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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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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이야기

어느 화가의 사주

  • 기사입력 : 2007-1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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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한 해 기억에 남는 전시회가 있다. 한여름(5월15일~7월15일) 경남 도립미술관에서 프랑스화가 로메르 콩파스와 함께 가진 故 강국진 화백의 유작전인데 외국 작가의 이질적인 요소와, 같은 비구상 계열의 서양화이지만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한국화가의 그림 <역사의 빛-회화의 장벽을 넘어서>가 내 마음을 몽땅 빼앗아가 버렸다.

    ‘내 작품의 대상은 무한한 내재적(內在的) 심경에서부터 출발하여 이것을 형상화한다. 감정은 내재적 필연의 욕구적(欲求的) 소산이다….’ 작가의 말처럼 내재적 심경을 그림을 통해 형상화 것으로 캔버스에 선으로만 반복적으로 겹겹이 쌓아올려 화면 가득히 표현한 ‘가락’ 시리즈의 환상적인 매혹은 일생을 통한 실험적 작업들로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실험미술의 대표적 작가로 자리매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브제 중심의 작품을 시도했고, 시위적 해프닝 등 끝없는 실험과 새로운 양식에의 도전 정신은 그의 아방가르드적 예술가로서의 천부적 기질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였다. 1992년 심장마비로 타계하기까지, 작가로서, 대학교수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였지만 이후 15년 동안은 많은 유작(遺作)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화가다. 그래서 이번에 경남 출신 화가로서 한국현대미술에 있어서 열정적 예술정신과 현대미술 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해온 업적을 기리고 재조명하기 위한 전시를 발굴하고 기획한 도립미술관측의 혜안(慧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약력에 의하면 작가는 1939년 12월 27일(기묘년, 병자월, 무술일) 생으로 추운 겨울에 태어났다. 음양오행(陰陽五行)상 火의 기운이 가장 약(弱)한 계절인 수왕절(水旺節)이므로 火의 장기(臟器)인 심장(心臟)이 가장 허(虛)하게 보인다. 운(運) 또한 가진 기운을 빼는 능력발휘 운으로 흘러 체력에 비해 과도하게 에너지가 소비된 측면이 있다. 사망일인 1992년 2월 24일은 임신(壬申)년, 임인(壬寅)월, 경오(庚午)일로서 水가 밀려 들어와서 약한 火를 꺼버리는 날이니 심장병으로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이후부터 좋은 운으로 흐르기 때문에 생존해 있었다면 생전에 빛을 볼 수 있는 능력 있는 화가였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태어난 연월일시만 가지고도 어느 장기(臟器)가 허(虛)하고 실(實)한지를 알 수 있다. 사주에는 음양오행의 성분과 질량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는데 오행에는 제각각 속해 있는 장기가 있으니, 木이 약하면 간(肝)기능이 허하고, 火가 약하면 심장(心臟) 기능이 약하다. 土기운이 약하면 위(胃)가 약하고, 金의 기운이 약하면 폐(肺)가 약하다. 또, 水기운이 약하면 신장(腎臟)이 허약하니 잘 살펴보면 예방도 가능한 것이 사주다. 음양오행은 중화(中和)되어 있어야 건강한데 어느 한 기운으로만 편중되어 있다면 허와 실이 나타나게 된다. 병은 허해도 나타나지만 실(實)해도 나타난다.

    미신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사주팔자는 그저 점치는 수단으로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명리학(命理學) 또한 발전하게 되어 있다. 종교적인 문제나 샤머니즘적인 문제가 아닌 통계에 의한 순수 미래예측 학문이다. 강의를 하다 보면 “역학(易學)은 종교와 관련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심심찮게 듣는다. 하지만 역학은 종교와는 전혀 상관없는 학문임을 강조하고 싶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심장이 약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 대비하지 못해서 생기는 현실이다. 무슨 병이든 미리 알고 대책을 세운다면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강국진 화백도 지금 생존해 있다면 69세다. 아직 왕성하게 활동할 때고 화가로서의 천재성을 꽃피워 나갈 수 있을 터인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정열적인 작품 활동으로 많은 유작을 남겼으니 화가로서의 명성은 지금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역학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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