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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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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기적

유영봉 몬시뇰(천주교 마산교구 총대리)
참된 믿음은 초경험적인 것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 기사입력 : 2008-02-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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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계상으로 보면 어떤 종교이든지 종교를 가지고 있는 국민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든 종교는 나름대로 신앙의 대상에 대한 참된 믿음을 추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믿음으로 순화하여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종교의 순기능에 못지않게 역기능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십자군 전쟁을 비롯하여 회교도들 간의 성전(聖戰)을 빙자한 무자비한 테러와 전쟁, 일본 ‘옴 진리교’의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 환생을 믿는 ‘뉴 에이지 신봉자’들의 집단자살 사건, 가족과 가정을 내팽개치는 ‘종말론자’들의 행태 등은 종교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MBC방송의 PD수첩 프로에서, 천주교의 ‘나주 율리아 사건’이 보도되었다. 그러자 천주교 신자들중에는 가톨릭이 사이비 종교 집단처럼 비치게 된 것을 아쉬워하면서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교회 당국은 무엇을 하였는가?” 하며 교회에 원망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광주대교구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나주 율리아 사건’에 대해 경고해 왔음을 아는 이들은 “그래도 가톨릭교회는 확실히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의 이러한 사건들을 보면서 가톨릭교회의 한 사목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은 “결국 참된 믿음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앙인들은 우리의 경험과 과학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기적적인 사건을 인정한다. 그러나 신자들 중에서도 교회가 철저한 과학적인 검정을 통해서 ‘기적’이라고 인정한 사건에 대해서도 “기적이란 없다”며 한사코 기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류들이 있다. 이들은 왜 기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기적을 인정하면, 하느님의 살아계심을 인정해야 하고, 하느님의 살아계심을 인정하면, 자신의 생활을 바꾸어야(회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늬는 신자이지만, 사실은 ‘실천적인 무신론자’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교회 당국이 “그것은 기적이 아니다. 미혹되지 말고” 하는데도 “기적을 보아야만 믿겠다”는 자세로 뭔가 이상한 사건만을 찾아 온 나라를 쏘다니는 ‘기적몰이꾼’이라고 해야 할 또 한 부류가 있다.

    두 부류가 모두 참된 신앙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 아닐 수 없다. 참 신앙인은 초경험적(超經驗的) 기적적 사건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며, 굳이 기적을 보지 않고도 평범한 일상 안에서도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믿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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