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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종교와 사회복지

  • 기사입력 : 2007-03-14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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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를 듣거나 읽게 될 때 상쾌함보다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안타까운 내용의 소식들이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자살 내용의 기사가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합니다. 유명인의 자살 소식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만 무엇보다도 생계문제로 자살하였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종교인이면서 사회복지를 하고 있는 본인에게 그 충격이 가장 크게 다가옵니다.

    이웃에 대한 제 자신의 무관심과 탐욕이 또 한 사람의 무고한 생명을 잃게 하는 데 일조 또는 방관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부린 조그만 욕심이 더 큰 탐욕을 낳게 되었고. 그 탐욕이 세상을 이렇게 각박하게 변화시켰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욕심이 계속 남아 있는 한 세상은 각박해질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더 많은 돈을 바라게 되고. 세상은 돈 없이 살기에는 더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탐욕이 지배하는 세상은 경쟁력을 더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쟁이 강조될수록 탐욕은 커져가고 빈부격차는 심화되기 마련입니다.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이 다시금 경쟁의 대열에 합류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경쟁대열에서 낙오한 그 순간 다른 경쟁자들은 이미 멀찌감치 달아나 버렸고. 경쟁사회의 패자에게 그 고통은 얼마나 크며. 얼마나 오래 지속할 것인지는 쉽게 가늠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패자의 고통이 지대할수록 사회복지와 종교는 해야 할 것이 많아집니다.

    서로 돕고 살자. 어려운 사람을 위해 헌신하며 살자. 남들에게 이런 말들을 수없이 내뱉으며 사회복지관을 운영해 왔습니다. 생활고 때문에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상은 더 각박해지고 있는데. 그 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고 각박한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는 중에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 몇푼 안되는 지원금이나 나눠주며 사회복지한다고 자위하며. 불평등이 고착되는 일에 일조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습니다.

    패자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지원금을 마련하기 바쁘고. 얼마 되지 않는 지원금을 나눠주며 많은 생각들을 가져봅니다. 경쟁사회는 계속해서 패자를 만들어낼 텐데 사회복지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경쟁사회에서 탈락한 우리 이웃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에 사회복지가 일정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세의 완화를 위해 역할을 하였지. 결코 치료의 역할은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하기에 사회복지를 하면서도 종교인으로서 또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우리 각자가 부린 탐욕이 모여 이 세상을 이처럼 각박하게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고통받는 사람들 속에서 내가 부린 탐욕의 결과를 바라보게 됩니다. 내 탐욕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회복지 실천은 어쩌면 종교인인 나에게 내가 부린 탐욕에 대한 보속행위로 다가옵니다. 진해시종합사회복지관 곽준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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