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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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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절대 조건 / 민병기(창원대 국문과 교수)

  • 기사입력 : 2007-09-21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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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국가의 선진화가 지도자의 통치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 국민의 힘으로 그것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힘이란 거리에 나가 함께 투쟁하는 식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인 문서로 모아진 힘을 말한다. 즉 국민의식 선진화에 기초한 법치주의 확립이다. 법치가 확립되려면 법문(헌법과 모든 법의 문장)이 간결ㆍ명확한 정문(正文)으로 작정되어야 한다.

    법문이나 법조인들의 글이 쉽고 분명해야 하는데. 난해ㆍ모호하다면 법치주의 확립은 불가능하다. 법 관련 글이 애매하고 부정확한 악문(惡文)이라면 어떻게 법치가 확립되겠는가. 한국의 선진화를 위한 진정한 시민운동은 악문으로 된 법문과 법조인들의 글을 명문(간단ㆍ명확한 바른 글)으로 바로잡는 운동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법문의 결점은 다음 ‘헌법 전문’(憲法 前文)에 잘 드러나 있다.

    “ ①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②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③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④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⑤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⑥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⑦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⑧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⑨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⑩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⑪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위 글이 틀린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구성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 한 문장 속에 11개의 절들이 있는데. 그것들의 의미적 연결에 논리성도 없고. 주ㆍ부수절의 관계도 분명하지 않다. 때문에 이 문장은 통일된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 악문이다.
    둘째. ‘절의 주어 부재’를 지적할 수 있다. ②절부터 ⑪절까지 열 개의 절에 주어가 모두 없다. 모든 절의 서술어가 동일하게 ‘하다’이기 때문에 생략된 주어는 첫 절의 주어 ‘대한민국’과 일치되어야 한다. 즉 모든 절의 주어가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②절부터 ⑩절까지 의미상 주어는 ‘우리’이다. ‘대한민국’과 ‘우리’를 구분하지 않고 작성자가 함께 생략했으니. 이 글은 틀린 문장이다.
    셋째. ‘단어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 ‘우리들’이란 단어도 ‘우리’로 써야 된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우리 + 우리 +ㆍㆍㆍ우리’란 뜻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헌법의 전문(前文)이니. 그 주어는 당연히 ‘헌법’이나 아니면 개헌의 주체인 국가의 3부이어야 한다. 그렇게 필자가 ‘윤문한 문장’이 다음 글이다.

    “1948년에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8번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의 법통은 외세와 독재에 항거한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평화통일 완수의 염원을 계승한 것이 특징이다. 헌법은 사회의 부정ㆍ부패를 추방하고.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기본법이다. 이를 토대로 법치가 확립되어야. 사회 안정과 민족 단합과 국력 신장이 이루어져. 국민 누구나 모든 분야에 평등하게 참여하는 기회 균등의 권리와 자유와 행복이 보장된다.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ㆍ번영하기 위해. 국제정세와 시대변화에 맞추어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기에. 국가의 3부가 국회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정작업을 진행한다.”
    우리의 작문교육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단어 지도 차원에 머물고 있고 문장과 문단 차원의 윤문 지도로 발전하지 못하여 악문이 많다. 악문을 윤문으로 수정하는 작문 지도가 논술교육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한글쓰기 혁명’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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