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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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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20)김해

  • 기사입력 : 2006-10-09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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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년 가야문화 곳곳에 남아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은 늘 설렘으로 시작한다. 김해는 낙동강을 끼고 있어 물의 고장이라고 한다. 그 물은 상류의 토사를 부지런히 실어 날라 기름진 평야를 만들었고,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서기 42년 수로왕은 가락국(금관가야)을 건설하였다. 한창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판을 따라 금관가야의 도읍지로 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꽃들과 축제를 알리는 청사초롱이 반겨주고 있었다.

    ★국립김해박물관·구지봉·수로왕비릉

    김해로 들어서면서 잠시 고민을 했다. 첫 답사지로 가락국을 세워 500년 동안 찬란한 가야 문화를 꽃피웠던 시조 수로왕릉과 가야문화의 유적이 있는 국립김해박물관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또는 시대 순으로 잘 전시되고, 안내와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박물관을 첫 답사지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가야의 역사는 다른 고대 국가들에 비해 역사 기록으로 잘 남아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가야의 실체는 대부분 발굴조사 등의 고고학적 방법으로 찾아진 고대인들이 남겨놓은 유적과 유물을 통해 복원하여야 한다. 마당에 들어서면 둥그런 작은 화단을 꾸며 놓았다. 긴 의자를 배치하여 휴식공간이 되고 있고, 배롱나무가 연분홍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담장 사이에는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서 꽃말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하는 상사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건물은 철광석과 숯을 이미지화한 검은색 벽돌을 사용하여 철의 왕국 가야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각 지역별로 형성된 가야 유물 1천300여 점을 나누어 전시하고 있어,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귀중한 보고로 자리 잡고 있다. 유물 전시실 안내와 해박한 해설을 해주었던 주윤남(29)씨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문화유산을 대하는 관람문화가 더욱 성숙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털어놓았다.

    박물관 매표소 입구에서 타임터널을 빠져나오면 구지봉으로 가는 작은 오솔길이 있다. 약 2~3분쯤 오르면 소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사이에 석비가 서있는 구지봉이다. 이곳은 신라 유리왕 19년(42년)에 하늘에서 6개의 황금알이 담긴 금 상자가 내려오고, 그 알 속에서 김수로왕을 비롯한 6가야의 시조 왕들이 태어났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곳으로 가야문화의 출발지이자 고대 국문학상 중요한 서사시인 '구지가'가 남아 있는 곳이다. 그리고 석비의 남동쪽에 있는 지석묘의 상석 위에 '구지봉석'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박물관 반대편 방향으로 내려서면 잘 가꾸어진 넓은 수로왕비릉이 눈앞에 펼쳐진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왕비는 성이 허, 이름은 황옥으로 알려져 있으며, 원래 인도 아유타의 공주로 16세에 배를 타고 와서 수로왕의 왕비가 되었다고 한다. 능은 높이 5m 정도의 원형 봉토무덤으로서, 무덤의 밑 부분에 특별한 시설은 없다. 무덤 주위에는 얕은 돌담을 4각형으로 둘러 무덤을 보호하고 있으며, 앞 쪽에는 긴 돌을 사용하여 축대를 쌓았다. 중앙에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가락국수로왕비 보주태후허씨지릉'이라는 글이 한자로 새겨져 있다. 부속 건물로는 숭보재·외삼문·내삼문·홍살문이 있으며, 수로왕릉과는 다르게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능 앞 오른쪽에는 인도에서 가져왔다고 전하는 파사석탑의 석재가 남아 있다.

    ★수로왕릉·한옥체험관·민속박물관

    수로왕비릉보다 도심에 자리잡고 있는 수로왕릉에는 마침 체험학습을 나온 어린이들로 인해 엄숙함보다는 활기와 생동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가락국(금관가야) 시조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 수로왕(재위:42∼199)의 무덤으로, 납릉이라고 한다. 수로왕에 대한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전하고 있으나, 무덤이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무덤의 높이는 5m의 원형 봉토무덤인데, 주위 1만8천여 평이 왕릉공원으로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왕릉 구역 안에는 신위를 모신 숭선전과 안향각, 전사청, 제기고, 납릉정문, 숭재, 동재, 서재, 신도비각·홍살문·숭화문 등의 건물과 신도비·문무인석·마양호석((馬羊虎石)·공적비 등의 석조물이 있다.

    수로왕릉을 나서면 한옥의 웅장함과 우리 고유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한옥 체험관이 발길을 끈다.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탐미당, 거안당, 담경헌에서 우리전통 생활양식을 직접 체험하며 온돌방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  한옥체험관을 나서면 민속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수릉원 내에 자리잡고 있는 이곳에는 조선후기와 근대에 사용되었던 무자위, 배틀, 서민복식, 민속의 소리, 목공구, 화폐, 대장간 소품까지 전시되어 있어 장년층에게는 추억을 되살려 주고 있다. 

    ★봉황동 유적·대성동고분박물관

    봉황동 유적이 있는 공원에서는 가야세계문화축전이 한창 열리고 있었다. 낙동강 하류의 충적평야가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구릉 위에 쌓여 있는 조개더미 유적으로 규모는 동서 길이가 130m, 남북 너비는 약 30m쯤 되고 쌓임 층의 높이는 6~7m 정도가 된다. 남부지방에서 서기 1~4세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1907년 일본 사람 '이마니시'가 처음 발견 조사하였다.

    금관가야 왕들의 고분군이 있었던 곳에는 대성동고분군박물관이 있다. 예안리 고분군 출토 인골을 토대로 하여 복원한 기마, 무사상이 있고, 고대 장례시의 모습을 복원한 무덤모형과 유물모형이 있다. 박물관보다는 전시관에 가깝고, 전시된 유물이 복제된 것이라면 복제 사실을 유물에 표기하는 것이 관람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다.

    ★김해천문대·분산성

    김해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분성산에는, 산이 알을 품은 모습의 건물인 천문대가 있다. 차량통행이 금지된 500m쯤 산책길을 따라가면 있는데, 천문대의 특성상 오후 2시부터 문을 연다. 여기에서는 천체와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별을 관측하는 즐거움도 맛보게 된다. 천문대에서 건너다보면 흰 띠를 둘러놓은 듯이 길게 뻗은 것이 분산성이다. 낙동강 하류의 넓은 평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분산의 정상에 둘레 약 900m에 걸쳐 돌로 쌓은 산성이다. 조선 전기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박위가 수리하여 쌓은 뒤, 임진왜란(1592) 때 무너진 것을 고종 8년(1871)에 다시 쌓았다. 산 위의 평탄한 지형을 둘러서 그 주위에 남북으로 긴 타원형을 이루도록 쌓았다. 서남부는 험준한 천연 암벽을 그대로 이용하였으며, 현재 성벽의 대부분을 새롭게 쌓았고, 원래 무너진 성이 중간에 약간 남아 있었다. 성안에 허 왕후와 장유화상이 풍랑을 막아준 바다의 은혜에 감사의 의미로 지은 은해사가 있다.

    ★은하사·동림사

    김해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김해의 진산 신어산(630m) 자락에는 고찰 은하사와 동림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숲이 우거진 계곡을 따라 은하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웅장한 법종루가 있다. 원래 서림사가 있었으나 가락국 수로왕 때 장유화상이 중건하고 은하사라 하였으며, 조선시대 후기 건물로 추정되는 대웅전은 다포계 양식의 맞배지붕이다. 외부에 연꽃을 조각하였고, 용과 봉황의 머리를 새겨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대웅전 벽화가 잘 남아있으나, 수장고에 있어 좀처럼 보기 어렵다.

    장유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동림사는 일주문을 지나 산길을 잠시 오르면 요사채가 보이고 범종루를 만나게 된다. 가락국의 안전과 번영을 염원하는 뜻에서 창건되어졌다 전하는데, 임진왜란 때 모두 소실된 것을 복원하였다. 대웅원전에는 지장보살이 봉안되어 있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사회장)

    [맛집]

    ▲가야명가: 김해시 대성동 144-1. ☎055-336-4441. 정갈한 맛 편안한 분위기의 한정식. 기본 2인분: 4만원. 쇠고기 숯불갈비. 돼지갈비.
    ▲목화골: 김해시 구산동 361-4. ☎ 055-333-4646. 20년 전통의 순수한 한우 갈비 전문점. 생갈비: 1인분 2만원. 등심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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