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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든 섬진강 은어요리 제철이네

  • 기사입력 : 2007-06-21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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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백하고 시원한 수박향

    회 구이 튀김 찌개 찜 등 다양

    6~7월초 제맛... 피로회복에도 좋아


    녹음이 점점 짙어지면 금빛 모래를 따라 흐르는 섬진강이 은빛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1년생 회귀성 생물인 은어가 지난해 겨울 태어나 바다로 나갔다 5월께 버들잎과 함께 모천인 섬진강으로 다시 돌아 온 것이다.

    섬진강이 은빛으로 물들면 전국 각지의 강태공과 미식가들은 하동 섬진강을 찾는다.
    섬진강이 내놓는 푸른 맛 ‘은어’를 맛보기 위해서다.

    시원한 은어는 무더운 여름철 피서용 음식으로도 제격이다.
    생선에서 웬 시원함? 의심하지 말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은어 한 점이면 시원한 수박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는 것을.
    이런 독특한 향 때문에 중국에서는 은어를 ‘香魚’로. 영어로는 ‘sweet fish’라고 부른다.

    은어는 5~9월까지 맛볼 수 있지만 참 맛을 볼 수 있는 시기는 6월부터 7월초까지다.
    5월에 모천으로 돌아와 9월경 알을 낳고 11월께 죽는 은어살이를 볼때 너무 어리지도 크지도 않은 지금이 적당하게 오른 살과 부드러운 뼈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다.

    하동에서 섬진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화개 등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 어딜 가나 은어를 맛볼 수 있다. 섬진강의 은어는 타지역 은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투명한 빛과 담백한 맛을 자랑해 ‘은어 하면 섬진강 은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

    화개장터에 들어서면 자연산 은어를 내세운 자부심 높은 식당들이 줄이어 있다.
    물론 예전에 비해 양식은어가 많이 늘긴 했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이면 주인아저씨들은 은어를 잡기위해 강으로 나선다.

    은어회. 은어튀김. 은어구이. 은어백숙. 은어죽. 은어매운탕. 은어초밥 등 메뉴도 다양하다. 뻔한 요리법이라도 은어 특유의 상큼함이 더해지면 은은한 맛이 난다.
    지금 철에는 막 피어 흐드러진 버들잎처럼 살결이 야들야들 연해서 횟감으로 제격이다.

    “옛날 섬진강에서 잡았던 은어는 임금 수라상에 올랐었대. 그만큼 귀한 고기였단 것만 알고 먹으면 돼.”
    시원하게 섬진강을 마주보며 은어를 맛 볼 수 있는 한 식당. 주문한 회를 내오는 아주머니의 말이다.

    통째로 썰어 나온 은어를 보며 목에 가시가 걸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상추쌈에 매실 장아찌와 야채를 싸서 입안에 넣자 특유의 향이 입안 가득 싸하게 퍼진다. 들은대로 수박같기도 하고 오이같기도 하다. 다른데 비유하기보다는 이것이 바로 은어 맛일게다. 확실히 바닷내보다는 푸른숲내가 더 난다.

    은어의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는 열쇠도 향이라고 한다. 자연산에서만 나는 수박내는 양식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 이러한 향은 맑은 하천이나 강밑바닥에 면서 발달한 입턱으로 돌이끼를 갉아먹는 은어의 습성으로 인해 난다.

    은어의 살은 매우 담백하고 부드러워 단맛이 느껴진다. 입에서 씹히는 맛은 탱탱하면서도 부드럽다.
    은어를 소금에 구운 구이나 튀김. 찌개도 일품이다. 은어 뱃속에 고기양념을 채워서 찜을 해먹기도 한다.
    특히 7월 중순부터는 살이 제법 오르고 큼직해져 은어는 회보다는 소금을 살짝 쳐서 구워먹는게 더 좋다.
    아삭아삭 뼈까지 씹히는 은어튀김은 또 하나의 별미로 칼슘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다.

    맛 뿐만이 아니다. 은어는 위의 음액을 보충해 위기능을 강화시키고. 폐를 자양시켜 해소를 멈추게 하고 이뇨작용을 강화시키는 작용이 있으며 몸이 허약하고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에게 좋은 건강음식이기도 하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은어의 맛에 대해 조선의 한 선비가 “죽는 것은 괜찮은데 상놈의 입에 들어갈까 슬프다”고 유언했다고 하니. 올 여름 더 늦기 전에 죽으면서도 아쉬워했다는 그 맛보러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조고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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