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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26) 섬진강 (4) 전남곡성 ~ 구례

  • 기사입력 : 2007-09-10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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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 (4)전남 곡성~구례

    먼 길 달려온 물줄기 백운천과 하나되고…

    어은정을 떠난 섬진강은 굽이굽이 산을 감돌아 들판을 적시며 여유로운 기행을 한다. 옛 선비들은 한가해진 마음으로 강가 정자에 앉아 시를 짓고 유유자적했을 것이다. 심청의 고장 곡성군 고달면에 이르니 이곳저곳을 적셔주며 좁아진 섬진강은 백운산에서 발원한 백운천이 남원 땅을 지나 먼 길을 달려와서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다정스럽게 한 줄기 강이 되었다. 섬진강을 따라가는 곡성기행은 나무그늘이 가려줄듯 비켜서는 강변을 따라 흙길을 걸어가야 제 맛이 난다. 걸어가는 여행은 계절 따라 변하는 강과 들꽃과 나무가 주는 행복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도림사]
    곡성읍내를 잠시 벗어나면 아담한 절집 도림사가 반겨준다. 형제봉과 동악산 자락에 있는 이 절집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세웠다고 한다. 절집에 이르는 계곡 바위에는 선비들의 시 구절이 군데군데 쓰여져 있고 입구에는 아담한 부도탑들이 반겨준다. 이 절은 통일신라 헌강왕 2년(876) 도선국사가 고쳐 세웠는데 이때 도인들이 숲같이 모여들어 절 이름을 도림사(道林寺)라 하였다고 한다. 현재 작은 규모의 법당인 보광전을 비롯하여 응진당. 지장전. 약사전. 칠성각. 요사채 등이 규모에 맞게 배치되어 있다. 보광전은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에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인 맞배지붕이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만든 공포는 기둥 위에만 있는 주심포 양식으로 꾸몄다.

    [곡성장터. 섬진강 기차마을. 호곡나루]
    곡성은 자연속의 가족마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5일장이 서는 날 장터를 찾아갔다. 양철지붕을 한 60년대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저잣거리에는 허리가 굽은 할아버지가 요즈음은 아이들 군것질 거리로도 인기가 없는 뻥튀기 기계 손잡이를 당기고 있었다.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필자에게 뻥튀기를 한줌 집어주었다. 투박한 손길이 고향의 아버지 손이다. 주막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구수한 돼지 순대를 썰어주는 주모의 걸죽한 남도 사투리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취하도록 마셨다. 장터 인근에는 또 다른 향수를 불러주는 섬진강 기차마을이 있다. 전라선 폐선을 활용. 섬진강변을 따라 가며 즐길 수 있는 관광용 증기기관차를 운행한다. 기차를 기다리는 여행객들을 위해 2·4주 주말에 역 광장에서는 곡성문화원에서 연출하는 마당놀이 심청전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기차의 운행시간은 왕복 50분 가량 소요되는데. 5km 떨어진 종착역인 가정역에서 내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타기도 곡성 여행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곡성군 오곡면 송정리와 그 건너 마을 고달면 호곡리 두 강마을을 이어주는 호곡나루가 섬진강의 명물 구실을 하고 있다. 호곡나루는 양쪽에 굵은 줄을 잇고 그 줄을 당겨서 건너다니는 ‘줄나루’이다. 이 호곡나루가 섬진강의 명물이 되는 까닭은 나룻배가 오고가는 것으로는 섬진강에 오로지 이제 하나 남은 나루이기 때문이다. 강을 건너면 소달구지가 다닐 정도의 흙길이 이어진다. 꼭 맨발로 걸어보아야 섬진강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조태일 문학관. 태안사]
    남쪽으로 달려온 섬진강은 곡성 서부에서 흘러온 보성강 물줄기를 풍광이 아름다운 ‘압록’이라는 합수머리에서 제 몸에 붙이고 구례 쪽으로 흘러간다. 압록에서 보성강을 따라 잠시 거슬러 올라가면 조태일 문학관이 있고. 통일신라 말 구산선문의 하나인 동리산파의 중심 사찰 태안사가 있다. 광주대학교 예술대학장을 지낸 조태일 시인은 1970년대 유신독재체제에 반대하는 시를 발표하고 여러 차례 옥고를 치러 ‘저항시인’으로 불렸다. 일제 강점기 대처승 제도가 있을 때 태안사 스님의 아들이라는 인연으로 문학관이 절집 입구에 있다. 잠시 머물며 시 한편을 읽어 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태안사를 찾아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작은 행복이다.

    동리산에서 흘러내리는 계류를 건너는 다리 역할을 겸하고 있는 능파각은 태안사의 첫 경치이다. 태안사는 신라 경덕왕 1년(742) 2월에 이름 모를 신승 세 분이 개창하였다고 전한다. 100여년이 지난 뒤 적인선사 혜철이 신라하대 선문의 동리산파를 이룬 것은 문성왕 9년(847)이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부도밭이 보인다. 광자대사 윤다의 부도(보물 제274호)와 부도비(보물 제275호)를 비롯해 석종형 부도 3기와 팔각 원당형 부도 2기가 서 있다. 대웅전 뒤편으로 돌계단을 올라서면 능소화가 휘감고 있는 담장을 지나면 머리를 숙여야 겨우 들어설 수 있는 베알문이 있다. 적인선사 혜철의 지위를 말해주듯 절의 가장 높은 터에 있는 부도와 부도비는 안정감과 장중함을 느끼게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문화유산해설사 신금순(60. ☏016-689-2584)씨의 구수한 태안사 해설을 들어볼 만 하다. 신금순씨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공연하는 마당놀이 심청전의 임금 배역을 담당하고 있다.

    [논곡리 3층석탑. 하늘나리마을]
    섬진강 기차마을의 종착역인 가정역 건너편 좁은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산비탈을 올라서면 논곡리 마을이다. 마을 건너 산자락에 3층 석탑(보물 제509호)이 있다. 탑의 아랫부분이 파묻혀 있고 땅 위로 보이는 모습은 1단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형태이다. 탑의 머리장식부분은 모두 없어지고 네모진 장식받침만 남아 있는데. 아래의 3층 지붕돌과 한 돌로 이루어져 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으나 오래전부터 탑 앞에는 묘지 2기가 있다. 탑이나 불상 인근의 묘지는 문화재를 보호하는 마음으로 다른 곳으로 이장하였으면 한다.

    압록 인근에 있는 농촌전통테마마을 하늘나리 마을(사무장 송수진: ☏011-774-7008)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맑은 계곡과 울창한 숲이 살아 숨쉬는 생태계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0살 때 얼굴도 안 보고 결혼했다는 민박집 김재택(68)·천순엽(67)씨의 끝없는 산골 이야기는 마을정자에서 모깃불을 피우며 감자를 삶아 먹으면서도 계속되었다.

    [구례군농업기술센터. 사성암]
    압록에서 다리를 건너 구례 방향으로 좁은 도로를 따라오면 비촌 송림이 있다. 여름이면 피서를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광양 전주간 고속도로 교량 공사장을 지나면 섬진강이 순천방향에서 흘러오는 황전천을 만나 잠시 숨을 고르는 구례군이다. 구례읍내로 들어서면 초입에 구례군 농업기술센터가 있다. ‘센터’라는 외래어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길을 사이에 두고 4만2915㎡의 면적에 400여종의 야생화. 수생식물. 전통작물 등이 계절 따라 꽃을 피워내고 있어 항상 장관을 이룬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보면 섬진강 건너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산이 오산(해발 500m)이다. 가파른 오산 정상 부근에 원효·의상·도선·진각 등 네 명의 고승들이 수도했다하여 사성암이라고 하는 작은 암자가 있다. 암자 근처 암벽에는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음각마애여래입상이 있다. 암벽에 전각을 세우는 바람에 마애여래입상의 전체를 볼 수 없어 아쉽다. 현재 이곳에는 작은 규모의 목조기와집으로 된 지장전과 산신각 등이 있다. 마애여래입상의 머리에는 넓적하고 낮게 솟은 상투 모양의 머리묶음이 있다. 옷은 양 어깨에 걸쳐 입었는데 왼쪽 어깨의 옷주름이 촘촘한 격자무늬를 하고 있어 다소 생소한 모습이다. 오른손은 가슴 위에 있고 왼손은 가슴 아래에 대어 뭔가 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곳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는 풍광은 아름다움이다.(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 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맛집]
    ▲궁전회관: 전남 곡성군 곡성읍 787-1 [☏061-362-1539] 전통남도한정식 1만4000원. 백반 6000원. 남도 특유의 맛을 내는 홍어회를 비롯한 산해진미로 가득한 24가지 이상의 반찬으로 가득하다.
    ▲백운산장: 전남 곡성군 오곡면 압록리 177 [☏061-362-2890] 보성강과 섬진강에서 나오는 잡어매운탕이 있고. 은어. 빙어. 송어. 가물치 요리와. 참게탕을 전문으로 한다. 3만원짜리를 시키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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