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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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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41) 책에서 글감 찾아 활용하기

  • 기사입력 : 2006-10-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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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짱: 논술 준비 막막… 어떻게 할까요?

    글샘: ‘퓨전형 글쓰기 기법’ 활용해 보렴

     <사진 설명>= 서울 모대학에서 수시 2학기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연합뉴스 자료사진/

    (41) 책에서 글감 찾아내기

    글샘: 2008학년도 대학입시 요강이 발표된 뒤에 고2 여학생이 글샘의 사이트에 고민을 상담해 왔어. 내신이나 수능은 혼자서도 준비할 수 있겠는데. 논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글짱: 제 친구들은 대부분 논술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글샘: 학원 논술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 하지만 학원 갈 처지가 안 되는 친구들도 있잖니? 오늘은 혼자 힘으로도 논술을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꾸나.

    글짱: 논술학원에선 예상문제까지 연습한다던데. 독학으로도 가능할까요?

    글샘: 쉽지는 않아. 그러나 논술이라는 나무의 큰 가지를 잘 가꾸어 놓으면 어떤 유형의 제시문이 나오더라도 얼마든지 곁가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단다. 쉽게 말하자면 ‘퓨전형 논술 기법’이라고 할 수 있지. 먼저 ‘세계화’를 주제로 쓴 논술 준비생의 글을 예로 들어 설명할게.

    <예문 1>   현대사회는 세계화의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세계화란 모든 나라가 경제. 문화. 서비스 등에서 하나가 되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나라가 여러 방면에서 교류를 시도한다. 그러나 세계화는 애초에 기대했던 것과 달리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중략)  또한 무조건적인 세계화의 추진은 자국 문화의 고유성을 저해할 수 있다. 세계가 모두 같은 문화를 가졌다면 그것은 더 이상 문화라 할 수 없다.

    글샘: 위 예문은 서론 부분이야. 무엇을 쓸지 초점이 안 잡힌 상태에서 쓰다 보니 밋밋한 글머리가 되었어.

    글짱: 심사위원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뜻인가요?

    글샘: 그렇지. ‘애를 쓰고 있다’라는 추상적인 표현 대신에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해야겠지. ‘여러 방면에서 교류를 시도한다’는 대목도 마찬가지야. 또 세계화의 한 분야인 ‘문화의 세계화’를 논하는 듯하더니 중도에 그만 둔 글이 되었어.

    <사진 설명>= 2007학년도 수능시험을 대비해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고3 수험생./연합뉴스 자료사진./

    <예문 2>   세계화는 미래에 막대한 피해가 예측되기 때문에 조속한 해결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첫째. 세계화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계속적인 기술과 지식의 개발을 해야 한다. 후진국도 무조건 세계화를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꾸준한 개발로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둘째.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닌 비판적이고 신중한 수용을 해야 한다. 각 나라는 현 실정을 잘 파악해서 세계화를 부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후략)

    글샘: <예문 2>는 ‘~해야 한다’고 제시한 대안이 일반적인 수준에 그쳐 아쉬워. 결론 부분도 이런 식의 흐름이었는데. 현재 대입 논술에서 요구하는 수준엔 미흡하다고 할 수 있지.

    글짱: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을 더 보완해야 좋을까요?

    글샘: 앞서 설명한 ‘곁가지’기법으로 ‘국제질서 붕괴’와 ‘신자유무역주의’ 등을 글감으로 내세울 수 있고. 더 나아가 세계화에 따른 ‘민족주의의 반발’을 논제로 끄집어낼 수도 있겠지.

    글짱: 그러한 글감은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글샘: ‘퓨전 글쓰기 기법’에선 이러한 글감을 ‘책’과 ‘신문’에서 찾아 ‘곁가지’로 활용할 수 있단다. 예를 들면 ‘1995년에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는 자유무역과 세계시장의 통합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라는 식의 글감은 세계화를 논할 때 ‘감초’라고 해야겠지. 또 이와 연계한 경제용어로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UR(우루과이 라운드)’. ‘IMF(국제통화기금)체제’. ‘국제레짐(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규범과 규칙)’ 등도 있지.

    글짱: 곁가지를 활용하더라도 막상 결론에 쓸 대안이 떠오르지 않으면 어떡하죠?

    글샘: 어차피 수험생은 학생일 뿐. 경제전문가는 아니야. 평소 읽은 책에서 메모해 둔 ‘비상 창고’에서 가져 오는 방법을 써야 한단다. 세계 여러 학자들이 ‘책’에서 주장한 내용이 주를 이루겠지.

    글짱: 그러면 세계화를 찬성하는 주장엔 어떤 게 있나요?

    글샘: 먼저 레스터 서로우의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라는 책을 예로 들게. 책의 핵심은 ‘부’에 치우쳐 있지만. 논술에 써먹을 땐 ‘세계화’를 거론한 부분만 골라 ‘퓨전화’할 수 있단다. 그런 식으로 가공해 활용할 만한 글을 만들어 보마.

    <활용글 A>   ‘제로섬 사회’를 주창한 레스터 서로우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는 하나의 경제권으로 가고 있다. 세계화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빈곤의 선택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활용글 B>   그는 “글로벌 경제는 엄청난 무역 적자를 감당해낼 수 있는 미국. 일본. 유럽에 의해서 진행될 것이며.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통제 불능’이라 진단하면서 일본의 정치 제도와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활용글 C>   레스터 서로우는 “이러한 폐단은 세계화가 원인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태생적인 문제점이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세계화를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글짱: 대안 제시형으로 활용할 만한 대목은 없나요?

    글샘: 물론 있지. 아래 활용글을 봐.

    <활용글 D>   한국 경제에 대해서 레스터 서로우는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이 지금까지 활용해 온 수출주도 성장 전략은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국가 성장 전략을 찾아야 한다. 중국이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을 채택하는 한 한국이 중국과 동일한 전략을 사용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라고 경고한다.

    <활용글 E>   미래 글로벌 경제는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세계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추진될 수 있으며. 인간의 의지에 따라 그 모양을 달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세계화를 어떻게 진행시키느냐에 따라서 그 폐단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짱: 반대론을 쓸 땐 어떻게 접목할 수 있나요?

    글샘: 서로우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수험생의 생각을 강하게 제시해야겠지.

    <활용글 F>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글로벌 경제가 아무런 설계도 없이 건설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짱: ‘책 내용’ 중에서 골라 자신의 얼개(구성)에 맞게 재가공하라는 얘기군요.

    글샘; 어쩌면 그게 우리나라 대입 논술의 맥이자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어. 이번엔 다른 책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뽑아 보자. ‘세계화의 덫’(한스 피터 마르틴 저)이란 책에서 골라 다듬어 볼게.

    <활용글 G>   ‘세계화’의 물결은 지구촌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자본이 지배하는 ‘시장의 정글’은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로 양분되는 ‘세계화의 덫’이 도사리고 있다.

    <활용글 H> 세계화 논리는 기존의 부를 가지고 있는 소수 기득권층의 배를 채우기 위한 메커니즘에 불과하다.

    글샘: 위 두 책은 다소 무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수험생이라면 읽어 둘 필요가 있단다. 대입 논술에서는 <‘세계화’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표명하는 두 제시문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하여 자신의 주장을 논술하라>고 요구하지. 이럴 경우. 반대 측 입장 비판과 선택한 입장 옹호.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능력이 필요하지. 그 능력은 꾸준한 신문읽기와 독서에서 나온다고 봐. 그에 따른 사고력과 창의력은 학생 스스로 만들어 간다고 해야겠지.
    오늘 한 번에 비법을 알려주려니 시간이 부족하구나. ‘칼럼과 동화를 활용하는 기법’은 다음 논술탐험 때 좀더 다뤄 보자꾸나.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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