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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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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48) `된장녀`로 본 모순사회

  • 기사입력 : 2006-09-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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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지금 된장녀가 논란인가?


    한동안 각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된장녀’라는 말이 등장했어요. 젊은 여성들의 소비행태와 욕망을 비난하는 ‘된장녀’ 만화가 누리꾼들을 통해 퍼져 나갔고. 이제는 그 분석과 담론들이 여기저기 난무하고 있어요.

    왜 ‘된장녀’일까요? ‘된장’은 한국적 정서를 상징하는 말로 ‘꾸미지 않는 질박함’의 대명사이다시피 했는데 최근 인터넷에서 쓰이는 의미는 전혀 딴판이에요. 오히려 전통적 의미의 ‘된장’과는 반대지요.

    ‘돤장녀’란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어요.
    먼저 몇 해 전에 군 가산점 폐지를 주장한 특정 여대 출신들을 ‘젠장녀’로 지칭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얘기가 있어요. ‘젠장녀’에 역구개음화를 적용해 ‘덴장녀’로 만들었다가 지금의 ‘된장녀’가 되었다는 설이죠.

    또 일본 관련 게시판에서 일부 한국인을 비하할 때 쓰이는 ‘된장’이라는 말에서 왔다고도 해요. 어떤 의미에서 왔든 간에 그리 기분 좋은 용어가 아닌 것은 분명하네요.
    ‘된장녀’는 스타벅스와 패밀리 레스토랑, 명품에 집착하는 뉴요커의 삶을 지향하면서 남성을 수단으로 여기는 미혼여성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어요. 요즘은 여성들의 소비 허영심을 꼬집는 용어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어요.]


    왜 지금 이런 ‘된장녀’ 논란이 있는 걸까요? 이번 주에는 이 원인에 대해서 알아보고 토론해 보도록 해요.

    허영과 소비는 여성만의 문제인가?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된장녀 열풍’을 “한국사회의 소비패턴이 다양화되면서 생긴 소비주체 간의 갈등”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어요. 여성비하. 계급 문제 등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 요소들이 들어있지만, 본질적 갈등은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세대와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소비를 했던 기성세대 간의 소비행태의 차이에서 오는 충돌로 보고 있는 거죠. 실제 19~24세의 소비패턴은 쿠폰을 이용하여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은 아무리 비싸더라도 구매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소비를 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요.

    반면에 ‘된장녀’ 주인공이 ‘여자’이기 때문에 나왔다는 해석도 있어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 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여성비하의 시각은 반복적으로 생겨나는 문제”라며 ‘쩍벌남(지하철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남성)’ 같은 경우는 ‘개똥녀’ ‘된장녀’ 처럼 화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요. ‘된장녀’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사회현상의 일부인데도 마치 큰 잘못이 있는 것처럼 남성의 시각에서 그려지고 있으며, 똑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남성에게는 무척 관대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사실 허영과 방종의 소비문화가 정말 여성만의 문제로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죠. 자본주의 소비체제가 성립되면 상품을 소비하는 행위는 사회와 경제의 일부분이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소비는 그 특성상 ‘과시’와 ‘허영’을 부추기기도 해요. 그럼에도 소비는 주로 여성의 ‘취향’으로 이야기 될 뿐이에요.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은 생산과 노동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한 채. 오로지 소비하는 사람으로서의 이미지만으로 각인되어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황금만능주의와 빈부격차의 산물?

    또 사회의 모순에서 비롯된 측은한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해요. 돈과 능력있는 사람만 우대하는 세상이라 어디를 가도 대접받지 못하는 청년을 ‘고추장남’이라고 칭하고. 남과 똑같이 하기는 싫은데 고생은 하기 싫어서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을 ‘된장녀’로 평가하는 거죠.

    높은 실업률은 ‘고추장남’과 같은 비정상적인 행동양식을 야기했고. 빈부격차와 황금만능주의는 상류층의 생활과 그렇지 못한 일반인과의 괴리를 점점 크게 만들었어요. 남과 다를 수 있는 방법을 돈에서밖에 찾지 못하는 사회의 양식은 일부 젊은이들이 남과 다름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치를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얄팍한 상혼이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비정상적인 사회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논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겠지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바다이야기’만 봐도 이 문제가 젊은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병든 모습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해석들이 있어요. 지나친 과장일 수도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 있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된장녀’는 우리 사회의 모순들이 뒤엉켜 나타난 것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거예요.
    ‘된장녀’ 논란.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1. 소비란 무엇일까요? 신문에서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몇 가지만 골라보고 그 이유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나에게 소비란 무엇일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된장녀’ 논란과 관련한 누리꾼들의 반응을 조사하여 보고 이런 반응의 원인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비판할 점은 없는지. 있다면 친구들과 문제점을 지적해 보세요.

    3. 여러분 주위에는 ‘된장녀’가 있나요? 일상생활에서 본 그와 유사한 사람의 모습과 인터넷에 떠도는 ‘된장녀’의 모습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4. ‘된장녀’를 통해 볼 수 있는 사회의 모순을 더 조사하여 자신의 찬-반 생각을 정리해 보세요.

    5. ‘된장’처럼 본래 의미와는 달리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우리의 언어습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 보고. 잘못 쓰이고 있는 우리말을 찾아 정리하여 보세요. ‘우리말 지킴이. 우리문화 지킴이’라는 주제로 자료집을 만들어 보세요.

    6. ‘된장녀’들이 우리사회의 유행을 주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유행이란 무엇일까요? 친구들 사이에서 요즘 유행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고. 능동적인 소비자. 합리적인 소비자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7. 신문이나 우리 주변에서 ‘된장녀’와 같은 사회 트렌드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 토론해 보세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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