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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44) 서울대 논술 짚어보기(2007학년도 수시)

  • 기사입력 : 2006-12-27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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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리적 상상력'  담긴 논술을 써라

    글샘: 최근 2007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논술에서 최고점을 받은 학생의 인터뷰 기사가 화젯거리였지.

    글짱: 지난번 논술탐험 때 우리가 `호동왕자'를 다룬 서울대 논술문제를 짚어 봤잖아요. 그래서인지 저도 그날 신문을 꼼꼼히 읽었어요. 글샘의 분석이 어찌 그리 딱 들어맞는지 놀랐다니까요.

    글샘: 그렇다고 글샘이 족집게는 아니야. 크게 보면 논술 출제문을 분석한 글은 어느 것이나 들어맞을 수는 있어. 그 학생이 창의적인 글로 잘 썼더구나. 특히 누구나 아는 상식 수준의 논의를 벗어나 `지금, 여기'라는 오늘날 문제를 접목해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이 돋보였어.

    글짱: 저는 그 학생의 얘기 중에 “논술은 어떤 틀에 맞추려 하지 않고 내가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보여 줘야 한다”는 대목이 귀에 쏙 들어왔어요.

    글샘: 당연하지. 하지만 글샘은 “국어 선생님들의 첨삭 지도를 받았다”는 얘기와 “평소 책과 신문을 읽고 부모님과 대화한 것도 도움이 됐다”는 대목이 눈길을 끌더구나.

    글짱: 그건 학교 논술만으로도 가능했다는 얘기인가요?

    글샘: 꼭 그렇지는 않아. “고3 올라가면서 다섯 달 가량 학원에 다녀봤지만…”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논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학원도 다닌 거야. 학원 수업이 그다지 도움되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어쩌면 자기도 모르게 어떤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단다. 물론 그 학교의 최상위권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교 선생님의 특별 수업이 학원수업 이상의 부가가치를 지닌다고도 볼 수 있잖아.

    글짱: 최고점을 받았다는 그 학생이  쓴 논술을 다시 한 번 짚어 주세요.

    글샘: 먼저 `효(孝)'에 대해 큰 틀을 잡고, 호동왕자의 자살을 현세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 간의 갈등으로 정리한 점이 높은 평점을 줄 만하단다. 그리고 민주사회에서 평등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남도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인간은 이기적이라서 지역이기주의 등 여러 사회 문제에서 호동왕자와 같은 실수를 범한다”고 비판했더구나.

    글짱: 그렇게 개요를 짜서 서술했을 때, 허술한 대목이나 논리적 결함은 없나요?

    글샘: 심사위원들이 판단하기 나름이지. 글샘이 보기엔 `민주사회에서 평등'이라는 접목은 약간 논제를 벗어난 듯하지만 그래도 고교생의 사고에서 나온 주장이라고 여기면 그다지 문제될 건 없다고 봐.
    하지만 호동왕자에 대해 “효라는 가치를 가장 우선시했으면서 낙랑공주에겐 아버지를 배신하고 북을 찢어 불효하게 했다”고 지적한 대목은 사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왜 낙랑공주까지 다루려 했는지 궁금할 뿐이야.

    글짱: 이번 서울대 수시 논술시험에서 많은 학생들이 분량이 가장 부담스러웠다고 하던데요?

    글샘: 그러나 평소 책을 많이 읽고 논술 글쓰기에 대비한 학생이라면 별 어려움 없이 처리했을 거야.

    글짱: `오늘날 문제'를 꼭 다루라는 얘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글샘: 판단 기준이 상충하는 문제와 그 우선 순위를 설정해야 하는 논제엔 수험생의 지적 사고가 필요하단다. 따라서 역사에서 나오는 `선택의 기로'와 지금 우리 사회에 쟁점이 된 문제, 예를 들어 정치 갈등, 노사 갈등, 지역 갈등, 환경과 개발의 갈등이라는 현실에서 자신의 선택에 힘을 실어줄 논리적 근거를 정리해 봐야 한단다.
    이 학생은 `이기주의'를 사회문제로 담아 `나만의 글'로 마무리 했어. 친숙한 주제이지만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서울대 측의 출제 의도를 잘 간파했다고나 할까.

    글짱: 혹시 이미 언론이나 우리 논술탐험에서 얘기한 것 외에 또다른 글감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글샘: 참신성 있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 달라는 것이지? 쉽게 말하자면 `논리적 상상력'을 담으라는 뜻이야. 어쩌면 역사 소설을 집필하는 드라마 작가가 된 듯이 논술을 쓰는 방법이지. 통합형 논술에선 의외로 그런 주장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거야. 다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단다.

    글짱: 그런 유형의 주제를 예로 들어 설명해 주시면 좋겠어요.

    글샘: 지난 논술 탐험 때 다룬 `효와 불효', `자살 문제' 외에 또 다른 글감으로는 `경쟁구도와 갈등'이 있어. 호동왕자의 세력이 급부상하자 이에 위협을 느낀 반대파가 왕비와 한 무리가 되어 호동을 제거하려 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보면 지금 우리 정치 상황과 비슷하지 않니? 대선 후보 경쟁이나 노 대통령의 돌출 발언 등이 연상될 수 있거든.

    글짱: 수험생이 그런 글감을 다루면 너무 오버(?)하는 건 아닐까요?

    글샘: 권력다툼에서 밀리면 어떻게 되겠니?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변 상황을 생각해 보렴. 글샘은 말이야, 지금 언론의 집중 포화(?)를 보면, 진위 여부를 떠나 노 대통령의 심정이 호동왕자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현대인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삼국사기와 같은 역사적인 사료에 쓰여져 있다고 생각하면 생각 주머니가 더 크게 열릴 거야.
    지난번 분석과 오늘 얘기를 토대로 글짱이 다시 한 번 논술을 써 보렴. 그렇게 하면서 창의적인 글쓰기의 틀을 잡는 거란다. 주제가 자꾸 무거워지는구나. 오늘은 여기서 끝내자. /경남신문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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