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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논술 주제별 논술강좌] (17) 환상과 현실의 관계

  • 기사입력 : 2008-0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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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논제

    ■ 다음 제시문은 환상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환상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제시문의 내용을 참고하여 적절한 예를 통해 환상의 사회적 의미를 논술하시오. (1800자 내외)

    *제시문 원문은 뒷부분에 수록

     

    # 출제 의도

     일반적으로 환상에 대해 우리가 가진 생각은 비현실의 세계, 비논리적 세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환상의 반대말은 현실과 합리성이다. 합리성이 지배하는 현실과 환상의 구분선이 명쾌하다는 사실, 이것이 우리의 통념이다. 그러나 실제로 환상은 현실과 명확하게 구분되는가? 이 논제는 우리에게 환상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혹시 가상의 세계를 진짜라고 믿고 살지는 않는가? 이 논제에 대한 접근은 환상과 현실에 확연한 경계가 있다는 상식적인 생각을 의심하는 지점부터 시작된다. 거기에서 비로소 환상과 현실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환상세계의 다양한 의미를 진단해 볼 것을 요구하는 것이 이 논제의 의도이다. 물론 그 진단의 대상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현실세계이다. 왜냐하면 환상은 현실 세계로 가는 뒷문이기 때문이다. ※ 논술문제 출처 : 초암아카데미

    # 논제 분석

     논제에는 환상과 현실의 관계, 혹은 환상의 사회적 의미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미 환상과 현실(사회)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논제분석에서 글의 핵심내용은 다음처럼 예상된다.

     ① 환상과 현실이 맺고 있는 관계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한다.

     ② 현대사회에서 두드러지는 환상과 현실의 관계 양상을 보여 준다.

     ③ 그 관계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 관계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드러낼 것.

    # 제시문 분석

    <가> 고야의 그림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나타난다’= 이성과 환상의 다양한 관계설정의 가능성: 논제에서 이미지가 제시될 때는 먼저 주제와 제시문의 맥락 속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림(이미지)의 작가가 의도한 의미와 상관없이 관람자는 다양한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일정한 영역을 지정해 그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 영역을 지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논제의 주제와 다른 제시문의 관계 사이에서 생겨나는 의미이다. 다음과 같은 순서대로 이미지의 의미를 파악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미지의 의미를 해석하는 다른 열쇠는 표제(제목)이다. 표제는 이미지의 의미를 특정한 방향에서 읽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이성'과 '괴물'은 주제인 '현실'과 '환상'과 대립 쌍을 이룬다. 이 논제에서 제시된 현실은 곧 이성이 지배하는 영역이며, 이미지의 괴물은 비현실적인 환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즉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나타난다'라는 이성적 세계와 환상세계의 대립관계를 나타낸다. 가능한 해석의 방향을 세 가지 정도 예측해 보자.
     
     1) 환상(괴물)은 이성의 영역 밖에 존재하고 '괴물'이 사는 부정적인 세계이다. 또한 환상이 이성의 검열이 느슨해질 때 침투한다는 점에서 '이성적 현실과 비이성적 환상 사이의 대립'이라는 일반적 통념을 확인시키는 내용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2) 환상 자체가 이성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성이 도달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이성의 장악력이 떨어지는 영역의 존재를 증명한다. 이렇게 읽으면 이성의 한계를 인식하며 이성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나아갈 수 있다.


     3) 이성의 통제 필요성을 암시하는 표상으로 읽을 수 있다. 괴물을 꿈꾸고 있는 것은 이성이다.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환상을 이성의 어두운 이면으로 본다면 이성과 환상의 대립과 이분법을 무너뜨리는 의미를 가진 표상으로 읽을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 읽어야 하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논지를 전개하느냐에 따라 이미지는 다양한 방향으로 의미를 제공할 수 있다.

     

    <나> 1997년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 제시문 ‘괘락 원칙과 현실 원칙’에 관한 글 = 현실의 결핍을 충족하고 보완해 주는 환상의 기능: 꿈, 농담, 말실수, 백일몽, 상상 등은 모두 현실적 구속을 벗어난 정신적 생산물이다. 그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욕망을 드러낸다. 그 내용은 자신조차 모르는 내용일 수도 있고 그래서 무의식적이다.

    그러한 환상을 가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내용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성의 검열을 우회할 시기(이성이 잠들 때)와 형태(진지하지 않고 사소하거나 황당한)를 취한다. 제시된 [가]의 고야의 그림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내용이다. 이 제시문은 환상을 통한 상징적인 충족은 현실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기능인 셈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논리를 넓히면 합리적인 이성만으로는 우리 삶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바꿔 말할 수도 있다.

     

    <다> : 칼럼 `상상력의 자궁 속으로(한겨레 2002년 2월 27일자)= 신화의 양가적 의미: 여기서는 신화가 가진 긍정적 역할과 부정적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 준다. 신화는 환상의 범주이기 때문에 이 안에서는 원형적인 욕망에 관한 자유로운 상상이 이뤄진다. 현대사회가 규정하고 우리가 내면화한 규범을 거스르기에 그것은 '비윤리적' 이다. 그러나 현실의 도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면 신화는 전해질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환상의 세계로만 기능한다. 신화는 현대문명에서 무엇이 금기시되고 억압됐으며 배제됐는지를 반증해 준다.


     다른 한편으로 신화는 지배질서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우리는 우리 앞의 문제에 직접 대응하기보다 환상이라는 쉬운 대안을 찾아 현실에서 도피한다.


     또한 비합리적으로 편중된 환상을 현실화하려는 개인적·집단적 노력은 다른 누군가에게 악몽이 될 수도 있다. 광신적인 종교집단의 세계가 곧 멸망한다는 확신이 가족 파괴와 집단 자살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1980년대 군사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탈취한 군부는 단군신화 열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상징 조작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이 외에도 신화는 정치적으로 남용된 사례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라> 스티븐 M. 펠만 ‘디즈니와 놀이문화의 혁명’ 중에서=  자본주의 문화산업에서 현실화된 환상의 의미: 합리적 이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환상이 본격적으로 중심세계에 등장하게 된 사회적 맥락을 보여 준다. 자본주의 문화산업은 현실의 환상체험을 약속한다. 꿈에서나 상징적으로 실현되던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테마파크나 판타지 영화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 발달도 한몫했다.


     이성세계에서 추방되거나 주변부로 밀려났던 환상이 다시 등장한 배경은 무엇인가? 다시 등장한 환상은 구매의 대상이다. 문화산업이 '생산한' 환상은 상품 형식으로 소비된다. 여기서는 이윤과 효용이 핵심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일상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꿈을 꾼다거나 상상의 나래를 펼칠 필요가 없게 됐다. 현실 속에 그 환상을 실현할 공간이 만들어졌다. 값을 지불할 능력만 있다면! 하지만 그 환상은 이윤을 추구하는 상품이며 안전하다. 이윤 추구와 무관하거나 나아가 현실의 질서 자체를 흔드는 전복적인 환상은 어떻게 될까? 환상의 생생한 충족을 일정하게 약속하면서 동시에 이성적 세계에 도전하는 불온한 환상을 거세하는 세련된 억압 방식으로 이를 추론하는 것도 가능하다.  

       # 논술문 작성방향

     논제는 환상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묻는다. 여기서 환상은 다양한 양상(꿈, 상상력, 신화 등)을 포괄한다. 또한 그 사회적 의미가 환상과 현실의 관계를 묻기에 주제 자체가 대단히 광범위하다. 따라서 제시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세부 쟁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
     
     ① 환상은 현실과 분리돼 있는가?
     ② 환상이 분리됐다면 왜 현실로부터 밀려나거나 배제됐는가?
     ③ 여전히 환상은 필요한가?
     ④ 환상을 필요로 하는 현실의 요구는 긍정적인가?
     
     이러한 쟁점을 토대로 논지를 어떻게 전개할지 구성하면 기본적인 개요가 나온다. 결국 이 논제는 환상을 통해 현실을, 정확히 말하면 현대사회를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 환상과 현실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환상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이러한 쟁점은 성립하지 않는다. 양자택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쟁점이 불가능함을 서두에 논증하며 논술문을 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경남초암아카데미 제공/

     

     <제시문 원문>


     [가]
     고야,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나타난다〉그림
     
     [나]
     정신분석가에게 있어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이다. 하지만 무의식의 내용물이 유통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프로이드는 '일상생활의 정신 병리학'에서 말실수, 망각, 말장난 등 다양한 '증후'들이 실상 욕망이 상징적으로 충족되는 기회라고 주장한다.
     욕망이 이렇게 상징적으로 충족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쾌락원칙'이 언제나 '현실원칙' 앞에서 굴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보통의 경우 현실이란 우리의 욕망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실과 현실의 구속을 벗어나는 정신적 생산물이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보충적 욕구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백일몽과 같이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꾸는 몽상은 실상 가장 내밀한 욕망의 표출일 뿐이다. 이러한 몽상을 통해 그동안 숨어 있던 환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환상은 일상 현실이 할 수 없는 긍정적 역할을 인간 정신이 수행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모든 것은 사회생활에서 비롯된 결여와 욕구 불만을 메우게 된다. 우리는 자신을 더 이상 정상적으로 규정할 수 없을 때 몽상에 빠져들어 미, 부, 매력 등을 갖추게 된다. 몽상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평상시게 우리에게 결핍되어 있던 모든 것을 가지게 되며, 친숙한 현실적 제약으로부터의 일시적 휴식을 통해 우리의 소망에 부응하는 세계와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상상은 현실 밖으로의 탈출이지만, 우리에게 욕망의 충족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무목적적 탈출이 아니다.
     이러한 충족이 미망(迷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충족을 통해 현실로의 복귀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1997년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
     *쾌락의 원칙과 현실의 원칙 : 프로이드는 사람의 정신세계는 크게 이드, 에고, 초자아로 분류했다. 쾌락원칙에 지배되는 이드는 인간 정신의 심층에 있는 본능적인 요소이다. 동물적·원시적 성격이 강하다. 도덕원칙에 따르는 초자아는 자아가 지니는 원시적 욕구를 억제하고 도덕이나 양심에 따라 행동하도록 한다. 에고는 이드와 초자아, 즉 쾌락원칙과 현실원칙 사이에서 이 둘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다]
     황소를 사랑한 여왕 파시파에며 아버지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에 어머니마저 살해한 엘렉트라, 양성을 동시에 경험한 이피스의 이야기들에서 사랑의 경계에 대한 기존의 관념들의 토대는 흔들린다. 근친상간(뷔블리스, 스뮈르나, 휘폴뤼토스), 트랜스젠더(헤라클레스, 이피스, 테이레시아스), 동성애(아폴론 사포)의 사례들은 시간과 더불어 제도라는 단단한 껍질에 둘러싸여 온 사랑의 원형질을 날것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신화는 원래, 꼬장꼬장한 도덕군자들을 자리에서 떨쳐 일어나게 할 만큼 비윤리적일 때 꽃을 피운다. … 신화가 고대 비극 작가들의 영감을 끊임없이 자극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 인류는 오랜 방황 끝에 오늘날과 같은 사랑의 문화를 이루어 낸 듯하다."
     그러나 오랜 방황 끝에 이루어 낸 사랑의 문화가 오늘날 도리어 강력한 금기로 인류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있음은 현실의 인간이 직면한 아이러니다. 그 금기는 이성과 합리, 도덕이라는 코스모스적 사고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코스모스가 더 이상 풍요로운 문화를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성이 신화적 상상력으로의 귀환을 추동한다. 이미 현실에선 동성애며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완고하던 사회적 시선에 균열이 일고 있다. 신화 읽기는 그 균열과 혼란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의 코스모스 이전의 카오스적 삶의 원형질을 들여다보려는 몸짓이라 할 수 있다. …
     신화 열기는 올해도 우리 사회의 주요한 문화적 현상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신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재서 교수는 "신화는 현실을 넘어서는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동시에 두 가지의 문제점도 지닌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론 현실을 잊고 도피하려는 심성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으며, 사회 전체적으론 비합리적 전체주의의 광기에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리안족의 신화를 강조하며 바그너의 악극을 숭배했던 나치즘이나 건국신화를 통해 만세일계의 천황지배설을 뒷받침한 일제 군국주의의 사례가 신화를 전체주의의 확립에 오용한 대표적 사례이다. - 손원제, <상상력의 '자궁'속으로〉 한겨레 2002년 2월 27일자
     
     [라]
     오랫동안 환상의 세계는 어린이에게만 허용되는 것이고 그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배리의 희곡과 소설의 주인공 피터 팬은 '자라기를 원하지 않는 소년'이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과학과 기술의 힘을 빌려 환상의 세계를 일상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현대의 오락과 놀이문화는 '환상의 세계를 일상화한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놀이문화의 대명사 디즈니랜드의 슬로건이 "꿈꿀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현대의 놀이문화를 이끄는 대중문화산업은 익숙한 상황에서 오는 일상적 편안함과 환상의 세계가 주는 흥분과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예로 디즈니랜드는 "모든 연령계층이 안전하고, 깨끗하며, 효율적이고, 논쟁의 여지가 없는 가운데 즐거움을 누리는" 조건과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자본주의 문화산업은 일상생활과 환상세계를 접목함으로써 나이와 관계없이 대중을 매료하고 효용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놀이문화 산업은 일상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이제는 더 이상 꿈을 꾼다거나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볼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대중을 설득한다. '신기한 나라'에 대한 경험은 조금만 시간을 할애해 장소를 옮기기만 하면 일상에서 실제적으로 가능해졌다고 주장한다. 환상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 있다는 전통적 의식이 그것은 항시 존재하는 나라에 있다는 것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 스티븐 M. 펠만 《디즈니와 놀이문화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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