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남 술안주 맛을 찾아서 (3) 정겨운 손맛 '진주 실비'

  • 기사입력 : 2007-09-06 09:33:00
  •   
  • '진한 情' 듬뿍 10여 가지 '진미'

    실비(實費), 진주의 대표적인 술문화, ‘실비’는 그 말만큼 싸게 술을 마실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실비집은 ‘다찌집’, ‘통술집’과 비슷한 개념으로, 술값에 안주값이 포함돼 있어 술만 시키면 안주가 무료로 나오는 주점을 말한다.


    ‘마산 통술’·‘통영 다찌’ 섞은 진주 특유의 술 문화

    신안동·대안동 실비 중심으로 시내 300여곳 달해

    “진주 하면 실비 아입니꺼”

    실비집이 진주에 유행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다. 진주시청 관계자는 “추측컨대 마산의 통술과 통영의 다찌 문화가 진주로 스며들면서 진주 특유의 실비문화가 생겨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마산 통술과 통영 다찌보다 늦게 생성됐다. 특히 90년대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경제적으로 빠듯했던 주부들이 너도나도 실비집을 개업하면서, 진주가 실비의 천국(?)이 됐다. 다른 사업에 비해 실비집은 작은 공간과 웬만한 음식 솜씨만 있으면 개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곳곳에 생긴 실비집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서민들이 자리잡고 앉아 고픈 배도 채우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술잔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렇게 진주실비집은 서민들의 삶 속에 스며들었다. 진주에는 동네마다 실비집이 있다. 진주 요식업체에 따르면 진주 전역에 실비집이 300여개에 이른다.

    그중에 실비촌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신안동과 대안동. 특히 신안동은 3km 가까이 ‘실비 골목’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의 명소다. 진주의 실비문화를 엿보기 위해 신안동 실비골목을 찾았다. 신안동 번화가 부근에서는 실비의 ‘실’자도 찾기가 힘들다. 물어서 찾으니 시내와 조금 동떨어진 주택가 속에 실비골목이 숨어있었다.

    바깥에서 보면 평범한 주택가인데,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3블록을 이어 20여점의 실비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주택의 1층을 개조해 주점으로 만든 집이 대부분이다. 한 실비집에 들어섰다.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모두들 주인 아주머니와 친한 듯 친구처럼 농을 주고 받는다.

    소주 1병에 1만원, 맥주 1병에 4000원이다. 안주는 무조건 공짜. 차례차례 내오는 안주는 소박하면서도 진한 손맛이 느껴진다. 옥수수, 메추리알부터 명태전, 새우동그랑땡, 닭도리탕, 해파리 냉채, 생선구이, 장어구이 등 10여가지의 안주가 나온다. 집에서 만든 듯한 메뉴에 정겨운 손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안주는 무한 리필. 눈치 보고 시킬 겨를도 없이 주인장이 눈치껏 알아서 갖다 주는 분위기가 진주 실비의 매력이다. 추가로 시키는 맥주는 병당 3000원이며 공짜로 나오는 안주 종류는 대략 10~15가지다. 마산 통술이나 통영 다찌에 비해 술값이 더 저렴한 편이다. 안주의 종류도 집집마다 크게 차이난다.

    진주는 통영, 마산처럼 대표적인 음식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손맛'으로 승부한다. 그래서 '웬만한 손맛'이 아니면 금세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게 실비장사라고 한다. 옆 테이블에 앉은 한 손님에게 진주 실비의 장점을 묻자 “주인과 손님간의 끈끈한 신뢰”라고 말한다.

    한참 실비가 유명세를 탈 때, 타 지역도 실비집이 줄이어 생겼지만 진주처럼 장사가 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인즉 안주값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고 가려는 손님들의 의리와, 보다 더 좋은 안주를 내고자 하는 주인의 끈끈한 정이 진주만큼 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오늘도 배가 출출한 동네 주민들, 스트레스 받은 직장인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 수다가 필요한 아줌마들, 옛 실비집의 추억을 되새기고 싶은 이들 모두 삼삼오오 실비집을 찾는다.  조고운기자·사진=김승권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