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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61) 또 하나의 신분 '학벌'

  • 기사입력 : 2007-08-22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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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력과 능력의 차이는···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씻고. 밥을 먹으면 학교에 가지요. 여러분들은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나요?

    왜 공부를 할까요?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공부만 잘한다면 이 모든 일이 가능해 질까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채만식의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에선 이러한 의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교육만이 살길이라 믿었고. 모든 일이 가능하리라 믿었지요. 그래서 어떤 일보다 자식 교육을 중요하게 여겼고. 이에 헌신했어요. 그들에게 지식은 성공의 가장 확실한 열쇠이자 희망 그 자체였으니까요.

    농업중심의 사회였던 우리나라에 근대화라는 물결은 우리들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요구했어요. 과거 봉건시대의 엄격한 신분제도가 해체되고. 사회는 근대화에 따른 수많은 새로운 인력을 필요로 했어요. 새로운 시대에 요구하는 신학문을 습득하기 시작했고. 돈을 가진 새로운 계층인 신흥부르주아들이 등장하게 되었고. 돈을 가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계층도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당시 많은 사람들이 돈이 자신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고. 교육을 받아 지식을 얻게 되면 돈을 잘 벌 수 있다고 믿게 되었어요.

    학벌 중심의 인맥과 평가

    일제강점기하의 잘못된 경제구조로 인해 근대화의 과정은 식민지하의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었고. 지식인마저 레디메이드, 즉 기성품화 된 개성 없는 상품으로 찍어내면서 고학년 실업자는 물론 교육 또한 상품으로 전락하고 말았어요.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민중들이 자식들에게만은 가난과 그에 따른 설움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결국은 교육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학벌위조 사태를 보면서 아직도 근대화과정에서 몸부림치던 일제강점기하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거짓학위 파문 이후 유명인들의 학력 부풀리기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그 바탕에는 우리 사회의 과도한 ‘학벌숭배’ 풍토가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온라인 취업업체 ‘잡 코리아’가 지난해 11월 직장인과 대학생 123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건’을 묻는 질문에 22%가 넘는 사람들이 학벌이라고 응답한 바 있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의 학력차별은 이미 보편화되어 ‘명문대=우성인자’라는 사회적 신화가 보통사람들에겐 넘기 힘든 거대한 벽이 되어 버렸어요.

    학벌은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우리는 우리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배타적으로 형성된 집단을 의미해요. 마치 가족들이 ‘우리 가족’이라고 부르면서 맹목적으로 결속하는 것처럼 학벌도 ‘우리 학교’라고 뭉치는 것과 같아요. 학벌은 사회적인 가정이라고 할 수 있죠. 이 학벌의 가장 큰 폐해는 극단적인 서열화를 만든다는 점이에요. 과거에는 신분으로 서열화를 시켰어요. 지금은 학벌로 서열화를 시키고 있는 셈이네요.

    시대 맞는 평가 시스템 필요

    과거의 신분 서열화는 벗어날 수 없었지만 지금의 학벌 서열화는 그래도 이동이 가능하니까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요? 글쎄요. 학벌주의가 생기는 요인이 학력에 따른 높은 지위 획득의 기회와 가능성. 일류대 위주의 취업구조. 학벌중심의 평가 관행과 학력 간 소득격차. 학벌에 따른 인맥형성인데. 이미 부모의 능력에 따라 모든 것이 대물림되는 사회에서 과거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학벌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힘이 되고 능력이 되기에 많은 사람들이 학벌 앞에 좌절하고. 기이한 교육 과열로 교육문제가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해요.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제 3의 물결’에서 근대화과정, 즉 산업화 과정에서 교육의 목적은 대량생산에 맞는 인재를 양성에 내는 것이었기에 개개인의 개성계발이 아닌 기성품화 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만 잘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었다고 말했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시대는 이미 제3의 물결이 도래했고.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레디메이드 인생이 아니라 창의적인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에요.

    부분적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학벌파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실험을 하기에는 아직은 우리 사회가 학벌이 아닌 다른 다양한 평가 시스템이 없어 쉽지 않다고 해요. 학력이 아니어도 어떤 분야에 실력이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직업과 관련해서 다양한 능력을 갖출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지는 않을까요?

    [사진설명]  최근 허위 학력 문제로 물의를 빚은 문화예술계 인사들.  /연합뉴스/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1. 최근 가짜 학력 파문과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 하여 학벌사회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학벌사회로 인해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최근 교육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①사교육문제. 공교육붕괴 ②입시위주 과열경쟁으로 인한 인성교육 부재 ③대학의 서열화로 인한 지방대 붕괴 ④고학력 실업자 양산 ⑤양극화 현상

    3. 학벌위주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폐단 중 우리 사회의 ‘패거리 문화’를 들 수 있는데 우리 주변에서 이런 패거리 문화를 찾아보고. 문제점을 지적해 보세요.

    4. 학벌주의 사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대학평준화와 공직자 할당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에 대해서 조사해 보고 토론해 보세요.

    5. 최근 논술이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요. 논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토론해 보세요.

    6. 채만식의 소설 ‘레디메이드(ready-made) 인생’을 읽어 보고. 관련되는 기사를 스크랩 하여 1930년대의 시대적 상황과 오늘 2007년 시대적 상황의 공통점을 생각해 보고 토론해 보세요.

    7. ‘레디메이드 인생’을 통해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고. ‘내 이름 석자가 브랜드’라는 제목으로 글을 한번 써 보세요.

    필자- 유혜경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한국신문협회 ‘NIE 커뮤니티’(http://pressnie.or.kr) 부산·경남 지역커뮤니티 관리자 ◇부산 경남 NIE 연구회 홈페이지= http://www.yn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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