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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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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팝니다

최경식 신부(천주교 마산교구 병원사목)
나누는 마음이 풍성함 가져와 조그만 나눔으로 행복한 나날 되길…

  • 기사입력 : 2008-01-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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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바자회가 이틀 동안 병원 마당에서 있었습니다. 성탄절 행사의 일환으로 실시되었는데 수익금은 각 부서별로 사회복지 기관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주기로 했습니다.

    부서별로 바자회 물품이 정해졌습니다. 영양과는 과 특성을 살려 파전, 동동주, 오뎅과 같은 먹거리를 마련했고 옷, 사과 등 여러 물품도 다양하게 마련했습니다.

    나도 뭔가 해야겠다 싶어 “붕어빵은 제가 할 테니 다른 부서는 절대로 하지 마시라”고 큰소리쳤습니다. 말을 해 놓고 보니 한 번도 붕어빵을 구워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하나 사실 걱정도 조금 되었습니다. 뭐 하느님이 도와주시겠지 생각하며 밀어붙였습니다. 붕어빵 기계를 빌리고 밀가루 반죽을 하여 우선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가스에 불을 붙이고 기계를 달군 다음 반죽을 넣고 첫 붕어가 태어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첫 붕어는 피부색이 완전 흑인이었습니다. 그 다음 붕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불 조절해야지, 밀가루 반죽 넣어야지 정신이 없는데 직원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한마디씩 했습니다. “신부님, 이건 붕어빵도 아니예요” “이건 머리도, 꼬리도 없구요” “자격증(?)은 있으세요” 등등.

    뭔가 대책을 세워야하겠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병원에 오신 환자분인데 3년 동안 붕어빵 장사해서 아들, 딸 공부시켰고 너무 힘들어서 지금은 쉬는 아주머니였습니다. 제가 하는 것이 너무 서툴다 보니 보다 못해서 비법을 알려 주려고 나타나신 게지요. 그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불조절, 반죽의 양, 팥 넣는 것까지 2시간 동안 완벽하게(?) 배웠습니다.

    드디어 바자회날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불조절해 가며 붕어빵을 구웠습니다. 마음을 잡아가며 조금씩 구워 보니 제대로 된 붕어들이 탄생했습니다. 역시 노력하면 안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감도 생기고 노래도 불러가며 신나게 구웠습니다.

    가격은 얼마로 할까 고민하다가 붕어빵은 공짜로 주고 돈은 알아서(?) 기금함에 넣도록 했습니다. “붕어빵 얼마예요?” 하는 물음에 “공짜입니다. 몇 마리 드릴까요?” 하면 “정말요”하며 놀라워하십니다. “돈은 알아서 주세요”하면 “알아서가 더 무섭네요”하시면서 웃음 가득 미소를 던집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 자본주의에 물들어져 있고 돈으로 뭐든지 해결하려고 합니다. 적정한 가격대도 필요하지만 좀 더 얹어 주고 하나 더 끼워 주고 말만 잘하면 공짜로도 주는 풍성함이 있는 곳에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제 예상대로 달라는 대로 다 퍼 주고도 20여만원이 남았습니다. 서로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이런 풍성함을 가져왔다고 생각됩니다.

    나눔은 풍성함입니다. 나눈다는 것은 절대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서로의 즐거움도 기쁨도 때로는 아픔도 나눌 때 그 기쁨과 행복은 몇 배로 불어나서 나에게 돌아옵니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나눔이 필요한 이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웃간에, 가족간에 진정한 나눔이 있는 보금자리로 만들어 갈 책임은 바로 나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조그마한 나눔으로 하루 하루가 행복한 나날 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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