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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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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노인 일자리, 청소라도 할 수 있게 / 이선호 수석논설위워

  • 기사입력 : 2007-10-12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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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 재수는 청년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백수 노인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눈물겹다. 지자체마다 노인취업박람회를 열어 일자리 구색을 갖추고 있지만 연령제한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 일할 의욕이 있고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있어도 ‘그놈의 나이’가 한스럽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7 고령자 통계’를 보면 총인구 10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들의 기대여명은 18.2세로 83세까지는 목숨을 연명해야 한다. 고령사회(2018년 예상)로 갈수록 백수 현상은 더 심해질 게 뻔하다.

    그런데도 ‘경제’를 입에 달고 다니는 대선 주자들의 노인 일자리 대책은 ‘제목’만 보인다. 총론만 있지 세부 내용이 없어 구체적 실현성은 의문이다. 노인 일자리인지 고령자 일자리인지도 헷갈린다. 하기야 각종 법률규정에 사용되고 있는 노인과 관련된 용어가 노인. 고령자. 준고령자. 노령. 고령 등으로 혼용되고 있으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예컨대 고령자고용촉진법상 고령자는 55세 이상인 자로. 준고령자는 50세 이상 55세 미만인 자로 규정하고 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는 60세 이상인 자가 노인이다. 내년 8월부터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65세 이상인 자를 노인으로. 65세 미만인 자를 고령자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법상 노령연금 지급기준은 60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난 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는 노인에 대한 정의와 연령에 대한 규정이 없다. 하지만 제정 후 17차례나 고친 것을 감안하면 입법 참여자들의 단순 실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노화의 진행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노인의 개념은 그 사회가 처해 있는 여건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막연히 우리가 알고 있는 '노인=65세 이상'은 통념일 뿐 절대 기준이 아니다. 학자에 따라서는 65세부터 75세 미만을 ‘Young-old age'. 75세 이상을 `Old-old age'로 구분하기도 한다. 65세 이상인 ‘젊은 오빠’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나이 든 어르신들이 빗자루를 든 모습은 아름답다. 청소직은 60세 이상 노인들에겐 훌륭한 일자리랄 수 있다. 건강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들의 손길이 쾌락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든다. 단순 직종으로 폄하할 일은 아닌 것이다. 일자리도 많다. 빌딩부터 아파트. 기업. 관공서 등등 청소를 필요로 하는 건물은 거리 곳곳에 늘려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60세가 거의 마지노선이다. 대기업. 공기업 등이 더 심하다. 최근 마무리됐지만 7개월여 끌었던 창원대 미화원·경비원들의 투쟁도 정년보장이 한 원인이었다.

    청소는 대부분 용역으로 이루어진다. 용역업체에 고용된 인력은 통계청 경활인구 부가조사상 비전형근로자에 해당되고 이들은 용역업체의 지휘하에 용역계약을 맺은 다른 업체에서 근무한다. 창원공단 모 대기업 계열회사의 예를 보자. 이 회사는 채용기준이 55세 미만이며 정년규정은 따로 없다. 하지만 용역업체는 시시콜콜 이 회사의 간섭을 받는다. 일종의 도급계약을 맺은 관계이지만 법상 그럴 뿐이다. 때문에 용역근로자들은 청소 외에 잡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처지라 용역업체는 한 살이라도 적은 인력을 뽑아야 하고 근로자는 60세가 넘으면 퇴출위기에 빠진다.

    청소직이 이럴진대 산업현장의 현실은 거론하기조차 민망하다. 단지 나이 때문에 ‘빗자루 인생’마저 접을 수밖에 없다면 온전한 사회로 보기 어렵다. 일자리 제공은 가장 좋은 노인복지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 수 있도록 정년없는 일자리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먼저 사용자들의 사고 전환을 기대한다. 대선 주자들도 백수노인들의 ‘취업별곡’을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이들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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