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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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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예술과 기업의 相生은 이 시대의 과제

  • 기사입력 : 2007-04-20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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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창원컨벤션센터 1층 로비에서는 의미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창원예총 소속 작가들이 1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회가 무슨 대수라고 호들갑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항용 개최되는 전시회와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용인즉슨, 지역 중견작가들이 창원공단내 30여 기업체를 방문해 생산공장 전경을 담은 그림이나 사진을 비롯해 사훈(社訓)을 쓴 서예작품 등을 도민들에게 선보인 다음 해당 기업체에게 무상으로 기증할 것이라 한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사람들 가운데 예술인들이 왜 스스로 기업을 찾아가 허리를 숙여가며 저자세를 보이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지만 그것은 오해라고 본다. 이 전시회가 열리게 된 것은 예술계가 평소 재계(기업)로부터 물질적인 도움을 받아왔지만 특별히 사례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작은 답례란 게 참여 예술인들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하여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예술인들이 개인적으로 기업체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이러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이들의 진정성을 굳이 `색안경'으로 덧칠해 곡해할 아무런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볼 때 이번 전시회는 지역 예술인과 지역 기업인들간에 우정의 튼튼한 징검다리를 놓는 계기가 될 것이란 믿음이 간다. 기업인들은 대다수 예술인들이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창작혼을 불사르는 예술인들을 보면서 기업인들은 무언가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란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그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해 차일피일 지원의 손길을 미루고 있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으리라고 여겨진다.

    가진 자들이 예술가들을 돕는 것을 `메세나 활동'이라 하며, 고대 로마시대 때 예술인들을 적극 지원한 사람인 `메세나'의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기업메세나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이제 그 출발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술품과 기업 상품은 언뜻 볼 때 서로 상반되는 듯하지만 깊게 고찰해 보면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오늘날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지금 세계는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해 있다. 이러한 싸움에서 승리해야만 기업도 살아남고 국가도 번영하게 된다. 지금 세계인들은 상품을 선택할 때 실용성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미적 형태를 매우 중시한다. 다시 말해 예술성이 잘 조화된 상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예술적 이미지를 도입한 상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과 관련해 기업이 신상품을 개발할 때 예술인들에게 자문해 이들의 견해를 반영한 독특한 미적 형태를 갖춘 제품을 만들었을 때 국내외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것은 기업 경쟁력 상승과 고부가가치의 이익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제는 기업인과 예술인들이 서로 손을 잡아야 할 때다. 기업인들이 예술인들의 번뜩이는 미적 영감을 신상품 개발의 아이디어로 연결해 지혜롭게 활용함으로써 세계인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 나간다면 세계무역시장의 벽이 아무리 높더라도 훌쩍 뛰어넘을 수가 있지 않겠는가. 기업인들의 예술인 돕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 상생(相生)의 차원에서 이해돼야 할 것이다. 이것은 메세나 운동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임무를 보람되게 이행하는 길이기도 하다는 점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예술이 돈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한다면 엄청난 기업이윤, 나아가 국부(國富)를 창출할 수가 있다. 이렇게 볼 때 기업인과 예술인은 한 배에 동승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상생의 관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술이 흥해야 기업이 살고 기업이 발전해야 예술이 소담한 꽃을 피울 수 있는 상생(相生)의 시대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실천해야 할 당면한 과제요 현실임을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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