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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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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요동치는 대선 판도 - 목진숙

  • 기사입력 : 2007-11-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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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후보 독주 형국의 대선 판도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출마 선언으로 인해 소용돌이치고 있다. 더구나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이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앞지르고 있어 자칫하다가는 이-이 양강 구도로 흐르게 될 것 같아 정 후보 진영에서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당초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설이 나돌 때에만 해도 이명박 후보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며 반겼으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지지율이 정 후보를 앞서 나가자 당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렇게 되자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지지도를 높여서 난국을 타개해 나가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정 후보가 향후 단일화 관문을 통과해 시너지 효과를 받아 지지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느닷없이 나타난 이회창 전 총재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5년 전 그는 대선에 출마해 실패하고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꿈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깨끗이 물러나겠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눈물을 닦아내리면서 총총히 사라지던 그때의 모습을 국민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던 그가 다시 대선 정국에 복귀했다. 그것도 자신을 두 번이나 대선후보로 뽑아 총력 지원해 준 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배신의 칼’을 ‘친정’에 들이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의 표현대로 그는 ‘혈혈단신(孑孑單身)’이다. ‘단기필마(單騎匹馬)’의 잔등에 앉아 높은 곳에 걸려 있는 ‘대권(大權)’의 열매를 어떻게 창끝으로 꿸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 전 총재의 출마로 한층 더 다급해진 사람은 이명박 후보다. 자신의 지지율 추락에서 증명되듯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으므로 이대로만 유지된다면 당선은 무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조득모실(朝得暮失)’하는 게 민심이라고 하지 않던가. 남은 40일 동안 어떤 변화가 발생할지 모른다. 특히 김경준씨에 대한 수사를 통해 이 후보의 혐의가 나올 경우 검찰이 기소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요동치는 대선 정국을 가장 느긋하게 즐기는 사람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그가 이명박·이회창 후보 가운데 어느 한쪽을 지지하거나 무게를 실을 경우 저울추가 그 방향으로 급속도로 기울 수 있다. 최근 박 전 대표는 일본 전국시대 영웅들의 행적을 소재로 한 소설 ‘대망(大望)’을 탐독하고 있다고 한다. 얼핏 유추하건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기다림’ 쪽에 마음을 둔 게 아닌가 여겨진다. 양 후보로부터 집요한 협조 요청을 받고 있지만 선뜻 어느 한쪽을 선택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차기 대권(大權) 열매를 얻는데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끈질긴 질문 공세에도 ‘폐구무언(閉口無言)’으로 일관하는 점으로 보아서도 그렇다. 그렇지만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언제 ‘철(鐵)의 비수’가 될지 아니면 ‘꽃을 피우는 나비’가 될지 모른다.

    원칙도 명분도 던져버리고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돌진하는 우리 정치인들의 후진적 행태 속에서 과연 희망의 정치가 싹틀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야욕을 교묘히 숨기고 마치 국민을 위하는 듯이 포장하여 자신만이 참이요 상대는 거짓으로 몰아붙이는 대선후보들과 그들을 둘러싼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면 과연 이들이 보편적 지성과 윤리성을 소유한 사람들인지 의문스럽다. 표심(票心)은 천심(天心)이라고 하지 않던가. 남은 40일 동안의 대선 정국에 어떠한 변화의 ‘쓰나미’가 몰아쳐 그 판도를 뒤바꾸어 놓을지 알 수 없다. 하늘의 뜻이 곧 국민의 바람이 아니겠는가. 원칙과 명분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자에게 하늘의 선택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금요칼럼

    목 진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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