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금요칼럼] 끔찍한 대통령을 뽑지 않으려면 / 조용호 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7-07-06 09:45:00
  •   
  • 미국 하버드대 아서 슬레진저 교수는 1948년 유명한 역사가 55명에게 미국 역대 대통령의 순위 평가를 요청했다. 반세기가 지난 후 그의 아들 슬레진저 2세가 32명의 전문가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놀랄만한 사실이 나타났다. 세월이 흘러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했음에도 위대한(great) 대통령은 그대로이고. 끔찍한(worst) 대통령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변화가 있다면 위대함에 근접했거나. 평범한 대통령에게서 있었다.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위대함’ 반열에. 워렌 하딩. 율리시스 그랜트는 ‘끔찍함’에 들어갔다.

    네이슨 밀러가 쓴 ‘미국의 최악의 대통령 10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밀러는 2002년 이 책을 내면서 10명의 끔찍한 대통령을 선정했는데. 그중에는 리처드 닉슨과 지미 카터도 들어 있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 역사상 유일하게 하야했고. 카터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 이유였다. 빌 클린턴은 3류 스캔들의 문제로 대상에 들어갔지만 집필 당시 현직 대통령이어서 평가에서 유보시켰다.

    밀러의 대통령 이야기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국가지도자인 리더(Leader) 역할을 말해 준다. 리더의 국가에 대한 비전과 목표. 그 달성 노력의 여하에 따라 역사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한번 끔찍한 대통령으로 선정되면 영원히 끔찍한 대통령으로 오명을 남기고 국가를 추락시킨다.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이 재임하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른바 ‘2010년대’ 세계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단연코 경제 세계화(ecnomic globalization)의 흐름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친디아(Chindia. 중국·인도)의 중흥은 여전하다. 일본이 미래형 첨단산업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고.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슈퍼파워로 부상한다. 중국이 아시아 경제 부상을 이끄는 선두주자가 되고. EU(유럽연합)와 2대 축을 이뤄 미국 독무대의 세계경제를 3극체제로 재편할 것이다. 한-미. 한-EU FTA도 발효한다. 기술혁신과 IT. BT산업도 놀랄만큼 발전하여 ‘돼지콩팥을 단 인간’이 나와 수명이 100세로 연장되고. 수소에너지. 도마뱀 정도의 지능을 가진 로봇이 가정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 바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급변의 세계. 총칼을 들지 않았을 뿐.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경제전쟁. 기술전쟁이 도래한다는 말이다. 세계화의 시대에 국경이나 민족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경제의 논리. 자본의 논리. 이윤의 논리가 있을 뿐이다.(2010 대한민국 트렌드-LG경제연구원 著. 10년후 한국-공병호 著 참조)

    이런 살벌한 글로벌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이겨낼 수 있는 길은 일차적으로 리더의 능력에 달려 있다. 조선 왕들의 하루 일과를 보면 새벽 4~5시께 기상하여 왕실 웃어른에 대한 아침문안을 시작으로. 조석(朝夕)간 세 차례의 공부와 업무·회의. 신료 접견. 심지어 궁궐 숙직자 확인까지 하고. 밤 10시께 상소문을 읽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밤 11시께였다.

    2010년대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이에 못지 않은 고된 업무에. 글로벌 전쟁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실력과 비전. 법과 질서의 원칙을 지키는 소신과 결단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지금 대통령 후보의 선거전에서 후보들은 나르시시즘(자아도취)에 빠져 있는지 모른다. ‘이 세상에서 내가 최고임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러 후보들 중 현명하게 최고를 가려내야 한다. 어차피 선거판은 설이 난무한다. 보는 눈이 어두워. 듣는 귀가 얇아. 판단하는 뇌가 나빠. 리더를 잘못 뽑아 자초하는 불행은 국민 스스로가 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국운이 쇠한다고나 할까. 겨우 밥 먹고 집 사고 자동차 타며 ‘좀 산다’고 한 것이 불과 20~30년인데 다시 헐벗고 굶주리는 가난한 과거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장 우리 자녀들이 불쌍해진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용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