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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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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좌우 날갯짓 - 이선호(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7-1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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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닐 非(비)는 새의 날개를 본뜬 글자라고 한다. 두 날개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으니 非자가 들어간 낱말 치고 썩 좋은 게 드물다.

    非理(비리), 非行(비행), 非情(비정) 등등 도리와 법규에 어긋나고 정(情)이 메말라 쌀쌀맞다는 것을 알 수 있다. 非자에 마음 心(심)자를 더하면 슬플 悲(비)다. 悲觀(비관), 悲慘(비참), 悲痛(비통) 등등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잡아당기니 슬프고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같은 발음이라도 飛(날 비)는 다르다. 飛翔(비상)에서 보듯 새가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독수리는 공기부양으로 날아 평형을 이룬다고 하지만 힘찬 좌우 날갯짓으로 하늘 높이 난 새가 멀리 볼 수 있을 것이다.

    초반 대선판에 단연 ‘경제’가 화두였다면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창’의 파편이 좌우로 튄다. ‘창’에 허점이 찔린 한쪽은 상처가 깊다. 또 다른 한쪽은 통합이니 연대니 뭉칠 구실을 찾아 다급하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좌(진보)와 우(보수)의 논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다만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름’이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면 ‘틀림’은 오로지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것이랄 수 있다. 세상사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존이 필요하고 진정한 공존은 차이가 있든 없든 상관이 없다. 또 사회과학에서 옳고 그름은 앞으로의 세월이 증명해준다.

    자기를 기준으로 남에게 是非(시비)의 잣대를 갖다 대는 자세는 바른 태도가 아니다. 보수를 수구·냉전세력으로, 진보를 친북·좌익으로 서로 헐뜯고 몰아붙인다면 갈등과 분열만 남을 뿐이다. 새의 날갯짓에서 알 수 있듯 좌우가 소임을 다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飛翔(비상)한다.

    이회창 후보의 출현은 역설적이지만 의미가 있다. 그로 인한 보수·진보 양 진영의 전략이 흥미롭다. 이회창 후보는 진짜 보수를 자처해 확고한 대북관을 내세워 이명박 후보의 정체성 불안을 문제삼았다. 이명박 후보는 경선을 거친 정통성 있는 자신이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역사의 순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같은 뿌리이면서도 같음 속에서 다름을 구한다는 ‘同中求異(동중구이)’의 전략인 셈이다.

    불똥은 이른바 진보 진영에도 떨어졌다. 대통합민주신당이 민주당과의 합당을 가시화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와는 ‘반부패 연대’를 형성했다. 보수 진영과는 달리 이견은 일단 접어두고 공통분모를 확대해 나간다는 ‘求同存異(구동존이)’전략이랄 수 있다.

    각설하고 유권자들의 당장의 관심은 경제일 것이다. 유력 후보들은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극복한 ‘제3의 길’을 표방하는 듯하다. 경제에 관한 한 중도개혁노선이든 중도실용노선이든 물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중도’로 포장하더라도 어떤 경제인지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제3의 길’은 좌와 우를 적당히 섞어 놓았다는 비판이 있다. 진보는 평등의 색채가 강하다. 보수는 개인의 자유를 더 추구한다. 경제정책도 엄연히 다르다.

    이념상 한나라당이 신자유주의에 가깝다면 대통합민주신당은 사회민주주의와 친하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국민에게 돌아가는 전체적 분배의 몫이 확대되므로 경제성장정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 성장 후 분배의 논리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소득의 재분배가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성장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성장과 더불어 분배를 중시한다. 이는 컵을 채우는 물의 양에 비유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가 컵에 물이 가득 차면 자연적으로 넘치는 물로 분배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사회민주주의는 컵에 물이 차기 전이라도 목마른 자들에게 물을 줘야 한다고 본다.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선 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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