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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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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56) 대입 논술 대비 키워드

시사문제 어떻게 접근할까

  • 기사입력 : 2007-12-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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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3: 수능 결과가 발표되고 나니 논술이 걱정이네요. 요즘엔 신문을 보고 올해 주요 시사 키워드를 정리해 보고 있어요. 그런데 논술 예상 주제와 연관시켜 글을 써 보려니 아주 힘들어요.

    글샘: 수험생 대부분이 그런 얘기를 하더구나. 평소에 자기 생각을 정리해 두라고 조언하지만, 대입논술시험을 목전에 두고 예상 문제와 연결시켜 보려고 끙끙대거든.

    고 3: 우리 처지가 되면 그럴 수밖에 없어요. 느긋하게 있을 수는 없으니 습작이나마 몇 편 써 봐야 안심되거든요.

    글샘: 올해 각 신문 논술면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시사 키워드를 살펴보자. △신정아 사건과 언론 △교육 엑소더스(미국 등 교육 선진국으로 자녀를 무더기로 유학 보내는 현상) △지구 온난화 △이주 노동자 문제와 다문화 가정 △호주제 등 양성평등 △대기업 회장의 보복폭행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한미 자유무역(FTA) 찬반 △교육문제 관련 3불정책 △지방분권과 혁신도시 △비정규직 보호법 논란 △대중문화와 한류 △저작권법 △대통령 선거와 리더십 등 수없이 많을 거야.

    고 3: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논술형 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글샘: 오늘은 몇 가지만 끄집어내어 자기 생각으로 연결시키는 방식을 소개해 줄게. 물론 이러한 활용 방법도 일부에 불과하므로 전체 논술에서 얼마나 논리적으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단다. 글샘이 대략 주제별로 거론하며 설명할 테니 나중에 혼자서 습작글을 쓸 때 참고해 보거라.

    [사진설명] 수시 2학기 논술고사가 치러진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시험이 끝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 신정아 사건과 팜므파탈 비유의 허실

    팜므파탈(femme fatale)은 사회심리학 용어로, 남성을 유혹해 죽음이나 고통 등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숙명의 여인’을 뜻한다. 최근에는 남성을 죽음이나 고통 등 치명적 상황으로 몰고 가는 ‘요부’를 뜻하는 말로까지 확대돼 사용되고 있다. 전형적인 팜므파탈의 예로는, 뱀의 꾐에 빠져 금단의 열매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이브(하와)를 들 수 있다.

    일부 칼럼에서는 신정아씨를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으로 한 남자의 운명을 예기치 않은 나락으로 빠뜨린 팜므파탈’로 묘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논술에서는 이러한 ‘부적절한 대입’과 반대의 시각으로 글을 써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신씨를 남성 중심의 학력사회에 도전한 팜므파탈로 묘사하는 건 옳지 않다는 논조로 자신의 주장을 쓸 수도 있다. 신씨가 결국 구속은 됐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학력 위조와 변칙으로 미술시장을 쥐고 흔든 일부 혐의 외에는 제3자가 짐작하는 ‘색다른 동기’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할 점과 고민해야 할 점을 되짚어보는 내용도 들어가는 게 좋다. 누드사진 게재 등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하지 않은 언론의 문제점과 함께 온갖 상상으로 치달은 우리 사회의 관음증에 대한 비판의 글을 담으라는 뜻이다. 논술은 짜맞추기 글만은 아니다. 글쓴이의 주관적인 시각과 독창적인 사례로 연결지어 생각하는 창의적인 대비 기법도 연습해 두어라.

    [사진설명] 지난달 대입수능시험 때 마산의 한 고사장에서 수험생이 두손을 모은 채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경남신문DB/

    ☞ 다문화가족 문제와 한국의 가부장제

    결혼이민자 가족, 즉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지 못하고 ‘한국식 가족’을 만들어내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기사를 잘 챙겨 보아라.

    다문화가족’은 한국적 가부장제에 기반을 둔 가족의 재생산을 목적으로 하며 문화간 상호 공존이라는 다문화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다문화 가족 지원사업의 문제점은 ‘한국인 아이를 출산하는 여성 만들기’가 초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국적 아이의 엄마 자격에서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각종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국의 가족주의’에 허점이 있다.

    그 대안으로는 결혼이주여성은 ‘가족 내 이방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한국 남성의 배우자’가 아닌, 다중적 지위를 열망하는 적극적 행위자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

    ☞ 비정규직 문제와 고용의 효율화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이랜드 사태를 초래했다. 비정규직을 고용했는데도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하게끔 법이 강제할 경우, 기업은 직접고용 대신 도급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을 악화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사회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가 벌이고 있는 이랜드 불매운동과 같은 사례는 소비자와 기업, 협력업체에게 피해를 주는 집단이기주의적 행태라고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논술도 가능하다. 현재의 연공서열식의 임금체계를 성과급이나 직무급 체계로 전환해 기업이 비정규직을 활용하려는 잠재 요인을 줄이는 방식으로 차별 문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것도 대안 사례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통합논술형 글로 엮어보고자 한다면, 풍선에 들어 있는 공기를 줄이려고 한쪽을 누르면 공기는 다른 쪽으로 이동해서 엉뚱한 곳이 튀어나오게 되고, 이를 줄이려고 튀어나온 쪽을 누르면 풍선은 터지게 된다는 원리를 인용할 수도 있다.

    ☞ 신문에서 찾아본 지구 온난화 문제

    예전 논술탐험에서 지구 온난화와 관련, 우리나라 사과 재배지가 점점 북쪽으로 이동한다는 사례를 써먹으라고 한 적이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에 9가지 과학적 오류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BBC 인터넷판 기사도 활용해 보자. 영화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남극 또는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최고 20피트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린란드 빙하가 녹는다면 그 정도의 물이 생기겠지만 천년 뒤에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또 지구 온난화의 해법으로 바다에 철이나 요소 등을 뿌려 플랑크톤을 대량 증식시킨 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하자는 방안에 제동이 걸렸다는 신문기사도 눈여겨보자.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금지한 ‘런던협약’과 런던 의정서(London Protocol) 서명국들이 최근 성명을 냈다고 한다. 온실가스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플랑크톤 대량 증식은 조류(藻類)가 죽는 등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러한 식으로 거창한 온난화 예방 대안보다는 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지식이나 신문에서 접한 시사를 논술에 활용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글샘: 오늘은 이 정도만 언급하마. 앞에 소개한 딱딱한 시사 말고도 대중문화 측면에서 ‘쿨하다’라는 용어도 찾아보고, 우리 사회에서 갈등 구조를 해결하는 소통의 창구로 ‘쿨함’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보거라.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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