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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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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논술 주제별 강좌] (13) 한국 지식인이 가져야 할 학문 탐구자세

  • 기사입력 : 2007-09-12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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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제- 2005학년도 서울대 수시2학기 논술고사 기출문제


    ■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는 지식인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진단할 때 참고가 되는 글이다. 제시문 각각의 문제의식을 분석하고 평가하시오. 이를 토대로 학문의 길로 들어서는 학생의 관점에서 한국의 지식인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탐구 자세에 대하여. 자신의 경험이나 구체적인 예를 활용하여 논술하시오.(1600자 안팎)



    ■ 출제의도

    논제는 한국의 지식인사회가 직면한 문제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강구하는 데 참고가 되는 고전적 저술을 제시문으로 출제했다. 그리고 제시문에 반영된 문제의식을 한국 지식인사회의 맥락에 접목시켜 분석·평가하고. 학생 자신의 구체적 경험에 기초해 이를 논술하도록 했다. 이는 무엇보다 예비 지식인인 수험생 스스로 지식인의 학문하는 자세와 우리 학문이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인문정신과 주체적인 탐구자세의 중요성에 대해 학생이 가진 사고의 깊이와 폭을 측정하려는 의도 또한 엿보인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추상적인 논의가 아닌 수험생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활용하는 글쓰기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주어진 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직해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대학의 의의와 역할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지만 여전히 대학이 담당하는 주된 역할과 기능 중의 하나는 학문의 탐구이며. 대학이 속한 사회의 지식과 문화를 창조하고 전승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지식인의 학문하는 자세에 대한 물음은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사진설명]  최근 서울서 열린 '2008학년도 대입 수시2학기 전형에 대한 안내와 바람직한 진학지도 방향' 연수에 참가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들이 수시2학기 전형분석과 전략에 대한 강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논제 분석

    논제 첫 문장에서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를 읽는 일정한 방향을 제시했다. 즉 지식인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진단하는 데 참고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학생들은 제시문에서 지식인사회가 처한 문제와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 속에서 학생들이 해결해야 할 논제의 요구조건은 크게 두 가지이다.

    1) 제시문 각각의 문제의식을 분석. 평가할 것.
    2) 이를 바탕으로 한국 지식인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탐구 자세에 대해 논할 것.

    두 번째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세 번째 조건은 아래와 같다.
    3) 학생의 관점에서. 자신의 경험이나 구체적 사례를 반드시 담아야 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글에 포함돼야 할 구체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제시문 각각의 분석 - 각 제시문의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평가.
    2)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지식인사회 진단 및 분석.
    3) 한국의 지식인사회에 대해 진단하면서 지식인의 바람직한 탐구 자세를 논할 것.
    4) 바람직한 탐구 자세를 논하면서 자신의 구체적 경험과 사례를 포함시킬 것.


    ■ 제시문 분석

    두 제시문은 가치와 의미를 배제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실증주의적인 관점과 서구중심주의적인 관점을 비판하는 논지를 전개한다. 제시문 [가]는 독일의 철학자인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의 저서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에서 발췌한 것으로. 19세기 후반기부터 서구 지성계를 지배하기 시작한 실증주의의 대두와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대두하는 반실증주의적 반응 사이의 긴장을 논의의 배경으로 한다. 저자인 후설은 자연과학과 정신과학을 구분하고. 자연과학은 사실과학과 달리 ‘여러 가능한 상황에서 주변세계를 이성적으로 구성해 나아가는 인간’과 관련돼 드러나는 ‘인간의 역사성’ ‘인간의 존재의 의미 같은 문제’를 핵심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신과학은 가치를 배제한 실증주의적인 태도로는 불가능하다.


    제시문 [나]는 중동 태생의 미국인 문화비평가인 사이드(Edward W. Said 1935~2003)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의 일부다. 저자는 우선 18세기 이후 서양에서 동양의 이해와 관련해 나타나는 두 특징으로 동양에 대한 지식 증가와 서양우월주의적인 견해 형성을 제시하고. 그중 후자를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때로 동양의 ‘위대함’을 언급하는 것은 실상 수사적이고 정치적인 표현이며. 서양을 강자로 보고 동양을 약자로 보는 서구우월주의적인 태도는 뿌리 깊다. 사이드는 이러한 태도는 동양이 나름의 정합성을 갖는 문화적 주체임을 인정하는 식의 유화적 태도를 통해 생명력을 가지고 유지됐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더 나아가 동양의 모습은 스스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서양에 의해 구성되고 재단된 것임을 강조한다.



    ■ 집필 방향과 예시 개요

    제시문 [가]의 문제의식은 인문과학의 실증주의적인 연구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요약된다. 제시문 [나]는 지식을 추구하면서 드러나는 서구중심적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제시문의 문제의식을 분석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시문 요약이나 분석에 그치지 말고. 이러한 문제의식이 갖는 의미나 의의가 무엇인지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분석과 평가를 마친 후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한국의 지식인사회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한국의 지식인사회에 대해 진단하라는 과제는 생경하고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그렇게 어렵고 멀게 느낄 이야기는 아니다. 학교에서 받아 온 교육내용이 한국의 지식인사회가 축적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교육받은 내용과 과정을 돌이켜 보고. 그에 근거해 제시문의 문제의식을 관련지으면 충분히 풍부한 내용의 논술문을 구성할 수 있다. 나름대로 한국의 지식인 사회의 현실을 진단한 후에는 이후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바람직한 지식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자신의 생각대로 논술할 수 있으면 된다. 이 단락의 구체적인 내용은 자신이 주목한 현실진단의 내용과 한국의 지식인 사회의 문제점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 아래는 본론의 예시 개요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사진설명]  2008학년도 건국대 수시1학기 특별전형에서 수험생이 논술시험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 본론의 예시 개요

    <본론 1 - 제시문 각각의 문제의식 분석·평가>

    제시문 [가] 정신과학에서 실증주의적인 연구태도 비판 : 인간과 인간의 역사를 다루는 정신과학에서 가치와 의미의 주관적 영역을 배제하는 것은 정신과학의 존재 의의를 상실하게 한다. 특히 어느 때보다 계량화되고 물질적 가치만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현대사회가 겪는 의미와 가치상실을 고려할 때 이는 특히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제시문 [나] 서구중심적인 지식추구 자세 비판 : 동양을 약자로 간주하는 서구의 우월적 태도를 기반으로 동양에 대한 인식이 재단되고 구성돼 왔음을 고려할 때 서구중심적인 지식추구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지식과 학문의 종속을 불러온다.


    <본론 2 - 한국 지식사회의 현 상황 진단>

    한국의 지식인사회는 서구중심의 편향된 지식 수입에 치우쳐 우리 현실에 입각한 학문의 정체성을 찾기 어렵고.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진지한 탐구보다 실증적 연구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한국이 국가 주도의 급속한 근대화과정에서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맹목적인 경제발전만을 추구한 역사적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본론 3 - 바람직한 지식인의 학문탐구 자세>

    학문의 의의 중 하나는 해당 사회현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방향제시라고 했을 때 우리 현실에 뿌리내린 주체적인 연구태도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학문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바탕으로 사회의 발전방향과 인간 삶의 의미를 근원적으로 탐구하는 성실한 연구자세가 필요하다.


    <본론 4 - 바람직한 학문 탐구 자세를 시사하는 구체적 사례>
    공부하는 의미와 가치를 알았을 때 느끼는 지적 성취에 대한 뿌듯함 같은 구체적 경험을 통한 사례를 제시한다. /경남초암아카데미 제공/


    2005학년도 서울대 수시2학기 논술고사 기출문제

    제시문 [가]
    19세기 말부터 학문들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의 전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우리의 논의를 시작하자. 이 평가의 전환은 학문들의 학문적 성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문 일반이 인간의 현존재(現存在)에 무엇을 의미하였고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19세기 후반에는 근대인의 세계관 전체가 오로지 실증과학(實證科學)에 의해 규정되고 실증과학에 의해 이룩된 ‘번영’에 전적으로 현혹되어. 진정한 인간성에 결정적 의미를 지닌- 문제들에 대하여 무관심하게 되었다. 단순한 사실학(事實學)은 다만 사실인(事實人)을 만들 뿐이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학문들에 대한 이와 같은 평가 전환은 불가피하였고. 그 결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과거 학문의 실증주의적 경향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형성되었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듯이. 이러한 사실학(事實學)은 우리 삶의 절박함에 대하여 아무 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우리가 불우한 시대의 대격변에 내몰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학 자체에는 인간에게 화급한 질문 - 이러한 인간의 현존재 전체가 의미 있는가 혹은 의미 없는가 - 이 원리상 배제되어 있다. 이 질문이야말로 모든 인간에 관련된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것으로. 보편적 성찰과 이성적 통찰에 기초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결국 그 문제는 인간세계나 인간 이외의 주변세계에 대해 자유롭게 자기 태도를 취하는 자로서의 인간. 즉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성적으로 형성하는 가능성을 지닌 자유로운 인간에 관한 것이다. 이성이나 비이성에 대해 그리고 자유의 주체인 우리 인간에 대해 학문은 도대체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단순한 실증과학은 분명히 이 점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않으며. 더구나 주관적인 것 모두를 배제한다.
    다른 한편 특수한 학문분야와 일반적 학문분야 모두에서 인간을 정신적 현존재로 다루는. 즉 역사성의 지평에서 인간을 고찰하는 정신과학(精神科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신과학이 엄밀한 학문이 되기 위해서 탐구자는 모든 평가적 태도 - 즉 주제가 되고 있는 인간성이나 인류의 문화적 자산들이 이성적인가 비이성적인가 하는 문제 - 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학문적이고 객관적인 진리는 물리적 세계든 정신적 세계든 세계를 사실 그대로 파악하고 확정해야 한다고….
    그러나 만일 학문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객관적으로 확정 가능한 것만을 참이라고 간주한다면. 만일 정신적 세계의 모든 형태들. 즉 그때그때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모든 이상과 규범이 일시적 파도와 같이 형성되고 다시 소멸하는 것이고. 이것들은 과거에도 항상 그랬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따라서 이성은 불합리(不條理)가 되고 선행(善行)은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역사가 가르칠 뿐이라면. 세계와 그 속에 사는 인간의 현존재는 진실로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그러한 사실에 위안을 느낄 수 있을까? 역사적 사건이 환상적 비약과 쓰라린 환멸의 끊임없는 연쇄(連鎖)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세계에서 과연 우리는 살 수 있을까?
    * 정신과학 : 자연과학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대체로 오늘날의 인문사회과학에 해당함.

    제시문 [나]
    18세기 중엽 이래 동양과 서양의 관계를 규정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었다. 하나는 유럽에서 동양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이 증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식은 식민지 침략에 의하여. 그리고 낯선 것과 색다른 것에 대한 폭넓은 관심에 의하여 강화되었으며. 또한 민족학(民族學). 비교해부학(比較解剖學). 문헌학(文獻學). 역사학(歷史學)과 같은 새로이 발전하는 학문들에 의해 활용되었다. 나아가 소설가들. 시인들. 번역가들. 재능 있는 여행가들이 저술한 방대한 양의 문헌이 이러한 체계적인 지식에 덧붙여졌다.
    동양과 유럽의 관계에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유럽이 지배자의 지위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 언제나 강자의 지위를 차지했다고 하는 점이다. 이것을 완곡하게 표현할 방법은 없다. 밸푸어(A. J. Balfour)*가 동양 여러 문명의 ‘위대함’을 인정한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위장(僞裝)하거나 완화하여 표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정치적. 문화적 차원에서. 나아가 종교적 차원에서조차 양자의 본질적 관계가 어디까지나 대립하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관계는 여러 가지 용어로 표현되었다. 밸푸어와 크로머(E. B. Cromer)**가 그런 용어들을 사용한 전형적인 예다. 예컨대 동양인은 비합리적이고. 저열하고. 유치하고. ‘이상하다’. 그리고 유럽인은 합리적이고. 도덕적이며. 성숙하고. ‘정상적’이다. 동양은 이질적이긴 하나 명확하게 조직된 그 자신의 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 세계는 독자적인 민족적. 문화적. 인식론적 경계를 가지고 있고. 또 내적 정합성(內的 整合性)의 원리들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도처에서 강조함으로써 강자와 약자의 관계는 생명을 얻고 유지되었다.
    그런데 동양세계의 이해가능성(intelligibility)과 정체성은 스스로의 노력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서양이 동양을 규정하기 위하여 사용한 일련의 복잡하고 교묘한 조작을 통해서 주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논의해온 문화적 관계의 두 가지 특성들은 하나로 연결된다. 곧 동양에 대한 지식은 힘을 배경으로 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동양과 동양인 그리고 동양세계를 ‘창조한다’고 할 수 있다. 밸푸어와 크로머의 용어에 따르면. 동양인들은 (법정에서와 같이) 판단의 대상으로 묘사되며. (교과과정에서처럼) 연구와 서술의 대상으로 묘사되며. (학교나 감옥에서처럼) 훈육의 대상으로 묘사되고. 또 (동물도감에서처럼) 도해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요컨대 동양인은 이런 모든 경우들에서 지배적인 틀에 의하여 ‘재단되며’ ‘표상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이 틀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 밸푸어A. J. Balfour : 영국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 크로머E. B. Cromer : 이집트와 인도에서 활동한 영국의 식민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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