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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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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잘 될 겁니다/이선호(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8-01-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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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효과’가 단박에 나타났다. 5년 넘게 꿈쩍도 않던 ‘대불공단 전봇대’가 5시간여 만에 뽑혔다. 이 당선인이 “기업이 투자를 하고 싶어도 여건을 만들어줘야 할 수 있다”고 현장 행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방문 경험을 예로 든 지 이틀 만이다.

    지난 1996년 완공된 대불공단은 국가 산업단지로는 전남의 서남권에서 가장 크다. 2010년까지 세계 1위의 중형 조선산업단지로 만들기로 돼 있다. 이곳에 박힌 전봇대 때문에 대형 선박 블록을 실은 트레일러가 교차로 커브를 돌기 위해서는 교통을 전면 통제한 뒤 곡예운전을 해야 했다. 4㎞ 떨어진 대불항까지 나가는 데 4시간 넘게 걸렸다.

    기업에서 수년째 호소했지만 관계기관이 차일피일 미뤄왔던 민원이 이 당선인의 한마디에 부랴부랴 해결된 것이다. 경남도 불똥이 튈세라 창원공단 두산중공업쪽 ‘애물 전봇대’ 36개를 뽑기로 했다.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체들의 가슴에 박혔던 전봇대도 뽑혔을 법하다.

    ‘이명박 효과’로 동절기에 멀쩡한 보도블록을 뺐다 박았다 하던 광경도 사라질 것 같다. 지금까지 정부 기관들은 예산이 남을 경우 예산반납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도로를 새로 까는 등 소모적 시설공사를 되풀이해 왔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장비도 사놓고 보자는 식이었고, 그래도 남으면 외유성 출장을 가기도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앞으로 예산절감에 노력해 불용액이 많이 발생하더라도 다음 연도 예산을 삭감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또 인수위는 군산, 장항 토사매립지 건설사업을 대표적 예산 낭비사례로 꼽고 제동을 걸기로 했다. 이곳에 버릴 토사를 인근 새만금 사업지구 내에 매립하면 약 8000억여원의 예산 절감이 가능한데도 해양수산부가 새만금의 토지이용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립지 사업을 추진했던 것이다.

    이 당선인이 “정치적 이유로 예산을 골고루 나눠주는 관행 때문에 오히려 낭비가 더 심하다”며 개선책을 주문한 뒤 나온 조치다. 공교롭게도 두 사례가 전라도 쪽에서 불거졌지만 어디 이곳뿐이겠는가.

    ‘이명박 효과’는 대통합민주신당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손학규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진보세력이 국민에게 빵을 줘 봤느냐, 옷을 줘 봤느냐”면서 “국민에게 버림받는 이유는 말로만 평등, 분배, 평화를 외쳤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물론 손 대표는 “이 당선인의 실용주의는 기능을 중시하고 사람에 대한 가치가 돋보이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자신의 중도적 실용주의 가치는 이 당선인과는 달리 생명과 평화가 함께 있는, 그 속에서 국민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그런 정책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국민을 위해 장군멍군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이명박 효과’의 실질은 국민들이 ‘경제하려는 의지(The Will to Economize)'를 보일 때 더 빛을 발할 것이다. 경제하려는 의지는 비단 물질적인 부를 추구하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낡고 비효율적인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적극성,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려는 욕구, 그리고 소비를 절약하려는 의지 등을 총칭한다. 여기에다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다면 금상첨화다.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행동을 불러오고, 긍정적인 행동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보태면 ‘남’이 된다는 노랫말이 있지만 ‘고질병’에 선 하나를 그으면 ‘고칠병’이 된다.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한 게 아니라 간 만큼 갔다. ‘힘들다’란 말도 힘이 들어 죽겠다가 아니라 ‘힘이 들어온다’고 달리 생각할 수 있다. 화제작 ‘긍정의 힘’을 쓴 조엘 오스틴은 세상이 불공평하다며 고개를 떨구고 있는 사람은 태양을 볼 수 없다고 했다. 공기의 저항이 없으면 독수리는 날 수 없고 물의 저항이 없으면 배가 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늦었지만 새해 덕담 한마디 드린다.

    “잘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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