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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해군항제에 부치는 벚꽃 단상

  • 기사입력 : 2007-04-02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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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히들 일본 벚꽃인 `소에이요시노(染井吉野)가 제주왕벚과 동일품종으로 알고 있다.
     
    야생종 왕벚나무 표본을 감정한 장미과의 세계적 권위자인 베를린 대학의 퀸네라는 학자는 1912년에 왕벚나무를 일본 소메이요시노의 변종이라고 학회에 보고한 적이 있다. 다만 고이즈미 겐이치라는 일본 식물학자가 1913년 소메이요시노의 원산지가 제주라는 주장을 폈다. 그의 설명인즉 누군가가 배로 일본의 토색종교의 본거지인 요시노산(吉野山)에 제주 왕벚꽃을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시노산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이때 심은 소메이요시노의 원목(原木)은 고사하고 비슷한 수종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소메이요시노의 출처에 대해서 이렇다 할 결론이 내려진 바 없다.
     
    제주도 왕벚꽃이란 이름도 오래된 것은 아니다. 육지학자들이 현지 답사에 나선 1963년도에 처음으로 지은 것이라 한다. 그때까지는  `털벚나무'나 `사쿠라'로 표기하고 있다.
     
    도쿠가와 막부 말기에 첫 선을 보인 이 꽃이 불과 100년도 안돼 야생 사쿠라를 포함해 395종이나 되는 일본 사쿠라 중에 으뜸 사쿠라가 되었을까. 이 품종은 접목 등 영양번식에 의한 활착률이 높아 한꺼번에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잎이 돋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 관계로 관상적 가치가 높다. 특히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전국 시·정·촌에 호국신사 등을 세우면서 조경목으로 소메이요시노가 심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나무는 속성수여서 수령이 30년쯤이면 벌써 고목티를 낸다. 수령 80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 일본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진해 해군통제부 내의 가로수로 심어진 수령 50년 정도로 추정되는 소메이요시노가 몸통이 썩어 큰 구멍이 생겼고 여기에 시멘트로 땜질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오모리현 히로자키 성터에는 1882년 그곳 다이묘(영주)가 1천 그루의 소메이요시노를 심었는데 다 죽고 한 그루가 남아 있다. 수령 125년의 최고 고목으로 이토록 오래 살게 한 기술이 뭔지 배워야겠다고 일본 전국은 물론 중국 무한시에서는 매년 10여명의 연수생을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지금 소메이요시노의 단명(短命) 문제로 비상이 걸려 있다. 효고현의 간자키정에서는 1992년에 사쿠라 하나엥이라는 일명 사쿠라박물관을 조성했다. 전국으로부터 수집한 250종의 사쿠라 품종 2천500그루가 심어져 있는데 예상밖으로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메이요시노는 식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단명이란 이유에서다.
     
    아키타현의 구쿠노다테정에서는 소메이요시노를 특별관리하기 위해 문화재과 안에 사쿠라계(系)를 두고 있다. 도쿄의 우에노공원 등 전국 사쿠라명소에 가게 되면 소메이요시노 나무마다 일일이 번호표가 붙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일본에서는 사쿠라 나무를 심을 때 한 그루에 5천엔 또는 1만엔의 신청금을 받아 나무 곁에 출연자의 이름을 적은 말목을 세운다. 일컬어 오너 제도이다. 자녀의 출생이나 진학 등의 기념식수를 하게 하는 것이다.
     
    진해시도 외국의 많은 묘목을 들여와 벚꽃수목원을 조성하면 벚꽃도시로 손색이 없을 사업이 될 것이다. 1940년 김정구가 불러 히트를 한 `창경원 가세'처럼 `벚꽃은 진해'라는 가요를 지었으면 좋을 것 같다.
     
    이제 결론으로 소메이요시노와 왕벚의 관계를 살펴 보자. 1923년 이기령, 안학수는 왕벚꽃의 염색체수를 n=8이라고 밝혔으나 일본의 학자들은 소메이요시노의 염색체수를 2n=16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소메이요시노는 수령 50년이면 몸통이 썩는 조로현상을 보이는데 제주의 수령 200년이라는 왕벚나무는 수피(樹皮)가 멀쩡했다. 앞으로 두 품종간에 세포, 핵 등 과학적 실험을 통해 그 유연성과 동질성이 확인될 때에만 소메이요시노의 원산지가 제주라는 설득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안병규 /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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