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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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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日 자민당 선거참패의 교훈 - 이선호(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7-08-03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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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 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역사적인 참패’를 당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패 원인으로 연금 시스템 혼란. 잇단 추문 등 몇 가지가 꼽히고 있지만 그중 하나가 ‘격차 문제’였다. ‘격차 문제’는 국민들의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양극화 문제’와 다름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간 격차. 도·농. 대도시·중소도시의 격차 문제로 자민당은 전통적인 보수 텃밭에서조차 유권자들이 등을 돌려 한국과 비교하면 한나라당이 영남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패배한 것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바통을 넘겨준 고이즈미 전 총리에 이어 지방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세제 개혁. 공공사업 예산 축소. 복지 삭감 등 ‘작은 정부’를 계승해왔다. 재정적자와 저성장에 시달려온 일본으로서는 필요한 개혁일 수 있겠으나 반대 급부로 ‘격차 문제’를 낳은 것이다. 이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그 과실이 편중돼. 시장의 기능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선진사회 일본의 유권자들은 ‘격차 문제’에 대해 표로써 심판했지만 미국의 허쉬만 교수는 소득분배의 불평등에 따른 위험성을 일찍이 경고한 바 있다. 그는 터널효과(Tunnel Effect)로 이를 설명한다. 체증현상을 빚고 있는 2차선 일방통행 터널 속에서 어느 한 차선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자신이 탄 차의 차선도 곧 움직일 것을 기대하고 참고 기다리지만. 계속해서 한 차선만 움직이고 자신의 차선은 정체될 때 불만이 고조되고 교통순경마저 불신하는 사태가 발생하며. 급기야 참다 못해 불법적으로 딴 차선에 끼어들어 교통마비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상대적 박탈감을 어느 정도까지는 용인할 수 있지만 지나치면 큰 탈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허쉬만의 이같은 비유는 소득불평등에 대한 용인도가 경제개발 초기에는 높다가 점차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낮아져 분배 개선으로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경제. 사회적 불안이 가중돼 결국엔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잃게 된다는 경고다.

    참여정부 들어 적극적인 개입으로 과거에 비해 각 부문에 걸쳐 복지가 향상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주장해온 인기영합적인 정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세월의 IMF 관리체제와 신용카드 부실 등으로 인한 ‘負(부) 의 유산’을 극복하지 못해 소득과 관련한 ‘양극화 문제’ 해결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이를 해결하기에는 남은 기간이 짧다. 다음 정부가 떠맡아야할 몫이다. 때문에 여기서 해묵은 논쟁이지만 소득을 높이기 위한 경제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의 형평이 우선이냐는 문제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성장을 통해 분배가 골고루 이루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으나 성장과 분배는 역의 관계(Trade-off)에 있기 때문이다.

    즉 성장우선론자들은 나누어 가질 파이(Pie. 몫)를 키운 후에 분배의 형평을 추구해도 늦지 않을 뿐더러 그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한다. 반면에 분배 우선론자들은 분배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더 가진자를 위한 성장정책은 의미가 없으며 富가 富를 낳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다음 정부가 어느 쪽에 우선 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이에앞서 국민들이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대선이 4개월 남짓 남았다.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는 우리에게 反面敎師(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이 시점에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파이를 언제. 어떻게 나눌 것이라고 제시해야 많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대선주자들이 참고할 일이다.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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