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심강보의 논술탐험](51)초등 고학년 글쓰기

  • 기사입력 : 2007-06-13 09:43:00
  •   
  •     열살 글쓰기 여든까지 간다

     글샘: 초등학교를 찾아 NIE(신문활용교육: Newspaper In Education) 특별수업을 할 때면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라고 묻곤 한단다. 오늘은 초등 고학년 친구들이 귀담아 들을 만한 글쓰기 방법을 알아보자꾸나.


     초딩: 안녕하세요? 창원에 있는 초등학교 4학년 민지예요. 지난달 저희 학교에서 했던 NIE수업은 `신문을 갖고 놀자'는 말씀대로 재미있는 수업이었어요. 특히 수업 끝부분에 덤으로 가르쳐 주신 `글쓰기 비법'이 기억에 남아요. 다른 친구들도 알아두면 좋겠던데, 신문에 내 주시면 안될까요?

    [사진설명]  신문활용교육(NIE)을 겸한 글쓰기 특강에 참가한 창원 대방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들이 강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경남신문DB/


     글샘: 그래, 오늘 논술탐험은 그때 수업한 얘기에다 좀더 자세한 설명을 보태 얘기해 주면 되겠구나. 그러면 민지가 여러 친구들을 대신해 궁금해 하는 점을 질문하면 글샘이 답하는 식으로 할게.


     초딩: 좋아요. 학교에서 글쓰기 숙제만 내 주면 걱정부터 하는 초등생이 많다고 했잖아요?


     글샘: 민지도 그때 고개를 끄덕였잖아. 사실 그래. 글을 쓴다는 것이 귀찮은 게 아니라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머리가 아픈 거라고 봐야지.


     초딩: 맞아요. 저번 달엔 가정의 달이라고 `부모님'을 주제로 글쓰기 숙제를 해야 했거든요. 솔직히 고민만 하다가 밤늦게 인터넷 검색을 해서 조금 베껴 써냈어요. 어휴, 우리 선생님이 알면 안 되는 비밀인데….


     글샘: 괜찮아. 이제부터는 그렇게 안 하고 민지 너만의 글을 쓸 거잖아. 지난달에 글샘의 아들도 `부모님'을 주제로 글쓰기를 해야 했어.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 내게 묻더라. 그래서 말해 줬지. 주제를 더 좁게 줄일 수 있도록 `제목부터 정하라'고.


     초딩: 제목이라고요? 그게 글쓰기 비법이에요?


     글샘: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무작정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쓰기 쉬울 거야. 글샘이 아들한테 예를 든 제목이 `아빠의 뒷모습'이란다. 그러곤 머릿속에 무엇이 떠오르냐고 다시 물었지. 민지는 어떤 게 떠오르니?


     초딩: 글쎄요. 흰머리가 좀더 늘어났는지 희끗해진 모습이 떠올라요.


     글샘: 바로 그거야. 무심코 바라본 아빠의 뒷모습이 많은 생각을 갖게 할 거야. 그 느낌을 글로 써 보렴. 글샘의 아들도 그 말을 듣고는 30분 만에 글을 완성하더구나. 내용을 좀 보자고 했는데도 안 보여주는 바람에 어떻게 썼는지는 나도 몰라.


     초딩: 그러면 다른 제목도 만들어 볼 수 있겠네요. 술취한 아빠? 담배 끊은 아빠? 아니면 엄마의 잔소리?


     글샘: 하하하. 벌써 다 배웠구나. 그게 어려운 말로 `생각의 확장'이라고 하지. 이 단계만 넘으면 글쓰기 두려움이 아주 많이 사라지지.


     초딩: 혹시 그런 주제로 쓴 글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글샘: 생각나는 글 중엔 `담배 피우는 아빠'를 주제로 쓴 어느 학생의 습작글이 있어. 몇 단락만 소개해 보마.


     ☞ 예문 1

     저번에 아빠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 이제 좀 끊으세요. 요즘 끊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제발 이번 하나만 피우고 그만 좀 피우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직장에 갔다온 후 축 늘어져 있는 아빠의 얼굴과 몸을 보니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담배 하나 피우는 것 때문에 뭐라고 하기엔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장 “아빠, 담배 좀 끊으세요”라고 빨리 재촉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니코틴의 중독성은 알았지만 아빠의 힘든 일도 모른 체할 순 없어서이다.

     

     초딩: 와~. 잘 썼네요. 이런 글은 주제가 `금연 글쓰기'일 때도 활용하면 될 것 같은데요?


     글샘: 맞아. 사실은 금연을 주제로 쓴 글이야. 이처럼 글에 내 가족이나 주변의 얘기가 들어가면 읽는 이에게 느낌을 많이 줄 수 있지. 초등학교 고학년 때 글쓰기 방법을 제대로 배우는 게 중요하단다. 그 습관이 여든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면 이번엔 다른 학생의 글을 한 편 소개할게. 아빠가 하던 사업이 부도나면서 겪은 딸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글이야.

     
     ☞ 예문 2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가 났다. 부모님의 힘들어하는 약한 모습을 보았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솔직히 충격이었다.
     항상 강하셨던 아버지, 어머니. 우리 아빠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할 거라 믿었다. 그런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강하다고 믿었던 부모님의 눈물을 보았을  때 내 마음은 싱숭생숭해졌다.
     뭔가 가슴에서 욱 하고 나올 것 같은 기분, 왠지 아빠 엄마 앞에선 울면 안 될 것 같아 방문을 꼭 잠그고는 이불 속에 들어가 엉엉 울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아닌 듯 착한 딸 흉내를 내었다. (중략)
     가족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부모님의 눈물을 보는 경험, 조금은 빠듯한 생활 역시 축복이다. 밥 굶는 경험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무나 못하는 경험을 했다. 조금 더 굶고 조금 더 아파보고 깨지고 또 부서지고 다시 일어나서 이다음에 커서 눈물 닦아 줄 사람 없는 사람들에게 가서 눈물 닦아 주라고 더 넘어뜨리나 보다.
     눈물 닦아주는 거 쉬운 일 아니지 암.

     
     초딩: 눈물이 핑 도는 글이네요.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하니, 이런 일을 겪는 학생들이 많을 거예요.

     글샘: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는 있게 마련이야. 이렇게 굳고 밝은 마음으로 쓴 글을 갖고 있다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읽으면 아주 값진 교훈으로 남을 거라고 봐. 오늘은 여기서 그칠게.(편집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심강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