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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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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45) 신문과 통합논술

  • 기사입력 : 2007-01-24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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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서울대 2007 정시 논술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의 기업. 가족. 정부는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

    '변화의 문제'는 신문에 있다


    글샘: 새해 들어 첫 논술탐험이구나. 지난달엔 2007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논술 문제를 두 차례에 걸쳐 분석하면서 다양한 접근 방법을 설명했지. 오늘은 지난 16일 끝난 서울대 정시모집 논술 문제를 살펴보자구나. 정시와 수시 논술 유형의 차이점은 대략 알 수 있겠지?


    글짱: 네. 이번 정시 논술은 교과서와 베스트셀러에서 발췌한 제시문이 나와 쉬운 듯했지만.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며 풀어내기엔 힘들었다는 반응이 많았잖아요?


    글샘: 그래. 아마 앞으로 통합논술형 문제는 이러한 흐름으로 갈 것 같아. 그동안 논술 준비 과정에서 고전읽기가 필수였지만, 이제는 ‘신간’과 `신문`을 잘 챙겨 봐야 한단다. 그러면 먼저 이번 정시 논술 문제를 짚어보자.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의 기업. 가족. 정부는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에 관해 논술하라는 문제였어. 제시문 <가>는 고교 사회교과서에서 발췌한 ‘기업·가족·정부를 중심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어 온 우리 사회’였고,  <나>는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 중 ‘미국의 기업. 가족. 정부의 발전 속도를 각각 시속 100·60·25마일로 비유한 내용’이었지.

    그리고 예화 3개를 덧붙였어. 예화는 제 시간에 같은 속도로 자라는 식물들, 같은 속도로 무리지어 가는 돌고래들, 경쟁하며 풀을 뜯으러 달려가는 아프리카 산양 이야기를 소개했지.

    <## 제시문 원문은 뒷부분에 수록해 놓았습니다 ##>


    글샘: 출제 측은 ‘가’의 내용을 ‘나’의 내용에 비추어 논하고, 그 과정에 미국 사회와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를 비교하라고 주문했어. 또한 세 가지 예화를 사회 변화 속도와 연관지어 의미를 파악하고,  하나를 택해 그 입장에서 기업·가족·정부의 변화 속도를 예측하고 이유를 밝히라는 요구 조건이 있었단다.


    글짱: 예전 논술보다는 조건이 훨씬 까다로워진 건 아닐까요?


    글샘: 문제 파악이 쉬워진 반면에 논술 작성은 어려웠다는 얘기가 맞을 거야. 그러나 주어진 조건을 잘 이해하면 오히려 창의적인 논술이 가능한 문제라고 봐. ‘부의 미래’라는 책을 미리 읽어 본 학생이라면 논점을 파악하기가 쉬웠을 테고. 그 책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평소 신문읽기를 꾸준히 해 온 학생이라면 충분히 개요를 짤 수 있었을 거야.


    글짱: 그동안 신문에 그런 내용이 어떻게 보도되었나요? 그리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글샘: 먼저 기업인 등이 ‘부의 미래’를 주제로 신문에 기고한 글을 짧게 소개하면서 설명해줄게.


    <참고 글 1>

    예전의 만화가 공상 과학의 현실을 이끌었듯. 이런 가능한 예측이 가까운 미래의 기업환경을 적절히 설명해 주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징후는 많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디지털 문명이 기업을 배려해 속도를 조절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중략)
    오늘날 기업이 앨빈 토플러의 지적처럼 정부보다 10배나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가. 기업환경은 기업의 의지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변화무쌍한 환경 변화에 얼마나 적응하느냐이다. 이 조건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 정책에 앞서 이제는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의 피가 섞인 인력자원을 우선적으로 보듬어 끌어안는 정책을 펼쳐야 할 시기이다. (어느 중소기업 대표의 경남신문 칼럼 중에서)


    <참고 글 2 >

    시간을 생각 없이 다뤄서 생겨나는 문제가 속도의 충돌이라고 앨빈 토플러는 그의 신작 ‘부의 미래’에서 피력하고 있다. 경제발전의 속도를 높여가는 나라의 주요 제도들이 뒤처져 있다면 부를 창출하는 잠재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중략)
    비근한 예로 창원도심을 가로지르는 창원대로의 교통부하를 덜어주고 지역간 교통소통을 원활히 하고자 계획했던 국도25호선의 노선 합의는 10년이 넘게 걸렸고. 신항만 이름 석자를 짓는 데 부산. 경남의 자존심이 실리다 보니 3년 세월을 허송하고 난 후라 신항만 부두에는 컨테이너선이 접안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중략)
    사회의 변혁을 주도하는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데 행정적으로 지원할 지방정부가 시속 25마일로 늑장을 부리고 있다면. 사회전반에 엄청난 시간비용을 전가시키는 애물단지가 될 수가 있다. (지역 기업인의 경남신문 기고 글 중에서)


    글샘: 위 두 칼럼은 미국과 우리의 변화 속도를 비교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할 때 적절하지. 노동인력 문제와 정부정책의 허점을 지적하는 중소기업인의 심정이 담긴 글이라 ‘기업’분야의 속도를 다룰 때 활용할 만하단다. 어때? 참고 글을 읽어 봐도 속도변화에 대처하는 기업과 정부의 처지를 짐작할 수 있겠지. 특히 창의적 글쓰기 측면에서 경남 출신 수험생들은 <참고 글 2>처럼 지역의 문제를 엮어 자기 주장을 전개하면 돋보이는 논술이 될 수 있지.


    <참고 글 3 >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최근 “기업들은 시속 100마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비해 노조는 30마일, 정부는 25마일, 교육시스템은 불과 10마일로 달린다. 기업은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반면 노조와 정부, 교육시스템은 20세기 대량 생산시대에 머물고 있는 꼴”이라고 했다. 이는 그나마 교육 개혁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교육시스템을 예로 든 것이고, 우리나라 대학의 개혁 속도는 아마 이보다 훨씬 느릴 것이다. 우리 대학들이 변화해 나갈 방향은 어디까지나 대학 경쟁력 향상에 두어야 한다. 독특한 교육과정의 개발, 교육여건 개선, 취업률 제고, 품격 있는 대학문화의 창달 등을 통해 학생 만족도와 학생 경쟁력을 개선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어느 대학원장의 경남신문 기고 글 중에서)


    글샘: 위 글은 ‘대학의 변화 속도’를 다루고 있어. 이와 마찬가지로 수험생은 ‘가정의 변화 속도’를 얘기할 때 이러한 형식으로 전개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논술시험에선 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영역에서 풀어가는 글감이 가장 중요하단다. 그런 예는 당연히 자신의 독창적인 사고에서 나와야지. 이번엔 여러 신문에 실린 글 중 ‘변화와 속도’라는 주제에 걸맞은 글을 뽑아 보았어.


    <활용 글 1>
    양궁에서 화살 속도가 100㎞라고 가정할 때, 뒷바람이 10㎞로 불면 실제 화살 속도는 110㎞까지 늘어난다. 반면 앞바람이 불 땐 실제 속도는 90㎞로 줄어든다고 한다. 속도가 줄어든 만큼 비거리 역시 감소하므로 선수들은 평소 연습 때보다 좀 더 윗부분을 겨냥해 화살을 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속도의 변화에 대비함으로써 10점 만점 타깃에 명중시킬 수 있는 것이다.


    글샘: 위 글은 식물들의 성장 속도가 다양하지만 어우러져 자연의 조화를 이룬다는 내용의 <예화 1>에 견줘 쓸 수도 있는 글감이야. 예를 들면. 사회 변화의 속도는 영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해야 하고 적절한 조절도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글이 나올 수 있겠지. 양궁 선수가 ‘바람의 속도’에 맞춰 목표점(과녁)을 재조정하는 것처럼 말이야.


    <활용 글 2>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과 공과를 설명하며, “10년 이상 미뤄왔던 사업을 참여정부에서 다 정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를 해소 못했고, 부동산 문제가 조금 걸려 있지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스템은 다 준비해가고 있다”며 “돌이켜보면 왜 이렇게 속도가 느린가 하는 게 있지만 정책 하나가 정착되려면 3년씩 걸리고 그것이 우리 정책의 속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글샘: 위 예문은 산양들이 먹이 경쟁을 하면서 속도 경쟁을 한다는 <예화 3>과 맞물린 글을 쓸 때, 우리 정부의 속도 문제에 어떤 게 걸림돌인가 하는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글감이 될 수 있지. 정부 정책 결정자도 무한 경쟁을 통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사회 변화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싶었을 거야.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떠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었다면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논술에 담을 수 있겠지.


    <활용 글 3>
    가족에 대한 가치관 변화는 결혼기피·저출산·가족해체·이혼·노인부양 등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어 심각함이 더하다. 미혼여성은 결혼과 육아부담 때문에 독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의식변화 수준에 따라 가지 못하는 양성평등 속도나 기존의 가부장적 의식 탓이 크다.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로 대두된 우리 사회, 여기에 겹친 심각한 독신풍조는 고령사회 진입에 가속 페달을 밟는 격이다. 결혼 기피는 저출산을 낳고 곧 닥칠 고령화 사회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글샘: 돌고래들이 같은 속도로 함께 헤엄칠 때의 장점을 다룬 <예화 2 >를 선택해 논지를 전개할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글감이야. 사회 전체가 같은 속도로 변화하면 ‘노인 문제’나 ‘여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 드러나는 문제점을 지적해가며 글을 전개할 수도 있겠지. 물론 여기에다 정부, 기업, 가족 등 사회의 각 영역이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수험생의 구체적인 의견 제시는 필수 사항이란다.


    <활용 글 4>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를 통해 다가오는 제4의 물결을 예견하고 경제에서 사회제도. 비즈니스부터 개인의 삶까지 미래 세계를 조명한다. 먼저 그는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이 속도의 충돌 때문임을 밝힌다. 경제 발전의 속도를 사회 제도나 정책 등이 보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부와 관료조직, 정책과 법 제도는 30마일도 안되는 속도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런 속도의 차이는 결국 상호 충돌을 야기하고 변화, 발전의 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한 사람의 개개인이 영향을 받고 미치는 공간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지역적인 경제 파워로는 승부를 낼 수 없으며. 그런 견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세계화와 우주 공간으로의 도약이 부 창출 면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경남신문 신간에 소개된 된 글 중에서 발췌 요약)


    글샘: 신문의 ‘책’지면에 실린 소개 기사도 꼼꼼히 읽어 볼 필요가 있어.

    글짱: 지난 10월 논술 탐험 때 글샘이 ‘책과 신문에서 글감 찾기’를 가르쳐 주었잖아요? 그때 ‘부의 미래’에 대해서 언급한 기억이 있는데요.

    글샘: 그렇지. 레스터 서로우의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라는 책을 예로 들었을 거야. 그 글 중에서 한두 가지는 이번 서울대 논술에서 써먹을 수 있었다고 봐.


    <예문 > 한국 경제에 대해서 레스터 서로우는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이 지금까지 활용해 온 수출주도 성장 전략은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국가 성장 전략을 찾아야 한다. 중국이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을 채택하는 한 한국이 중국과 동일한 전략을 사용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라고 경고한다.(중략)
    미래 글로벌 경제는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세계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추진될 수 있으며, 인간의 의지에 따라 그 모양을 달리할 수 있다.


    글샘: 사회의 각 영역이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독창적인 글은 전적으로 수험생의 몫이야. 이렇게 글샘이 예문을 소개해 주어도 수험생이 논리에 맞게 써먹지 못하면 효과가 없단다. 논리의 비약을 조심하면서 자기 주장을 잘 펼쳐야만 제대로 된 논술이 된단다. 재차 강조하지만 ‘논술은 어떠한 사안을 지금(오늘날) 학생(나)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것’이란 점을 유념해야 해.  차별화된 논술을 쓰려면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서 ‘지금 우리의 삶과 변화’를 논제에 대입해 독창적 견해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지. 얘기가 너무길었구나. 오늘 논술탐험은 여기서 그치자. (편집부장)



    ▶2007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논술고사 문제

    【논제】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 각 영역은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

    【제시문 가】는 우리 사회 각 영역. 특히 기업. 가족. 정부의 변화를 진단하고 있다. 【제시문 나】는 어느 학자가 미국 사회 내 해당 영역의 변화 속도를 수치화하고 이를 분석한 것으로서. 가장 빨리 변화하는 영역의 속도를 시속 100마일로 설정하고 있다.
    ※ 주어진 논제에 대한 글을 쓸 때 다음의 조건을 만족시킬 것.

    1.【제시문 가】의 내용을 【제시문 나】의 내용에 비추어 논하라. 그 과정에 미국 사회와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를 비교하라.
    2. 예화 1. 2. 3을 사회의 변화 속도와 연관지어 그 의미를 파악하라.
    3. 세 개의 예화 가운데 하나를 택하고 그 입장에 서서 기업. 가족. 정부의 변화 속도를 예측하고 그 이유를 밝히라.

    【제시문 가】
    오늘날 세계는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변화 폭도 넓기 때문에. 변화의 흐름에 한번 뒤떨어지면 이를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다각적인 검토를 통하여 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1997년을 전후로 하여 우리 나라를 비롯한 동남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겪었던 외환 위기도 무한 경쟁의 흐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또한 급속한 산업화로 인하여 환경 파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하였듯이. 미래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치밀한 준비를 통하여 이와 같은 문제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1. 기업
    우리나라가 1960~70년대에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원의 배분은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되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정치 권력과 기업이 유착되는 경우도 있었고. 그것이 곧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개방화 시대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경영과 회계 전반에 걸쳐 국제적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각 나라의 지역적 특수성이 곧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문화 예술 분야에서와는 달리 기업 경영에서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나 관행이 더 이상 통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2. 가족
    오늘날 급속한 사회 변화로 인해 가족 생활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족 규모가 축소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었으며. 가족 구성원 간에도 민주적이고 평등한 인간 관계가 보편화 되었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들의 개성과 창의성이 중시되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혼과 재혼이 늘어나고 많은 여성들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녀 양육과 교육에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핵가족화. 이혼 및 취업 여성의 증가 등으로 노인 부양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실업과 빈곤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 자녀 교육으로 인한 ‘기러기 아빠’의 등장과 같은 문제가 생겨나기도 한다.

    3. 정부
    우리 정부는 과거 경제 성장 과정에서 각종 규제를 만들어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에 크게 개입하여 왔으나. 이제는 민간의 창의와 자발적 참여를 통한 경제 성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최근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비대한 행정 조직 및 관료 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공직 사회의 부조리 등을 청산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IT 기술을 활용하여 행정 활동의 모든 과정을 혁신함으로써. 정부의 업무 처리를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개선하고. 국민에게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 정부(e-government)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제시문 나】
    지식정보화 시대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사회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지식과 정보를 생산. 소유. 활용하는 역량에 따라 개인과 집단의 부와 명예가 크게 달라진다.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세계 각국은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각기 다른 속도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선진 사회가 필요하다. 모든 경제는 그것이 속한 사회의 산물이고 사회의 주요 제도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세계 어디서나 봉건 시대의 제도들은 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다. 마찬가지로 산업 시대의 관료주의는 지식 기반 시스템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미국의 현실 역시 다르지 않다. 오늘날 미국의 주요 제도의 변화 속도를 자동차 속도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

    1. 기업: 시속 100마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기술 혁신. 즉각적이고 더 큰 만족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 게다가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인해. 기업들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그리고 공급 업체와 유통 업체에게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신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변화할 것을 강요한다. 금융 부문 역시 기술의 발전. 새로운 규율. 다각화 되는 시장. 재무 상태의 변화에 반응하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한다. 그러나 기업의 구조 조정 또는 인수 합병으로 인해 배고픈 실업자. 우울한 투자자가 생겨나기도 한다.

    2. 가족: 시속 60마일
    오늘날 미국에서 직장인 아버지. 전업 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18세 미만의 두 자녀로 정의되는 핵가족은 25% 미만이다. 편모나 편부 가정. 동거하는 커플. 이전의 혼인 관계에서 생긴 아이들을 양육하는 가정. 최근에 합법화된 동성 결혼 등 여러 유형의 가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회 제도 중에서 가장 늦게 변하는 가족 제도가 수십 년 사이에 급격하게 달라졌다. 한편 기업의 일부 기능이 기업 외부로 이전됨에 따라 가정도 기업의 기능을 받아들였고.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로 재택 근무하는 사람이 이미 수 천만 명을 넘어섰다. 디지털 혁명이 쇼핑. 투자. 주식 거래 등을 집안에서 해결하게 만들었다.

    3. 정부: 시속 25마일
    지난 수십 년간 각종 비판을 받으면서도 변화를 지연시킨 관료제 정부 조직이 시민의 일상 업무를 간섭하고 있다. 정부 조직은 천천히 변화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기업의 변화를 늦춘다. 정부의 의사 결정이 지지부진하여 도로 건설 계획 하나를 승인받는 데 7년 이상이 걸린다. 그리고 정부는 부패를 방지하고 공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의회의 승인을 받아 예산을 집행한다. 그러다 보니. 예컨대 20년 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5년 단위로 집행되는 15개년 방위 계획 프로그램을 운용하려고 할 때. 예산은 1년 단위로 확보되고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3년 계약직에 불과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예화 모음】
    [예화 1]
    식물들을 관찰해 보면 제 나름의 시간과 속도로 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채송화는 낮에 잠깐 피었다 시들지만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코스모스는 라일락만큼 향기는 없지만 서로 다른 계절에 꽃을 피워 우리를 즐겁게 한다. 또한 복숭아나무와 사과나무는 동시에 열매를 맺지 않는다. 이처럼 식물들은 서로 다른 시간에 다른 속도로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꽃을 피우는 시기도, 열매를 맺는 계절도 다르지만 이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자연을 이룬다.

    [예화 2]
    돌고래들은 떼를 지어 움직일 때 마치 한 마리가 행동하듯이 같은 속도로. 같은 몸짓으로 헤엄친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이 추측해 볼 수 있다. 우선 여러 마리의 돌고래가 한 몸인 것처럼 움직임으로써 아주 거대한 동물인 것처럼 보이게 하여 포식자로부터 자신들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또한 돌고래가 무리지어 헤엄치게 되면 각각의 돌고래가 받는 물의 저항이 줄어들게 되어 힘들이지 않고 멀리 이동할 수 있고. 돌고래들 사이의 의사 소통도 용이해진다.

    [예화 3]
    아프리카에 사는 산양의 일종인 ‘스프링복’들은 처음에는 풀을 뜯으며 평화롭게 무리를 지어 움직이지만 앞서가는 양들이 풀을 뜯어먹어 버리면 뒤따르는 양들이 먹을 것이 없어지기 때문에 풀을 차지하기 위하여 앞 다툼을 벌인다. 그래서 양들이 모두 조금씩 빨리 달리기 시작한다. 뒤따르는 양들이 속력을 내어 달려오므로 앞서가는 양들은 더 빨리 달리게 되고 결국은 양떼 전체가 앞을 다투어 전속력으로 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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