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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48)논술 안 해도 된다?

  • 기사입력 : 2007-04-04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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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상의 전환과 통합논술


     글짱: 2008학년도 대입에선 주요 사립대들이 수능 위주로 학생을 뽑겠다고 발표했잖아요? 그러면 이젠 특별히 논술공부를 안 해도 되나요?


     글샘: 그런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더구나. 하지만 일부 사립대들이 `수능만으로 정원의 30%를 선발한다'는 것은 입시 요강의 골격일 뿐이야. 현행 대입제도하에서는 한 대학에 합격하고도 다른 대학으로 이동이 가능하므로 수능만으로 입학하는 인원은 10%이하도 될 수 있어. 그러면 마지막 정시모집에선 그 결원만큼 추가 모집해야 하니까 논술로 뽑는 인원이 많아지는 경우도 생기겠지.


     글짱: 서울대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바뀌더라도 통합교과형 논술을 중요한 전형 요소로 쓰겠다고 하던데요?


     글샘: 올해는 서울대가 입학사정관제 시범 도입을 검토하는 등 고교등급제 부활 기미까지 보이고 있어. 그래서 현재 고3 학생들은 `우리가 실험용 모르모트냐'며 황당해 한다지.


     글짱: 이렇게 입시제도가 자주 바뀌는 환경에서도 논술에 신경을 써야 하나요?


     글샘: 그렇지. 다만 지금보다는 할애 시간을 조금 줄이고 평소 학교수업을 통한 통합교과형 논술로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일 거야. 특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수학이나 과학시간에 배운 원리를 생활 속에서 찾아 `생각 넓히기'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단다.


     글짱: 어떤 식으로 하는 건데요?


     글샘: 아마 초등학교 수학시간에 분수나 소수를 배웠을 거야. 사과를 반으로 쪼개면 분수로는 1/2이 되지. 소수로는 0.5가 될 테고. 또 체중계에 올라서서 `내 몸무게는 23.5킬로'라고 말할 때도 소수가 들어가지. 글샘의 아들은 유치원생 때 농구장에 가서 창원LG와 상대팀의 점수차를 계산하며 뺄셈을 배웠어. 그리고 신문에 실린 프로농구팀 순위표에서 `1.5게임차'와 같은 걸 보며 자연스럽게 소수를 접했단다.
     초등생이 된 뒤에는 각 팀의 게임차를 보며 어느 팀이 몇 승을 더 해야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확률(경우의 수)을 만나더구나. 이러한 방법은 신문활용교육도 되는 셈이지.


     글짱: 아, 그런 거군요. 참, 지난번 김해서 열린 논술특강 때, 고스톱을 예로 들어 이와 같은 수리 개념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거론했다면서요?


     글샘: 그 자리에선 간략하게만 얘기했어. 사실 고스톱(사진)을 `좋지 않은 놀이'로 인식하는 학부모들도 꽤 있거든. 그러면 오늘 여기서 고스톱의 교육적 효과만 소개해 볼게. 글샘의 친구는 집에서 두 아들과 몇 가지 놀이를 같이 즐긴다더구나.
     부루마불(블루마블)이라는 게임을 하면서 세계의 도시 알기와 경제공부를 하고, 고스톱에서는 여러 수학의 원리를 체험하게 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그래.
     하지만 놀이의 규칙을 미리 엄정하게 정해 아이들이 도박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예의를 가장 강조한다더구나.


     글짱: 정말 괴짜 아빠군요. 그런 놀이가 아이들의 생각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나요?


     글샘: 그 친구의 별난 놀이법을 듣고는 나도 긴가민가 했어. 그런데 어느 교수가 쓴 책에도 그와 비슷한 수학체험 얘기가 나와.
     3명이 고스톱을 칠 때 48장 중에서 7장씩 갖고 바닥에 6장을 펼쳐 놓지. 이를 토대로 7장을 갖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묻고 있어. 그 문제를 푸는 방법을 `6x+y=48'이란 방정식으로 나타내더군.


     글짱: 재미있는 수학공부네요. 답은 뭐예요?


     글샘: x=6, y=12도 답이 돼. 그리고 x=5, y=18도 가능해. 물론 여기서는 `축하피'나 `쓰리피' 등 보너스 패는 일단 무시하고 48장만으로 계산해야 한단다.
     모르는 수(부정의 수)의 개수가 식의 수보다 많으면 답이 여러개 나오지. 이게 바로 중학교 수학시간에 배우는 `부정방정식(不定方程式)'이란다. 이렇듯 수학적 사고나 개념은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단다.


     글짱: 아, 수학 학원에서 배운 `빵 나누기 방법'과 비슷한 문제네요.


     글샘: 그렇지. 빵 3개를 4명에게 나눠주는 방법을 배운 적 있니?


     글짱: 네. 그건 저도 알아요. 먼저 분수인 3/4을 떠올리면 돼요. 빵 2개를 반으로 쪼개 4명이 한 조각씩 갖고, 나머지 빵 한 개는 4등분해 한 조각씩 갖는 거죠. 그러면 수식은 3/4=1/2(2/4)+1/4이 되잖아요. 맞죠?


     글샘: 그래. 잘 맞혔어. 너무 잘 알려진 문제인가? 논술학원에서는 `아라비아 상인의 유산 분배'를 예로 들어 창의력 증진 수업을 많이 하더구나. 낙타 17마리를 큰아들은 1/2, 둘째 아들은 1/3, 셋째 아들은 1/9을 나눠 가지라는 유언 말이야. 이 분배 방법은 숙제야. 집에 가서 혼자 연구해 봐.


     글짱: 그 밖의 생활 속의 수학 원리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글샘: 으∼음. 신문지를 50번 접으면 그 높이는 얼마쯤 되겠니? 신문 한 부 두께가 0.1mm라고 가정하고 말이야.


     글짱: 아마 우리 집 천장 높이 정도 될까요?


     글샘: 겨우 그 정도? 놀라지 말거라. 1억km가 넘어. 한 번 접으면 0.2㎜, 두 번 접으면 0.4㎜…. 기하급수의 원리지. 정확한 답은 1억1천258만9천990km란다.


     글짱: 신기하군요. 그러면 과학의 원리를 논술에 응용할 사례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글샘: 혹시 `구들'이 뭔지 아니?


     글짱: 알아요. TV프로그램 `상상플러스'에서 봤어요. 한자어로는 `온돌'이잖아요.


     글샘: 그래. 구들은 아궁이에서 불을 때어 따뜻한 기운이 방밑에 깔아놓은 돌을 지나가면서 방바닥을 덥히는 우리 고유의 난방장치지. 여기에는 오묘한 과학의 원리가 숨겨져 있어.
     과학시간에 배우는 열의 전달 방식인 `대류'를 이해할 수 있고, 기체는 넓은 곳에서 좁은 곳을 지나가면 압력이 낮아지고 속도가 빨라진다는 `베르누이의 정리'가 적용됐음을 알 수 있단다. 자세한 건 글짱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스스로 알아보거라.


     글짱: 이런 생활 속의 수리 개념이 논술 공부에 얼마나 도움을 주나요?


     글샘: 서울대가 지난 1월에 3주 동안 중등교사 300명을 대상으로 논술지도 연수를 한 적이 있어. 논술 수업 설계와 논술교육 전략을 비롯해 수리논술의 지도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유익한 연수였다고 하더구나.
     어느 강사는 국어뿐만 아니라 수학·과학·사회과 교사들이 연계한 논술형 수행평가를 시도해 보라고 제안했어. 신문 기사 스크랩은 물론, 학생들에게 `내가 오늘 타고 온 전철의 길이는 몇 m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합리적 근거를 들어 수치를 추정해 보는 연습 등이 유용하다고 강조했어.


     글짱: 그래서 학교 수업이나 수행평가에서 논술을 염두에 두라는 것이군요.


     글샘: 앞에서 공부한 `빵 나누기' 방법은 수학적으로는 공평한 분배가 정답이지만, 논술에서는 사회학 개념으로 접근해 마지막 남은 빵 한 개를 사회극빈층에게 주는 방법도 해답이 될 수 있겠지.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논술에서 참신한 대안을 제시하는 글감으로 활용할 수 있어. 통합논술은 교과과정이나 사회생활에서 접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 쓰는 시험이니까 말이야. 앞으로 대학이 요구하는 논술 답안엔 국어나 사회뿐만 아니라 수학과 과학의 원리까지도 접목한 종합적 사고가 담겨야 할 거야. 그래서 오늘 논술탐험에선 다소 다루기 껄끄러운 고스톱 얘기까지 끄집어 냈단다. 그렇다고 행여 글샘을 도박 옹호론자로 오해하지는 않겠지.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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