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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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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법질서 없는 민주주의는 허구이다/민병기(창원대 교수)

  • 기사입력 : 2007-07-13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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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로 제헌절은 59주년을 맞이한다. 이제 한국에서 법질서가 얼마나 확립되었는가, 그것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 확립 정도가 한 나라의 문화수준이나 민주주의 성숙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치 확립의 수준이 바로 민주주의 수준이라고 말한다. 국민 누구나 법적으로 평등한 조건에서 자유 경쟁을 하도록 법치가 확립되어야, 우리나라도 진정한 민주국가로 성장하는 길이 열린다.

      안타깝게도 언론사들은 최근에 `법을 경시하는 풍조가 한국병'이라 지적하며 우리의 법질서가 흔들리고 있음을 비판했다. 〈시사저널〉(924호·7/10)은 특집으로 `지금 대한민국의 법치는 살아 있는가'를 마련했다. 여기서 집필진은 법질서가 확립되지 못한 원인이 일차적으로 대통령에 있음을 지적했다. 헌법에 명시된 권력 분권원칙을 무시하고 국가원수가 통치권을 극대화하는 초법적 통치 형태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헌법에 의해서 당선되었기에 누구보다 법 수호에 모범적이어야 할 대통령들이 오히려 탈법 통치한 구체적 사례를 들었다. 김영삼 정부가 공소 시효가 끝난 사건들을 재기소한 경우나, 김대중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하고 북한에 5억달러를 몰래 송금한 경우가 법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집필진은 법률가 출신인 현 대통령이 헌법과 선거법 위반으로 탄핵 소추를 받고서도, 반성·자숙하기는커녕 `그 놈의 헌법' 운운하며 법을 무시^비방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며 `법을 죽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헌법 69조를 보면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선서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중략)…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이렇게 `헌법 준수'가 직무 수행에서 제일 중요한 점이 잘 드러나 있는데, 대통령이 헌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니 언론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지난 7월7일 판에 `법치가 살 길이다'란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기획 집필진 모두가 `법질서가 확립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음을 경고했다. 국가의 법치가 확립되지 못한 중요한 이유로 집필진은 정부의 법 집행력 나약과 공권력 추락을 들었다. 국민 누구나 법에 따라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가 국가 공권력이다. 그것이 나약해지면 힘없는 국민들이 보호받을 수가 없다.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모든 폭력을 엄벌해야 된다는 논리였다. 자신들의 이익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합법적 규범을 악법이라 규탄하며, 거리로 나서는 폭력 시위도 국가의 공권력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큰 요인이 된다.

      2000∼2005년 사이에 폭력 시위를 막는 과정에서 3000여 전·의경이 부상했다. 불법 폭력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불에 타 죽은 부산 00대 사태의 관련자들은 민주화 인사가 되었다. 햇볕 정책이 옳다고 불법 송금이 정당화될 수 없듯이, 취지가 옳다고 불법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반드시 법적 절차를 밟아야 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다.

      1987년에 9차로 개정된 헌법의 특징은 당시 국민적 요구였던 대통령 직선제 도입, 국민의 기본권 강화,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 폐지, 국정 감사권 부활, 헌법재판소 신설 등 권력 분산·조화적 민주헌법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러나 법과 현실과의 거리를 좁히고 범국민적으로 준법의식을 높이기 위해, 헌법이 다시 개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 누구나 법과 친해질 수 있도록 그 문장이 읽히기 쉽게 명쾌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고쳐져야 한다.

      필자가 조사해 보니 헌법에 비논리^비문법적인 표현이 아주 많았다. 주어가 없거나 주어와 서술어가 의미상 맞지 않는 문장이 헌법 전문 130조 중에 무려 87개나 있다. 그 예로 “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2­①)의 경우, 주어는 `요건'이고 서술어는 `정하다' 같지만, `국회'가 주어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을 국회가 법으로 정한다”라고 써야 맞다. 또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2­②)에서 `법률이 정하는 바'는 틀린 표현이니, “국가는 법에 따라서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로 써야 된다. 이와 똑같이 틀린 표현이 헌법에 18번 반복되고 있다. 쉽고 명쾌한 문장으로 헌법을 고쳐야 국민 개개인의 준법의식이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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