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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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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57) 대입 정시 논술 총정리

기출 논제 다시 한번 훑어라

  • 기사입력 : 2007-1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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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샘: 2008 대입 정시 원서접수가 오늘 끝나지. 물리 Ⅱ 복수정답 관련 수험생은 27일 또는 28일까지 연장됐지만. 어쨌든 수능 등급제 때문에 논술이 중요하다고 얘기들 많이 하더구나.

    고 3: 수시 모집 때 몇 군데 응시했는데, 실력이 모자랐는지 실패했어요. 이젠 정시에 올인해야죠. 이틀 전에 이미 지망 대학에 원서를 넣고 지금 인문계 논술을 준비하고 있어요.

    글샘: 그랬구나. 실패한 기억은 잊어버리고 새롭게 도전하려무나. 통합논술은 논제 분석을 잘해야 하니까 다양한 주제로 글을 여러 편 써 보는 연습을 해 봐. 지금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장문보다는 짧은 글을 쓰는 연습이 도움될 거야.

    고 3: 지난 논술탐험에서는 주요 시사 키워드를 알아두라고 강조했잖아요. 그것 말고 정시를 앞두고 준비할 게 있나요?

    ☞ 최근 사안도 글감에 활용 창의적인 논술로

    글샘: 지금 이 시점에 통합논술을 대비한 총정리를 해볼 요량이라면, 각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를 다시 한번 훑어 보라고 권할게. 대학마다 출제 경향이 다르긴 하지만 큰 주제로 보면 비슷한 논제가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 지난 11월 수시 모집 때 수도권 한 대학 논술 주제는 ‘문화상대주의’였어. 지난해 기출 논제 중에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의 다양성과 문제점 분석(2007 서울 H대 수시2)이나 △보편문명에 대한 다양한 입장 이해와 비판(2007 서울 I대 정시)을 살펴본 학생이라면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을 거야.

    고 3: 그러면 이번 정시 때 그와 비슷한 논술 주제가 나온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요?

    글샘: 제시문이 어떤 내용이며, 출제자가 의도하는 방향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지므로 뭐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려워. 예를 들면 ‘지나친 문화상대주의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논술하라’는 문제도 나올 수 있겠지. 고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라 이런 경우 많은 학생들이 사례로 인용하는 게 ‘개고기 논란’이야. 하지만 너무 알려진 내용으로 서술해서는 곤란해. 글감으로 활용하려면 논제에 맞춰 창의적인 사고를 가미하는 게 필요하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제점’이므로 오히려 문화의 충돌로 일어날 수 있는 폐해를 지금 우리나라의 일부 사례를 인용하면서 쓰는 게 독창성을 띨 수 있을 거야.

    고 3: 조금 어렵네요. 한두 개 쉬운 예를 들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글샘: 좋아. 문화라고 하는 것은 오랫동안 생활양식으로서 축적된 사회현상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렇게 봤을 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나타난 일부 폐해와 몇년 뒤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추론해 볼 수 있을 거야. 예전에 미국 등 외국 문화를 추종한 ‘문화 사대주의’나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결혼이주 외국인의 한국 사회 적응에 관한 ‘다문화사회’도 그러한 예가 될 수 있겠지.

    고 3: 그러면 ‘탈레반 인질 사건’도 문화상대주의와 접목할 수 있겠네요?

    ☞ 출제 의도 무시한 '끼워 맞춘 글'은 금물

    글샘: 그건 조금 애매한 사안이구나, 어떤 관점으로 서술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나친 문화상대주의의 문제점’이라는 논제에 맞추기엔 쉽지 않을 거야. 문화상대주의란 ‘인류 문화는 일원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독자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문화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보는 관점’이지.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 문화는 문화의 독특한 환경과 역사적·사회적 상황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라고 할 수 있어. 그래서 ‘문제점’을 지적하려면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논지를 전개하는 편이 낫지 않겠니? 다만 이슬람권 사람들의 미국에 대한 반발 사례를 이와 비슷한 여건으로 인해 예상되는 국내 외국인들의 사회·문화적 일탈 현상을 문제점으로 다루는 방식은 가능할 것 같구나.

    고 3: 혹시 다문화사회와 연관시켜 우리나라의 순혈 민족주의를 끄집어내는 건 어떨까요?

    글샘: 물론 넓게는 문화충돌로 인한 갈등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쓰다가 자칫 문화상대주의라는 논점을 벗어나 세계화 시대의 문제점이 주가 되는 논술이 될 우려가 있단다. 논리적으로 잘 연결된 글이 되면 다행이지만, 논제를 지나치게 확장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끼워 맞춘 글’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단다. 혹시 문화상대주의에 관한 글감을 준비하고 싶으면 ‘문명과 야만을 넘어서 문화읽기’라는 책을 한번 읽어 봐. 우리가 흔히 보는 세계지도는 서구중심주의 세계관과 문화를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꼬집고 있는 책이야. 신대륙과 유럽 그리고 북반구 중심의 세계관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지. 지구촌엔 거꾸로 된 세계지도도 있는데,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중심은 달라진다고 얘기하고 있어. 문화인류학의 핵심 주제인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오해를 경계하며 대안으로 다문화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책이란다.

    ☞ 구술면접 대비 '새 정부 과제'도 알아 두길

    고 3 : 기출 논제 말고도 이 시점에 대략 머릿속에 정리해 두어야 할 시사 키워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수험생은 정시 논술뿐만 아니라 구술면접도 대비해야 하잖아요.

    글샘 : 그렇지. 보수와 진보의 시대 경향에 관한 이념 문제는 이즈음에 자기 생각을 정리해 놓는 게 좋을 거야. 제17대 대선 결과에 따라 10년 만에 보수 정권이 들어서게 됐지. 진보 세력의 위기와 보수 세력의 약진이라는 권력의 시계추가 변하는 시점이거든. 갈등 극복의 대안으로 완벽한 해결보다는 근본적인 문제점 해소를 통한 ‘소통’에 의미를 두는 글도 한번쯤 써 보거라. 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첫 기자회견서 밝힌 내용 중에 많은 용어가 등장한단다. ‘실용주의’와 ‘신발전체제’,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경제선진화’라는 말이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 경제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 우리 사회의 기본 구조, 즉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뀔지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니까 말이야. 이번 정시에서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하마. (편집부장)

     <문화상대주의에 관한 신문 칼럼>

     ▼할리우드 서부영화들은 인디언들을 '미개 민족'으로 여기며 야만적 살육행위를 미화하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는 자신들이 있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현시대에도 지구의 북반구에 있는 잘사는 나라들은 가난한 아프리카를 '미개'로 분류하고 있고, 기독교 세상인 서방세계는 중동으로 대표되는 이슬람 세계를 여전히 색다른 눈으로 보고 있다. 아메리칸드림에 젖어 미국으로 건너갔던 한국인들이 그곳에서 당한 멸시와 차별을 성토했던 우리들은 한국땅을 찾아온 외국노동자들에게 어떤 대우를 하고 있는가. 세련되지 못한 것을 통칭하여 쓰는 말인 '촌놈'도 이러한 의식의 표현이다.(중략) 그렇다고 해서 개 식용에 대한 비판에 귀를 막고 있을 수만은 없다. 개고기는 우리 민족의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의 하나라든지, 소나 돼지와 같은 가축일 뿐이라는 식의 문화상대주의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집 지키고, 고기를 제공하던 그 옛날 개가 지금은 애완용으로 길러지고 반려(伴侶)동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상대적이긴 하지만, 절대불변의 그 무엇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2007년 7월 27일 경남신문 칼럼 발췌]
     
     ▼하지만 복음 전파는 방법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문화와 종교적 특성을 이해하고 오랜 기간 기독교적 생활방식을 적용하면서 봉사해야 올바른 선교가 된다. 그래서 이런 방식은 3년 정도 지나야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게 된다. 반면 이번과 같이 상대방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뜨거운 종교적 열정'만 가슴에 안고 15일 일정으로 선교에 나서는 것은 '문화적 상대주의'를 무시한 처사다. 그래서 기독교 내부에서도 정식 루트로 오랫동안 선교하고 있는 기존 선교자들에게 이들 '단타 선교'는 방해가 된다고까지 한다. 그러나 정작 안타까운 것은 지구촌 곳곳에서 선교든 봉사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 또다른 억류와 순교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핍박과 고통이 있는 곳에 구원의 손길은 당연하지만 선교의 절차를 무시한 종교적 욕심이 강한 '단타 선교'는 고려해 봐야 한다. [2007년 9월 6일 경남신문 칼럼 발췌]
     
     ▼휴대폰 속에서 싹트는 문화는 단순히 문자를 가지고 대화를 나눈다는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 상대방과 열심히 손끝으로 하는 문자메시지는 단지 즐기는 것만이 아니며 그곳은 자기와 자기만의 주관이 우상화되는 대화 공간이다. 여기에 문화적 상대주의와 다원주의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이 이동통신의 발달이다. (중략)
     이렇게 되면서 급기야 우리 삶에 있어서 절대 보편적 진리는 사라지고 그저 자유로운 개인적 견해와 삶이 자유와 방종의 한계를 넘나들면서 우리 주변에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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