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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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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의 삶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천주교 마산교구 수도원 3곳 주변에 조선업체 가동·유치추진
소음·냄새 등 ‘위기 상황’… 사제단 “생활환경 우선돼야” 성명

  • 기사입력 : 2008-0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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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올리베따노 남녀수도원의 기도 모습.


    천주교 마산교구 내 봉쇄수도원들이 인근 지역에 조선 관련업체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환경오염 및 소음으로 수도생활에 위협을 받는 등 위기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마산교구 사제단은 봉헌 축일인 2월 2일자로 낸 ‘교구 내 수도원들의 절박한 사정’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위하여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보존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환경을 건강하게 가꾸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봉쇄(封鎖)수도원은 수도자들이 글자 그대로 삶 전체를 오롯이 하느님에게 봉헌하고, 외부세계와의 접촉이 단절된 상태에서 절대 침묵 속에 기도와 노동으로 생활하는 곳을 말한다. 이들 수도자들은 순명과 청빈, 정결이라는 복음적 삶을 서약하고 축성생활을 한다.

    문제가 된 마산교구 내 봉쇄수도원은 고성군 대가면 송계리 올리베따노 남녀수도원과 상리면 망림리 가르멜 여자수도원, 마산시 구산면 수정마을 트라피스트 여자수도원 등 3곳이다.

    사제단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수도원 인근에 골프장 건립이 추진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올리베따노 수도원은 지난해 조선 기자재 공장이 수도원 인근에 들어선 뒤 환경오염 등에 따른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이 수도원의 수도자들은 공장에서 날아온 냄새와 소음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또 가르멜 수도원은 수도원과 150m 가량 떨어진 곳에 조선 부품공장이 입주할 예정이어서 위기상황에 놓였다. 사제단은 공장 부지가 특히 수도원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소음과 분진 등으로 인해 은둔과 침묵 속에 살아가는 수도자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은 당초 주거용지로 개발된 마산 수정지구 공유수면 매립지에 조선소 유치가 추진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수도원 측은 이곳에 조선소가 들어설 경우 인근 주민들은 물론 수도원 역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며 주민 및 환경운동단체 등과 함께 매립목적 변경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제단은 “서울대 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조선산업시설이 입주해 있는 곳들의 환경오염 실태는 전국 최고로 조사되고 있다”며 “최대의 조선단지인 거제도는 공해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회사측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악의 환경오염 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진해 죽곡리와 통영 일대에는 이미 엄청난 피해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제단은 지역 경제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입장과 이윤 추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활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행정기관과 기업체에 대해 지역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자연과 생활환경을 위해 진지하게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제단은 또 “수도자로서의 삶을 위협받고 있는 수도원들의 절박한 호소에 관심을 갖고 기도해 달라”고 교우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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