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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 인질 석방결정 왜?

  • 기사입력 : 2007-08-13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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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난 여론 희석 협상우위 선점


    협상 테이블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탈레반이 유엔 등 국제기구의 신변보장 없이 ‘적진’인 가즈니시티에서의 협상에 응한데 이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인질 일부를 석방키로 결정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연합뉴스와 간접통화에서 ‘여성 인질 2명의 석방은 탈레반의 선의와 인도주의의 표시’라고 말했고 주요 외신과의 통화에서도 조건없는 석방은 ‘선의의 제스처’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에는 ‘탈레반 지도자위원회가 인도주의에 근거해 아픈 여성인질이 석방돼야 한다고 결정했으며 이는 한국 국민들에 대한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탈레반의 말대로 여성 인질의 석방 결정이 아무런 조건없이 이뤄졌다면 이는 인질협상에서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던진 탈레반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협상 당사자인 한국은 물론 요구조건인 탈레반 죄수 석방의 키를 쥔 아프간과 미국 정부. 그리고 국제사회를 압박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인질들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더는 한편 여성을 납치했다는 도덕적. 종교적 비난도 일부나마 희석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일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죄수 석방 없이는 어떤 인질도 풀려날 수 없다던 탈레반의 강경했던 입장을 감안하면 한국측이 아픈 여성 인질 2명을 우선 풀어주는 조건으로 ‘거래’를 제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실효적인 협상카드 없이 고전해온 한국 정부의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몸값 등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고 탈레반 입장에서도 ‘관용과 선의’로 포장해 아픈 인질을 석방할 경우 인질 관리의 부담을 더는 동시에 다소간의 실리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레반이 인질 석방을 결정한 이후 12일 밤까지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꼬박 하루 이상을 오락가락하는 혼선을 보인 점을 보면 인질석방 조건 등에 대해 탈레반 내부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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