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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맛 드라이브 ① 함양휴게소 ‘연잎밥’

  • 기사입력 : 2008-0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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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진짜 휴게소 음식 맞아?’

    비슷한 메뉴에 맛없는 음식, 비싸고 불친절하다고 여겨졌던 휴게소 음식점이 달라지고 있다. 휴게소란 고픈 배를 대충 때우고 지나간다는 생각을 바꿔놓을 차별화된 음식들을 승부수로 내놓기 시작한 것. 게다가 지역의 특산물과 맞물려 지역 홍보의 장이 되기도 한다. 도내 고속도로 휴게소는 모두 23개. 그중 맛으로 발길을 유혹하는 휴게소 5곳을 찾아 그 맛을 소개한다.

    蓮으로 차린 겅강밥상

    12가지 잡곡으로 만든 연잎밥 지리산나물 등 10여가지 반찬 식후엔 은은한 연잎차로 향긋

    지난 여름 찾았던 함양 상림의 흐드러진 연꽃을 떠올려 본다. 연(蓮) 전문 식당이 있다는 통영~대전간 고속도로 상·하행선 함양휴게소로 향하는 길이다. 연을 이용한 음식이라니. 그 고혹적인 자태처럼 맛도 우아할까.

    시덥잖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어느새 휴게소다. 평일 낮인데도 제법 북적댄다.

    휴게소 입구, 큼지막하게 걸린 옥색 간판이 눈에 띈다. ‘옥연가’(玉蓮家), 한정식집에나 어울릴 법한 상호다.

    매점 한가운데 자리한 ‘옥연가’. ‘연잎 가득 건강한 밥상’이란 부연설명이 붙어 있다.

    메뉴가 다양하다. 연잎밥, 연잎 해물탕, 연잎 호박죽, 연잎 돌솥밥, 연잎 차 등. 그 중에 메인요리라는 ‘백연밥상’을 주문했다.

    연잎밥과 연 호박죽, 연잎 오리훈제가 나온다고 한다.

    휴게소답게 5분이 채 안돼 식사가 나온다. 그런데 차려진 밥상의 푸짐함은 예의 휴게소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반찬 가짓수만 7~8가지. 지리산에서 캤다는 나물 3가지에, 연근 조림, 유자채 무침 등. 찬 하나하나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먼저 연자를 갈아 넣었다는 옥연 호박죽을 맛본다. 호박의 달큰함과 연자의 고소함이 혀끝을 녹인다. 연잎에 싸여 나온 연잎밥은, 선물의 포장지를 뜯기 전과 같은 묘한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젓가락으로 연잎을 하나하나 펼쳐낸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풍겨오는 그윽한 향이 식욕을 돋운다. 맛은 담백하다. 찹쌀과 흑미의 차진 맛과 12가지 잡곡의 씹는 맛의 조화가 먹는 재미를 더한다. 정월대보름날 먹던 잡곡밥이 생각난다. 일반 잡곡밥과 다른 점은, 잡곡밥 특유의 한약향이 연향과 더해져 담담한 향을 낸다는 것.

    연잎으로 쪄낸 오리훈제는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에 부드럽게 감긴다. 오리 안에 잡곡과 한약재를 넣고 애벌구이로 기름을 뺀 뒤 연잎에 싸서 쪄낸 것이라 한다.

    이런 요리가 5분 안에 가능하단 말인가. 조리실장은 연잎밥은 미리 만들어서 급냉각해 놓은 것을 해동해서 낸다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고는 하루 평균 200그릇 팔리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

    함양에서 재배한 연잎을 말린 뒤 찹쌀과 흑미 그리고 12가지 잡곡류(연씨, 흑미, 호두, 대추, 해바라기씨, 잣, 밤, 팥, 검정콩, 땅콩, 연자, 조)를 넣고 찜솥에 넣은 뒤 15~20분 쪄내는 게 기본 조리법이다. 사찰음식으로는 예전부터 전해져 오던 것이라 한다.

    하지만 사시사철 연잎밥을 맛보기 위해선 연잎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비법이 필요하다. 그 비법을 물으니 비밀이라며 입을 꾹 다물어 버린다. 단, 홍련은 독소가 있기 때문에 백련으로만 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그래서 메뉴 이름도 ‘백연밥상’. 후식으로 나오는 연잎차의 은은한 향이 향긋하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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