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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아전인수

  • 기사입력 : 2007-11-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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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전인수(我田引水)’는 직역하면 ‘제 논에 물 대기’로, 남이 열심히 채워 놓은 논의 물을 편안히 훔치는 행위를 말한다. 즉, ‘자기에게만 이롭게 되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함’을 뜻하는 말이다. 유사한 사자성어로 전혀 가당치도 않은 말이나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 주장의 조건이나 이치에 맞추려고 하는 것을 뜻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있다.

    ▼아전인수의 유래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만 의존해 농사를 짓던 천수답(天水畓)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수답 시절엔 가뭄이 들면 농사를 망치는 논이 허다했다. 따라서 남의 논의 물을 훔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성실한 농부가 열심히 물을 길어 논에 물을 채워 놓으면 옆 논의 게으른 농부는 밤에 몰래 이웃 논둑을 헐어 자기의 논으로 물이 흘러들게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날이 밝으면 산골짝 논두렁에서는 고함이 오가고 서로 멱살잡이를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목격되기도 했다.

    ▼7세기께 번영했던 소아시아 서부지역의 부유한 왕국 리디아의 왕이자 세계 제일의 부호였던 크로이소스는 어느 날 예언자에게 물었다. 자기가 페르시아를 침략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예언자는 “위대한 왕국은 멸망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크로이소스는 위대한 왕국이 페르시아 제국이라고 생각했지만 망한 것은 자신의 왕국이었고,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화형이라는 참변이었다. 아전인수식 착각은 큰 화를 불러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는 12월 1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판이 시끄럽다. 대선 승리를 위한 상대편 흠집내기가 난무하고 있다. 아전인수식 해괴한 논리가 춤을 춘다. 당리당략에 빠져 국정감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판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정당이나 후보들은 매번 정책대결 혹은 선의의 경쟁을 외치지만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만다. 그래서 정치판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늘 피로증후군을 느낀다. 이번에는 달라지겠지 하고 기대하지만 늘 결과는 쓸쓸했다. 이참에 아전인수의 반대되는 말인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정치를 하고, 대통령 선거전에 임하기를 고대하는 것은 역시나 무리일까. 홍정명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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