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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운이 좋은 당선자 - 이선호(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7-12-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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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세론’이 ‘불가론’을 확실히 이겼다. 억세게 운이 좋다. 간도 큰 것 같다. ‘BBK 지뢰밭’을 넘나들고도 겉으로 드러난 표정은 변함이 없다. 이명박 당선자를 보노라면 대한민국의 운세와도 통한다. 60년대 보릿고개를 넘어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산업화를 이뤄내고 세계 중심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듯, 당선자 자신도 어린 시절 가난을 딛고 역경을 헤쳐 한 나라의 지도자로 우뚝 섰다. 당선일이 자신의 생일·결혼기념일과 겹쳐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이 당선자에게 몇 마디만 하겠다. 작금에 경제가 화두인 것만은 틀림없다. 표심도 대통령이 어느 지역 출신, 어떤 이념을 가진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내 주머니에 돈을 더 많이 넣어 줄 수 있을 것인가였다. 그러나 돈이 사람을 편하게 하고 남을 도와 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지만 돈을 버는 과정도 중요하다. 지난 시절 너나없이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했기에 어지간한 ‘흠’은 덮어줄 수도 있었다. 정치하는 사람치고 돈에 관한 한 ‘오십보 백보’라는 점도 당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제 돈의 흐름이 투명해야 한다. 또 시대정신에 맞는 경제는 사람의 향기가 묻은 경제여야 한다. 나아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도 난사람, 든사람에 앞서 된사람 교육이 우선이다.

    경제 못지않게 당장 필요한 것은 통합이다. 선거가 후보자들의 ‘차이’를 가리는 것이라면 그 차이를 넘어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것은 당선자의 몫이다. 이 당선자가 밝혔듯이 선거가 아무리 치열하고 격렬했다 하더라도 분명한 사실은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이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 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분을 삭이느라 무던히도 애를 썼을 법하다. 먼저 용서하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용서는 종교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삶의 지혜고 삶의 숨통이다. 이 시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절실한 덕목이기도 하다. 이 당선자는 자신이 35세에 현대건설 사장에 오른 것과 같이 능력과 창의력을 중요시하고 적재적소의 인사원칙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蕩蕩平平(탕탕평평), 나이·출신지·학력, 무엇보다 여야를 따지지 말고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통합의 첫 걸음이다.

    이른바 BBK 특검은 향후 정국의 뇌관이다. 대선용이든 총선용이든 이 당선자는 그 중심에 있다. 국민들은 특검법의 긴 명칭(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만큼이나 오랜 기간 시달렸다. 초유의 사태인지라 당선자 신분과 관련해 법 적용을 놓고 학계와 법조계의 의견이 갈린다. 소수설, 다수설에다 통설까지 들먹인다. 법안 통과 절차문제나 위헌시비도 나올 것이다. 언론은 BBK로 도배질할 게 뻔하다. ‘떡검’ 탓도 있지만 삼성특검까지 겹쳐 국민들은 이른바 ‘쌍끌이 특검’으로 피곤하다. 하루라도 빨리 ‘BBK 장막’을 걷어내는 것은 이 당선자에게 달려 있다.

    어쨌든 이 당선자는 운이 좋다. 돌이켜 보면 대선 과정에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대형 뉴스가 때맞춰 터져 이를 막아줬다. 변양균-신정아씨 사건은 위장전입 파문을 희석시키는 덕을 톡톡히 봤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는 BBK 파장을 상당히 분산시켰다. 이회창 후보의 돌연한 출현으로 보수층의 심각한 분열이 예상됐으나 ‘박근혜 효과’가 이를 상쇄했다. 자녀의 위장 취업건도 김경준씨가 소환됨으로써 뉴스의 한 끝으로 밀려났다. 막판에 터진 BBK 동영상 파문은 역설적으로 이 당선자가 대운임을 입증했다고나 할까. 범여권에겐 반전시킬 시간이 없었고 ‘야박’했다.

    임기 5년은 그리 길지 않다. 실제로 힘을 발휘하는 기간은 대체로 3년 정도다. 취임 전 정권 이양기에 국정의 큰 틀을 잡고 차기 각료들을 인선해야 하지만 특검으로 녹록하지 않다. 허니문 기간도 총선 열풍에 묻힐 수 있다. 그러나 미래를 향한 긍정적 기운이 뻗치면 활력이 넘치는 新(신)발전체제가 가능하다. 이 당선자의 운이 2008년 이후 대한민국의 국운 상승으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이 선 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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