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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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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 논술 주제별 강좌] (9) 오리엔탈리즘

  • 기사입력 : 2007-05-30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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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시대 굴절된 시선 바로잡기

    글 [가]. [나]는 서구 문화 및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글 [다]는 서구의 식민주의가 비서구 식민지에 끼친 영향에 대한 글이다. [다]에 제시된 개념을 활용하여 [가]. [나]에 드러난 태도를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적·사회적 방안을 논술하시오. (1.200자~1.400자 )<한양대 2002학년도 정시 논제 - 제시문은 뒷부분에 수록 >


    # 출제의도와 제시문 분석

    제시문은. 김용석. 이승환의 대담집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 ‘안산 외국인 노동자센터’에서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시한 <외국인 노동자 실태보고서〉.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서 발췌. 재구성한 것이다.

    이러한 지문을 통해 수험생들에게 작성하도록 요구한 답변에서 드러나듯. 이번 논술문제의 특징은 ‘우리의 현실에 대한 안목과 그에 대한 반성’과 관련된다.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우리들의 비인간적인 시선. 한편으로 서구적 가치를 우리 것으로 오인하거나 무의식적으로 지향하는 욕망 사이에는 같은 인식론이 자리 잡고 있다고 판단했다. 아픈 식민지 역사를 피해자로서 경험한 우리가 왜 가해자의 위치에 서 있는가. 수험생들이 이러한 행태의 원인을 자기성찰적으로 파악하여 답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출제 의도의 첫째 항목이다.

    둘째로는 학생들이 이제 배우게 될 학술적 개념들을 이용하여 실제 현실을 진단하고 분석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환언하면 대학에서의 학문은 그 사회와 유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이다.

    셋째로는 논술시험이 지니고 있는 교육적 목적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했다. 수험생들은 논술공부를 위해 많은 책을 섭렵한다. 또 수많은 관계자들이 논술문제의 성격을 분석한다. 우리는 그들의 관심 영역을 우리 현실의 치부나 병리현상에 대한 반성적 진단으로 확대하고자 했다.

    논술의 지문은 대개 고전적 저작들의 내용에서 발췌한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상당히 부담감을 가지고 입시용으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본교의 경우 쉽게 읽을 수 있는 대담 기록이나. 학생들이 일상에서 늘 접촉하고 있는 인터넷 게시판 게시물도 수용하여. 학생들의 일상생활 자체야말로 진지한 사색의 대상이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했다.

    [사진설명]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중심적 사고방식이기는 하지만, 동양인이 스스로 그와 같은 가치를 내면화했을 때 완성되는 것이다. 사진은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본부의 외국인 근로자 한국문화 체험행사. /경남신문DB/



    # 논술문 작성방향

    이 논제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부문만 간단하게 언급하기로 하자. 이와 같은 주제에 대해 논술할 경우 많은 학생들은 당위적인 정답을 적어내기에 바쁘다. 가령 오리엔탈리즘이 서양중심적 사고방식이라는 점에만 주목한 나머지 ‘정답’이 마치 서구중심적 사고방식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단정하는 식의 답안이 전체 답안의 절반 정도였다. 이렇게 되면 아무런 의심도 없이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이 이어진다.

    하지만 일단 그 ‘정답’은 두 가지 의미에서 문제다.

    첫 번째는 지나치게 당위적이라는 점에서인데. 물론 논술의 견해가 당위적인 것은 그 자체로 문제될 것이 없기는 하다. 하지만 그와 같은 당위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서구중심성의 운동원리(메커니즘). 즉 배경에 대한 치밀한 설명을 빠뜨리는 한. 문제적 현상에서 곧바로 문제의 해결책으로 비약하는 엉성함을 보여줄 뿐인 것이다.

    두 번째는 그와 같은 서구중심성과 한국의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멸시가 문법적으로 동일한 구조 위에 놓여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서구와 동양(한국)의 관계와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관계가 동형적인 관계에 놓여져 있다고 한다면. 서구중심주의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한국중심성(주체성)을 선택하는 순간 한국의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우월감을 설명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 또한 그 해결이 난감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사례 모두가 동형적인 구조 위에서 발생한 무의식의 체계라는 점에 착안해야 하는 것이며. 중요한 것은 제시문 [다]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면화’를 그 해답으로 찾아내야 할 것이다.
    즉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중심적 사고방식이기는 하지만. 동양인이 스스로 그와 같은 가치를 내면화했을 때 완성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이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적 현상이 나오는 문제의 경우. 당연하게도 논술의 방향은 그와 같은 문제가 비롯되는 원인이나 배경에 대한 분석이 논술문 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결책이 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서술되어야 함도 물론이다. 다만 해결책의 경우 반드시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문제의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조금 덜어두기로 하자. 왜냐하면 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라면. 아무도 알 수 없는 요원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논술문제로 출제되는 문제라면 대개의 경우 그 해결책이 난감한 것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출제자의 입장에서 글을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오히려 어떤 방향의 접근을 하고 있으며. 그 견해는 얼마나 또렷한지에 있을 것이다. 이 점에 주의하기로 하자. <경남초암아카데미 제공>


    # 한양대 2002학년도 정시 논제

    [가] 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이야기를 좀 더 나눠 보고 싶군요. 제국주의 시기에 서양인들은 자원 착취와 시장의 확보라는 두 가지 목적에서 해외로 진출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역사ㆍ문화ㆍ지리ㆍ사상 등과 관련된 해외 원주민들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했죠. 이런 식으로 제국주의 시기에 서양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동양에 관한 지식의 체계가 ‘오리엔탈 스터디’ 곧 ‘동양학’입니다.
    그들은 세계를 서양ㆍ동양으로 나누고 ‘서양=문명. 동양=야만’이라고 주장하면서 동양을 폄하했습니다. 그들은 불상에 대한 경배나 조상에 대한 제사를 우상 숭배나 미신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서양 종교가 정말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까? 서양의 종교도 기적의 염원과 마술이 팽배했던 전통시대의 의례와 관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잖아요. 향을 피우고 물을 뿌리고 하는 것들도 원래는 주술적인 관습들이 종교적으로 의례화된 것 아니겠어요? 그런 것들이 고등 종교로 발전하면서 세련되고 멋있게 보이는 것이지요. 이런 행위만이 문명적인 것이고. 동양의 종교에서 향 피우고 절하는 것은 미개하거나 야만적인 우상 숭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이 이렇게 만들어진 서양의 동양관을 내면화해서 스스로의 문화와 사상을 미신. 비합리. 비과학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내면화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여기엔 힘의 논리. 강자의 억압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현실이 작용했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건대. 서구적인 근대화에 몰입하다보니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적 시각마저도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하고. 그것에 근거해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뭐랄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은 진정한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 서구에 의해 재구성된 ‘우리’의 모습이겠지요.
    -김용석. 이승환의 대담집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 중에서

    [나] 한국 업체에 고용된 동남아 출신 근로자들에게는 인권유린과 저임금이 당연한 통과의례가 되어 버렸다. 인종차별적인 비아냥과 욕설을 일상어처럼 들어야 하고.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한다는 게 외국인 노동자들의 하소연이다. 한국인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임금을 받는 이들에게 “그 정도 월급이면 너희 나라에서는 1년을 벌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거나. 그들이 합숙소에 생활용품을 공급해 달라고 요구하면 “못사는 데서 왔기 때문에 물욕이 많다”고 대응하며. 작업 속도가 느리면 “돈 벌러 왔으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도 게으르기만 하다. 그러니 너희 나라는 천상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면박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수생으로 온 한 미얀마 근로자는 자신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토로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저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처음에 한국에 올 때에는 열심히 일을 잘하면 일한 만큼 돈도 벌고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동남아 사람이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월급이 적게 책정되고 생산량이 더 많아도 한국인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게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또 한국에 있는 동안 유럽인이나 미국인을 대하는 태도와 우리 동남아시아인을 대하는 태도 사이에 차이가 큰 것을 보면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동남아시아인. 아프리카인. 유럽인. 미국인. 한국인 모두가 붉은 피가 흐르는 같은 사람이 아닙니까?”
    -‘안산 외국인 노동자센터’에서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시한 <외국인 노동자 실태보고서〉중에서

    [다] Colonization is a specific form of cultural and economic exploitation that developed with the expansion of the West over the last 400 years. Colonies of the western empires adopted western institutions. and thus. colonization meant westernization. Former colonies want to overcome their colonial legacy. but it dies hard. In addition. colonized people have internalized some contradictions derived from colonial experiences. Firstly. they had to. or wanted to. imitate the colonizer by adopting the latter‘s habits and ways of thinking. Their imitation resulted. not just in the simple reproduction of those traits. but in a sense of inferiority. Secondly. colonized people have double standards for judging people: one for their fellows. and another for their colonizers. This self-division is a direct result of imposed colonialism. These contradictory factors constituted the structure of feelings and attitudes of the colonized people for the following generations. even after independence has been achieved.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중에서

    *아래는 제시문 [다]의 우리말 번역.
    식민화는 지난 4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구 사회의 팽창과 함께 발전해온 문화적이고 경제적인 착취의 특수한 형식이다. 서구 제국의 식민지들은 서구의 제도를 받아들였고. 그래서 식민화란 서구화를 의미했다. 초기 식민지들은 그들의 식민유산을 극복하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어렵다. 그에 더하여 식민지 주민들은 식민경험으로부터 도출된 어떤 모순을 이제까지 내면화했다. 첫 번째로 그들은 식민제국의 관습과 사고방식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식민제국을 모방해야 했거나. 혹은 모방하기를 원했다. 식민지 주민들의 모방은 그러한 특징들을 단순히 재생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열등의식을 낳게 되었다. 둘째로. 식민지 주민들은 사람들을 판단하는데 있어 두 가지 기준을 가진다 : 그 하나는 자신과 같은 식민지 주민들에 대해 적용하는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의 식민제국에 대해 적용되는 기준이다. 이러한 자기분열은 강요된 식민주의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이러한 모순적인 요소들은 세대를 넘어서 이미 독립을 성취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식민지 주민들의 감정과 태도의 구조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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