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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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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52) 주제어 활용법

  • 기사입력 : 2007-07-04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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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려’를 떠올려 보면 다양한 글감이 보인다

    글샘: 요즘 시험기간인 학교가 많더구나. 장마철이라 눅눅한 날씨에 공부하기도 싫을 텐데. 오늘은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얘기로 시작해 보자. 옆에 있는 사진을 보렴. 글샘의 초등 2학년 아들이 ‘슬기로운 생활’ 참고서에 나온 문제를 풀고 써 놓은 답이야. 아내와 내가 그것을 보고 너무 황당해 쓰러질 뻔했단다.

    글짱: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간다? 맞는 말이네요.

    글샘: 그렇다고 답이 맞았다며 동그라미 쳐 줄 수는 없잖아. 초등 2학년생에게 단원의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라는 둥 어려운 얘기를 해 주기도 부담스럽지. 그래서 ‘넌 생각이 남다르구나’ 하면서 조금 다독거려 주었단다. 아무리 아이지만 배려는 해 줘야 하지 않겠니?

    글짱: 잘하신 것 같네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글샘: 얘기가 나온 김에 오늘 글쓰기 공부는 ‘배려’를 주제로 잡아 보자꾸나.

    글짱: 예전에 대학 논술시험 주제로 자주 나온다며 언급한 것이네요.

    글샘: 그렇지. 어떤 제시문이 나오든 자기 주장과 대안 제시를 다루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배려’라고 얘기한 적이 있지. 물론 이와 같은 주제가 될 수 있는 글감으론 소통이나 가치, 경쟁, 행복, 유행(트렌드),  웃음, 중독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말이야.

    글짱: 왜 ‘배려’를 특히 강조하시는 건가요?

    글샘: 사회란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야.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기는 일들 중에 ‘배려’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아니?

    글짱: 글쎄요. 거기까진 아직….

    글샘: 지금도 기억나는 어린이 작품이 한 편 있어. ‘2003년 경남신문 어린이문예상’ 저학년 산문 최우수상을 받은 초등 3학년생의 글이지. 한 번 읽어 봐.


    <예문 1 > 봉사위원 뽑던 날

    3학년이 되고 삼 주일쯤 지난 후 봉사위원을 뽑았다. 난 가슴이 콩닥콩닥거렸다. 2학년 때에도 봉사위원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가 날 뽑아 줄까?’ 라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아침에 엄마에게 내가 나를 봉사위원으로 적어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엄마께서는 그래도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남자친구 동진이가 자기를 뽑아 달라고 하였다. 난 망설였다.‘내 이름을 적을까 동진이 이름을 적을까’ 망설이다가 동진이를 뽑았다. 나는 내가 표를 많이 받고. 뚱뚱한 동진이는 표를 많이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선생님께서 발표를 할 때. 나는 ‘으악. 세상에 이럴 수가.’ 동진이는 13표를 받았고. 나는 0표를 받았다. 나는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서 혼자 울었다. 동진이는 정말 나쁘다. 나는 자기 이름을 적어 줬는데 동진이는 내 이름을 적어 주지도 않고. 정말 나쁘다. 2학기 때는 봉사위원 뽑을 때 꼭 내 이름을 적을 거다.

    글짱: 아주 쉽게 쓴 글이네요. 어린이의 안타깝고도 억울한 마음이 잘 담겨 있네요.

    글샘: 내가 강의를 나갈 때 자주 예로 드는 작품이야. 글멋을 부리지도 않고 솔직하게 쓴 게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단다. 이 작품의 주제도 결국 ‘배려’라고 할 수 있지. 남을 생각해 주는 마음 말이야. 다른 예를 들어 볼까. 지난 일요일에 일본 진출 통산 100호 홈런을 친 이승엽 선수 있지. 언젠가 그가 홈런을 친 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더구나. “투수가 실투한 것 같다. 운이 좋았다”라고.

    글짱: 저도 그 장면을 TV에서 본 기억이 나요.

    글샘: 사실은 거짓말이야. 투수가 실투하는 건 거의 없다고들 얘기하지. 어찌 보면 이승엽 선수의 겸손일 수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상대 투수를 배려한 말이라고 할 수 있어. 아마 그게 이승엽이 일본 무대에서 살아 남는 비결이라고 봐도 될 거야.

    글짱: 야구경기를 보면서도 그렇게 깊은 뜻이 있다고 생각하다니. 글샘은 생각이 참 깊은 것 같아요.

    글샘: 아니야.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고. 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그렇게 평가한 걸 인용했을 뿐이야. 이러한 사례를 ‘배려’라는 주제가 나왔을 때 잘 써먹으라고 얘기하는 거지. 논술시험에서 활용할 때 `배려`는 우호적인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려는 관계 체계로 개념을 잡아 서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겠지. 조금 다른 차원으로 논하고 싶을 땐. ‘겸양지덕’이라는 전통과 일맥상통하다는 걸 전제로 풀어나갈 수도 있잖아.

    글짱: 논술에서 왜 사고력과 창의성을 중요하게 보는지 조금은 알 것 같네요.

    글샘: 그러면 이번엔 인터넷글을 예로 들어 볼게. 누군가 내 메일로 보내 온 글인데. 이충호라는 작가가 쓴 글이라고 적혀 있더구나.. 일부분만 소개할게.


    <예문 2 > 사해가 주는 교훈

    (……)사해는 왜 이렇게 ‘죽은 바다’가 되었을까? (……)사해는 요르단 강물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그 물을 다른 곳으로 흘러 보내지 않고 담아 두기만 하기 때문에 그 물이 증발하여 함수호(소금기가 많아 물맛이 짠 호수)가 되어 생물체가 살지 못하는 죽은 바다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자연 섭리는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은 많은 이웃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인정이 넘치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지만.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 욕심만 채우기 때문에 이 세상을 인정이 메마른 삭막한 사회로 만들어 가게 되는 것이다.


    글샘: 배려의 참뜻을 되새길 수 있는 아주 의미있는 글이지. 인터넷을 검색해서 한 번 전체 글을 읽어 보거라. 이처럼 ‘배려’라는 주제로 쓸 수 있는 글은 논술뿐만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의 글쓰기에 적용된다고 보면 돼. 그러면 이번엔 어른이 쓴 글을 예를 들어 볼까.


    <예문 3 > 값진 사랑

    책상을 정리하다 보니 오래된 내 통장에 2만5000원이 남아 있었다. 때마침 1만원씩 500명이 후원하면 복지시설에 있는 어린이들이 여름피서를 갈 수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공돈이 생긴 김에 좋은 일 한 번 하고 싶어졌다. 신용카드도 없는 통장이라 일부러 은행까지 가서 2만원을 인출해 1만원은 계좌송금을 했다.  ‘진해 희망의 집’이라는 곳으로.
    그런데 창구의 은행원이 나를 바라보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은 일 하시는데 수수료를 400원이나 받아서 너무 죄송해요!”라고.   나를 아주 가난한 사람으로 봤나 보다.  하기야 통장에 2만5000원밖에 없는 사람이 그 절반을 이웃돕기로 송금한다고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물론 내가 부자는 아니지만. 오늘 마음이나마 부자가 된 것 같아 기분좋은 하루였다.  신문에 난 그 기사 제목처럼.
    “휴가비 1만원 떼내 ‘값진 사랑’ 한 번 해봐!”


    글짱: 야~ ! 글감이 정말 좋네요. 감동이 팍팍 밀려오는데요. 저도 이런 글을 써 보고 싶어요. 그런데 누가 쓴 글이에요? 혹시 글샘이 직접 쓴 거 아니에요?

    글샘: 맘대로 생각하렴. 오늘 논술탐험에서 중요한 건. ‘배려’를 예로 든 것처럼 어떤 주제와 글감을 잘 접목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지. 이러한 글감 접목 방법만 잘 알고 있어도 자기 생각을 글에 담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거야. 그러면 다음 시간에 보자꾸나.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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