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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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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청문회를 보는 단상

  • 기사입력 : 2008-02-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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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맑히는 힘은 대중의 눈과 귀와 입이요 이것이 바로 하늘의 의지다”

    대한민국의 희망을 열어갈 새 정부가 출범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지명코자 하는 국무위원의 인선이 순탄치 않다. 현재 3명의 장관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 전에 사의를 표명하였고, 청문회를 받고 있는 다른 장관 후보자들 역시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제는 높아진 도덕적 잣대로 검증된 인물이 공직으로 선출되는 시대이다. 이러한 인사 검증 시스템에 의해 좋은 인물이 선정되게 하고, 또 대중의 검증을 통해 임명된 인물이라면 그를 믿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합력하는 성숙함이 필요한 시대이다.

    1988년 우리나라에 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비리조사특위 활동, 인사 검증 등을 진행하면서 대중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청문회에서 칼날 같은 추궁을 받는 대상자들을 보면 참으로 딱한 생각이 든다. 한때는 세상을 경천동지하며 호령했던 사람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좌불안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 어떤 업장이 있기에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저런 고초를 겪나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마음 속으로 “당신의 부끄러운 증언이 대중의 반면교사가 되어 주니 그 공덕은 당신의 몫이요”라고 위안의 말을 던지기도 했다.

    청문회를 통해 대중의 눈과 귀와 입이 열리면서, 대중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이 되는 세상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님 말씀이 다시 새겨지는 때이다.

    “작은 재주로 작은 권리를 남용하는 자들이여! 대중을 어리석다고 속이고 해하지 말라. 대중의 마음을 모으면 하늘 마음이 되며, 대중의 눈을 모으면 하늘 눈이 되며, 대중의 귀를 모으면 하늘 귀가 되며, 대중의 입을 모으면 하늘 입이 되나니, 대중을 어찌 어리석다고 속이고 해하리요.” -‘원불교 교전 대종경 인과품 23장’

    과거에는 범접하지 못했던 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을 지금은 건드릴 수 있게 되었고, 베일에 쌓여 있던 영역들을 들추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개발과 성장의 거대 논리에 묻히고 묵인되었던 바르지 못한 축재를 지적할 수 있게 되었고, 기업이 권력과 유착하여 비호를 받고 공적 자금을 회계 조작을 통해 유용했던 일들을 추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일들을 가능케 한 것은 대중의 역량이다. 결국 1988년 이후 계속 진보해 왔던 지금 청문회의 이슈나 틀을 만든 것도 민중의 힘과 지혜였던 것이다.

    날만 새면 새로운 블랙 뉴스가 기다리고 있다. “세상이 왜 이리 어수선한지 모르겠다. 갈수록 큰일이다”라고 얘기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제는 과거에 성역화되었거나 일반화되었던 그름을 드러낼 수 있는 밝은 세상이 된 것이다. 이렇게 세상을 맑히는 힘이 바로 대중의 눈과 귀와 입이요, 이것이 바로 하늘의 의지이다.

    한때 ‘어리석은 대중을 이끄는’ 정치 논리가 등장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역사 이래로 치세의 성공은 ‘민중의 뜻을 받드는 정치’에서 비롯됨을 우리는 확인해 왔다. 새 정부 조각의 진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러나 ‘섬기는 정치’를 지향하는 새 대통령의 초심과 본의만 실현된다면, 진통을 넘어서 성공하는 정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이광익 원불교 경남교구사무국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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