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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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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수생에서 선교사로 ‘제2의 삶’

네팔인 수베디씨, 김해외국인선교교회서 목회
외국인 근로자 임금체불·이직 등 고민 상담도

  • 기사입력 : 2008-02-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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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팔 산업연수생 출신으로 김해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수베디(36) 선교사.


    그가 담임하고 있는 김해시 서상동 김해여성회 3층 김해외국인선교교회를 방문했다. 그러나 그는 약속시간을 40여분 넘겨 외국인 근로자 1명과 함께 교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안합니다. 너무 늦었죠.”

    외모가 다르지 않았다면 한국인으로 여겨질 만큼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왔다. 이직 문제를 안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노동부 김해종합고용지원센터를 찾았다가 그만 늦어졌다고 한다.

    네팔 국립 트리부반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엘리트인 그는 지난 1996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여느 산업연수생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최고의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한다.

    2년 간 충남 금산의 한 공장에서 일한 그는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일시 귀국했다가 이듬해 신학공부를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산업연수생으로 일할 때, 한국인 친구와 함께 교회에 나갔어요. 평소에도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당시 목회자들의 열정적인 사회활동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 2002년 신학석사과정까지 수료한 뒤 대전 대한예수교복음교회에서 사역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김해 소망의교회에 이어 2006년에는 부산 장신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외국인 대상 사역활동을 이어갔다.

    그해 9월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지난해 4월 현재의 자리에서 교회 이전예배를 올렸다.

    네팔인 아내(31)와의 사이에 딸(20개월)과 아들(5개월)을 두고 있는 그는 사실상 김해외국인선교교회의 담임목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네팔 국적이어서 공식적으로는 선교사 신분을 갖고 있다.

    외국인이 담임하는 전국 유일의 외국인 대상 교회로 알려져 있는 김해외국인선교교회에는 수베디 목사와 같은 국적의 네팔과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및 필리핀 출신 근로자들이 주로 나오고 있다. 때때로 결혼이주여성들도 교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비슷한 문화권에서 생활한 근로자들이지만, 서로 언어가 달라 별도의 통역이 필요한 만큼 예배시간도 다른 곳과 비교해 서너배 정도 걸린다”는 그는 “스리랑카어를 쓰는 선교사를 한 분 모셔올까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 자원봉사자가 있으면 목회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선교활동 중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체불과 이직, 사내 폭행, 그리고 여타의 개인적 고민을 상담하고 이를 풀어주고 있는 그는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김해에는 1만5000명 가량의 외국인근로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처음 김해에 왔을 때에 비해 지금은 외국인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높아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과 같은 법 체계에서는 불법체류자들이 늘 수밖에 없는 만큼,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의 비율이 김해 시민의 1%에 이르고 있지만, 교육문제 등에서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외국인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영훈기자 float2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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