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3일 (화)
전체메뉴

[우리말 소쿠리] 잘못 쓰는 인사말 `이 자리를 빌어~`

  • 기사입력 : 2006-09-13 00:00:00
  •   
  • 행사가 많은 가을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행사장에서 자주 듣는 인사말 중에 이런 표현이 있지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들은 기억이 나십니까? 나이 지긋한 분들이 주로 그렇게 말하죠.
    신문의 투고 글에서도 “지면을 ‘빌어’~”라고 쓴 사례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빌려’라고 표현해야 함에도 왜 ‘빌어’로 잘못 쓰고 있을까요?

    1988년 표준어 규정이 개정되기 전엔 ‘빌다’를 ‘빌리다’의 뜻으로도 썼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라는 표현이 인사말의 단골 어구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이죠.
    하지만 바뀐 표준어 규정에 따라 ‘이 자리를 빌려~’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됩니다.

    ‘빌다’는 ‘공짜로 달라고 호소하여 얻다(乞)’와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해 달라고 간청하다(祝)’라는 뜻으로만 쓰입니다. 용례로는 ‘소원을 빌었다. 용서를 빌었다. 명복을 빌었다. 이웃에게 양식을 빌다. 밥을 빌러 다니다’ 등이 있습니다.

    반면에 ‘빌리다’는 ‘나중에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쓰다’.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라는 뜻으로. ‘성인의 말씀을 빌려’. 수필이라는 형식을 빌려~. 고위 관리의 말을 빌려~’ 등으로 쓰이죠.

    앞으로 인사말을 할 기회가 있으면 꼭 ‘이 자리를 빌려~’라고 하시고. 신문 지면을 통해 감사하는 마음을 전할때는 ‘지면을 빌려~’라고 하세요. 하나씩 실천하는 게 우리말 사랑의 첫걸음이거든요. 허철호기자 kob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