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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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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51) 고구려에서 우리의 미래를 본다

  • 기사입력 : 2006-11-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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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조선은 중국의 통일제국 한(漢)과 1년 가까운 전쟁을 벌인 끝에 멸망했지만 기원전 4세기경부터는 주위의 다른 세력보다 한 발 앞서 철기사회로 들어가 자체적인 철기문화를 발전시켜 동북아시아 여러 세력에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한 나라였어요.

    그래서 고조선이 멸망한 후에도 고조선 사회가 발전시킨 국가운영의 경험과 철기문화 역시 동북아시아 곳곳에 전해지면서 그들 스스로가 ‘하늘신의 자손’임을 입증하려는 후손들이 정복전쟁을 통해 세력을 확장해 나갔어요. 철제 무기로 무장한 전사 집단을 이끄는 영웅들 사이에 전쟁이 계속되면서 주몽이라는 영웅의 등장했어요.


    우리 국민의 반 이상이 본다는 드라마 ‘주몽’에서는 주몽이 과거의 영웅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영웅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주몽이란 본래 활을 잘 쏘는 사람을 뜻하는 부여 말이라고 해요. 주몽은 신성한 혈통을 이어 받았으나 새로운 시대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했어요. 과거 청동기시대 단군사회의 지도자들이 신성한 혈통임을 안팎에 알리는 제의로 권력을 다졌다면 철기문화에 바탕을 둔 새 시대 지도자의 으뜸 자질은 급박한 현실을 헤쳐 나가는 능력이 필요한 진정한 영웅을 원하는 시대였어요.

    그러니 혈통만으로 주몽의 영웅됨을 인정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주몽은 어려서부터 고난이 시작되었어요. 유화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부여왕의 여러 아들이 주몽의 비범한 능력을 시기하는 등.  결국 박해를 피해 새로운 땅을 개척하고자 부여를 떠나고 말지요.

    부여를 떠난 주몽이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이끌고 산과 들. 바다를 건너 간 곳은 졸본이에요. 오늘날 중국 지린성 부근이에요. 이곳에는 이미 부여의 또 다른 일파가 터를 잡고 ‘졸본부여’라는 작은 나라를 꾸리고 있었어요. 송양왕을 지도자로 하는 그 작은 나라에 부여의 또 다른 일파가 주몽을 앞세우고 들어간 것이지요. 당연히 다툼이 일어났고. 누가 진정한 영웅인지 가름하기 위한 능력 검증 대결이 불가피해졌어요.

    송양왕이 일대일 대결에서 패한 뒤에도 주몽을 인정하지 않자 하늘에 빌어 졸본성에 큰비를 내리게 하여 결국 송양왕은 주몽을 인정하게 되었다고 해요. 하늘을 움직이고 물을 다스리는 신성한 능력을 지닌 사제. 그러면서도 현실세계에 발을 딛고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 새 땅을 개척해 내는 영웅. 이게 바로 시대가 원하는 지도자의 모습이었다고 해요.

    주몽이 세운 고구려는 우리나라 역사에 큰 의미를 가지는 나라예요. 한(漢)은 동북아시아의 큰 나라였던 고조선을 멸망시킨 후 이 지역에서 새로운 국가가 성장하는 것을 철저히 봉쇄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고구려의 등장은 각처에서 성장하는 여러 작은 나라들을 한데 묶음으로써 중국의 통일제국들을 상대할 수 있는 나라로 성장을 했다는 점이에요. 뒤이어 나타난 백제와 신라에게는 거대한 중국을 막아준 지붕 역할을 했고요.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왜곡 논란과 관련하여 우리 친구들은 고구려의 옛땅을 찾아야 한다며. 고구려의 강성했던 과거를 많이 자랑스러워하더군요. 맞아요. 고구려는 발해 다음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영토를 넓게 가진 나라였어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래로 한반도 내에만 머물던 우리가 6·25전쟁이라는 민족 비극으로 지금은 한반도마저 반으로 갈라져 있으니 과거의 고구려 영토가 자랑스럽기도 할 거예요.

    그리고 중국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과거의 중국 중심의 패권주의를 꿈꾼다니 기분이 참 나쁘네요. 하지만 우리가 고구려나 발해를 단지 영토가 가장 넓었고. 군사적 힘이 강했다는 점으로만 기억하고 자랑스러워한다면 지금의 중국과. 일본과 뭐가 다를까 싶어요.

    고구려가 강한 군사력을 키우고 힘을 넓힌 바탕은 인종적·다문화적 포용정책이었어요. 말갈과 예맥. 옥저 등 수많은 변방 종족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해 주면서 거점을 중심으로 간접 지배를 했는가 하면. 문화 수준이 높은 중국 귀화인들을 우대하여 중용하기도 했어요. 민족사의 자랑거리가 된 고구려의 낙랑군 멸망은 사실상 상당수의 중국인구를 고구려가 흡수했음을 의미하고 있어요.

    종교적으로 고구려는 매우 다채로왔어요. 당시 동아시아에서는 불교와 도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신라와 백제가 불교만 신앙적으로 수용한 반면. 고구려는 도교까지 수용하여 다종교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고 해요. 바로 이러한 종교적·종족적 정치형태의 다양성이 숱한 외침을 당당하게 물리칠 수 있는 ‘강국 고구려’로 만든 것은 아닐까요?


    고구려의 다종족국가의 정통성을 이어 받은 발해. 고구려의 일부 전통을 계승한 고려는 개방적 문화정책의 결과로 선진적인 과거제도를 시행하고 중국에서마저 쇠퇴한 천태학을 중국에 다시 전수하는 등 중국과 거의 대등한 문화강국으로 급성장했어요.

    반면에 패쇄적인 혈통집단들의 경직된 서열을 전제로 하는 골품제도의 신라나, 외래인들을 의심하고 경계해 1653년 제주도에 표착한 네덜란드의 선원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조선은 근대화의 중요한 기회를 잃고 말았어요.

    지나간 역사를 보면 우리 민족의 미래가 분명 종족적. 문화적. 종교적 다양성과 여러 집단 간의 상호존중에 있다는 교훈을 얻어요. 백제가 불교를 비롯하여 많은 선진문물을 고대 일본에 전수하여 고대 일본문화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인과 왜인을 관료로까지 등용한 백제의 개방성에 있었다는 사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부분이에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필자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 부산 경남 NIE 연구회 홈페이지= http://www.ynie.co.kr

    [사진설명]  최근 '주몽' 등 역사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1. 드라마 ‘주몽’을 보면서 느낀 점이나 고구려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내가 알고 있는 고구려. 내가 모르고 있는 고구려’라는 주제로 친구들과 조사하여 발표해 보세요.

    3.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를 역사책과 연결하여 정리하여 역사신문을 만들어 보세요.

    4.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과 관련된 ‘동북공정’의 내용을 조사하여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특히 역사왜곡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토론해 보세요.

    5. 우리는 우리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고 있을까요? 한·중·일 공동교과서가 필요한 이유를 친구들과 토론해 보세요.

    6. 고구려의 장점인 다민족사회. 포용정책을 조사해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신문에서 찾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 외국인 이민정책. 고려인들 외면문제 등등)

    7. 최근 역사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하지만 인기를 끌기 위한 역사왜곡 문제도 많아요. 드라마 속의 역사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에 무관심해요. 우리는 역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토론해 보세요.

    8. 역사를 평가하는 입장에는 실증주의적 관점과 주관주의적 관점이 있어요. 이에 대해 조사해서 어떤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봐야 하는지 토론해 보세요. (최근 E.H 카의 입장에 대한 의견도 많아요. 같이 조사해서 토론해 보세요)

    9. 미래의 후손들이 바라볼 때. 비판할 사건과 칭찬받을 수 있는 기사를 오늘 신문에서 찾아 후손의 입장에서 기사문을 작성해 보세요.

    10. 김구 선생님이 백범일지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남의 나라 침략에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중략)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라고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이에 해당하는 기사나 신문 자료를 찾아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토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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