이번엔 마무리 부분을 눈여겨 보거라.

    <예문 3>
    나는 믿는다. 끈기 있게 흡연의 피해를 알려주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면 아빠도 알아줄 것이란 것을.
    금연에 성공한 김모씨는 말한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포기하려는 용기를 가지고 성공에 도전해 보세요. 당신도 분명히 해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금연으로 가정의 행복을 지켜 내십시오.”

    글짱: 이상한데요? 뒷부분은 중학생의 글이 아니라 어디서 베껴 온 것 같아요.

    글샘: 잘 지적했어. 글머리와 본론을 잘 쓰고도 마무리가 엉성하면 공든 탑이 무너진 격이야. 특히 중학생들이 마무리 글에 부담을 느끼는지 이런 실수를 자주 하곤 해. ‘금연에 성공한 김모씨는~~지켜내십시오’라며 어른투로 쓰려고 욕심을 내는 바람에 오히려 글맛을 떨어뜨렸어. 차라리 ‘나는 믿는다. 끈기 있게 흡연의 피해를 알려주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면 아빠도 알아줄 것이란 것을.’이라고 그냥 끝냈더라면 멋진 마무리가 됐을 텐데 말이야.

    글짱: 그런데 저는 이런 흔한 주제로 글을 쓸 때가 더 어려워요.

    글샘: 그렇겠지. 누구나 아는 얘기라 생각하니 ‘쓸 거리’가 없다고 느끼는 거지. 학생들이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 것도 이 때문이야. 이 학생처럼 ‘얘깃거리’를 잘 엮으면 ‘작품’이 나올 수 있단다. 이런 식으로 많이 써보면서 때때로 첨삭지도를 받으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지. 그 과정을 거칠 생각은 않고 ‘글 잘 쓰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안되겠지? 오늘은 이만.(편집부장)

     

    글쓰기는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글감이라는 장비를 잘 갖춰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

    마지막에 방심하다간 낭패를 볼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료 사진= 이달 초 치러진 모 대학 수시 논술시험과 암벽등반 모습 연합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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