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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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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47) 통합논술 따라잡기

  • 기사입력 : 2007-03-14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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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생각하라고 할까


     글짱: 궁금한 게 있어요. `논술을 쓴다'라는 말이 맞나요? `논술을 한다'라는 말이 맞나요? 신문의 논술 지면을 보면 강사들이 `논술을 쓴다'라고 표현하던데요.


     글샘: 논술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것에 관하여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함. 또는 그런 서술'이야. 따라서 문법적으로는 `논술하다'라고 하는 게 바람직하단다. 그러나 지금은 `논술'이 글쓰기 장르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논술을 쓴다'라고 표현해도 틀렸다고는 할 수 없겠지.


     글짱: 아, 그리고 지난주 글샘이 김해에서 논술특강을 했잖아요. 만화도 논술에 도움된다는 대목을 신문에서 봤어요. 뭐더라, 서울대 합격생이 `명탐정 코난'을 즐겨 봤다는 얘기 같은데….


     글샘: 그건 말이야, 초등생들이 독서로 쉽게 이어지는 한 과정이라는 점과 함께, 중고생들도 머리를 식할 겸 추리하는 시간을 가져볼 만하다고 예를 든 거란다.


     글짱: 논술 공부에 도움될 구체적인 근거는 있을 거잖아요?


     글샘: 어른인 나도 `명탐정 코난'을 빌려 본단다. 코난이 추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과학'이 나오거든. 예를 들면, 이산화탄소가 공기보다 무겁다는 원리를 이용해 완전범죄를 노린 살인사건 같은 거지. 범인이 자백하도록 논리적으로 완벽한 상황 설정과 증거물을 제시하는 게 `통합논술'의 원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탐정이 되어 추리해 보는 거지.


     글짱: 통합논술은 모든 교과에서 배운 지식과 삶의 경험을 논제에 맞춰 논리적으로 쓰는 글이라면서요?


     글샘: 그렇지. 만화뿐만 아니라 TV에서도 과학의 원리를 볼 수 있어.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에선 과냉각 상태의 사이다를 딸 때 이산화탄소가 액체 상태의 사이다를 순간적으로 얼게 하는 실험을 보여 주었지.


     글짱: 생활 속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다른 교과목의 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글샘: 대학 논술 문제도 마찬가지야. 2007학년도 서울대 수시논술 문제를 본 학생이라면 잘 알겠지.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이 오늘날 `나'라면 어떤 역사관으로 호동왕자의 자살을 논할 것인지를 묻고 있단다. 내가 역사학자가 되었다는 가정에서 오늘날 윤리관과 접목해 비판적 글쓰기를 해야 하거든.


     글짱: 글샘은 기자니까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남다르잖아요. 논술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기사를 예로 들어 주세요.


     글샘: 사회 교과와 접목시켜 볼까. 올해부터 아파트 경비원에도 최저임금제가 적용됐지. 그런데 현실은 엉뚱하게 흘러가는 거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였지만 입주자대표회에서는 비용 부담 때문에 오히려 경비원을 줄이는 `이상한 제도'가 되고 있어. 이러한 사례를 글감으로 현실과 제도의 부조화 현상을 비판하는 논술도 쓸 수 있겠지.


     글짱: 무심코 넘어간 일인데, 우리 아파트에도 일자리를 잃은 경비원 아저씨들이 있겠네요. 해결책이 없을까요?


     글샘: 신문에선 아파트 관리비 면세 혜택을 주장하고 있어. 다른 대안은 숙제로 낼게. 한번 고민해 보거라. 또 얼마 전 한 농촌으로 시집 온 외국인 새댁이 임신 8개월의 몸으로 도시에 있는 병원으로 가다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기사가 났어. 왜 그 지역에 있는 병원에 가지 않았을까? 농촌지역엔 분만실이 있는 병원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야. 출산이 감소하다 보니 농촌에선 산부인과를 개업하면 운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어. 그러면 대안은 뭘까? 맘대로 생각해 보자. 농촌 산부인과엔 정부나 지자체에서 재원을 보조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지역 주민이 꼭 필요한 곳에 나랏돈을 쓸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는 게 지방의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할 수도 있겠지.


     글짱: 신문에 난 기사들도 기자의 시각으로 접근하니까 참신한 논술 글감이 되네요.


     글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 그림은 어른의 눈에는 무섭게 안 보여. 왜? `모자'로 보이기 때문이라지. 시각의 차이란다. 자기 지역의 아주 중대한 문제도 다른 지역 사람들의 관점에선 하찮은 일로 여기는 경우와 마찬가지야. `왜 그럴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신문을 읽으면 `나만의 시각'을 기를 수 있는 논술교과서가 된단다. 논술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왜 생각을 많이 하라는지 이제 알겠지? 오늘 논술탐험은 여기서 끝낼게.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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