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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31) 남강④-위천 따라 백운산~함양읍

괘관산·백운산·장안산 계곡물 ‘위천’ 이뤄…

  • 기사입력 : 2008-03-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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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양읍내를 지나 1001번 지방도로를 따라 흐르는 위천.

    이른 아침 아직 먼동이 트지 않은 새벽길을 나서면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자연은 항상 경이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남강이 경호강으로 이름이 바뀌어 흐르는 강변의 산청휴게소에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모여 이른 아침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강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는 강변에 서니 건너편에는 하얀 속살을 드러낸 바위 능선의 길게 흘러내린 둔철산(해발 811.7m)이 지척에서 손짓을 한다. 함양 읍내를 지나 1001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니 괘관산, 백운산, 장안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남강의 물줄기 위천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양지바른 언덕에는 새싹이 돋아나며 봄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남강의 또 다른 발원지 백운산(해발 1278.6m) 자락으로 가는 깊은 계곡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있고 아직 바람이 차가운 들판에는 논갈이 하는 경운기 소리가 고즈넉한 농촌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상연대

    ◆ 백운산 상연대. 영은사지 석장승

    함양읍내에서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는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봄이면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함박눈처럼 장관을 연출한다. 백운산 산행이 시작되는 신촌마을 입구에는 등산객을 태우고 온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예전에 백운산을 찾았을 때는 상연대까지 2.8km 넘는 길을 땀을 흘리며 걸어서 올라갔는데 지금은 콘크리트로 포장이 돼 있었다. 산을 오르는 맛이 많이 반감됐다.

    상연대는 원래 신라 말 경애왕 1년(924)에 최치원 선생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하여 관음 기도를 하던 중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상연이라는 이름을 주었다고 한다. 창건한 이래 신라 말에는 구산선문의 하나인 실상선문을 이곳에 옮겨와 선문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고 전한다.

    1950년 6·25전쟁 때 불타고 1953년경에 다시 지은 작은 원통보전과 요사채가 있다. 대부분의 사찰들이 절집 마당을 통해 등산객들이 지나가는 것을 반겨하지 않아 등산로를 돌려놓는데, 상연대는 백운산으로 등산을 할 때 원통보전 앞으로 지나가도록 배려했다. 또 남강의 백운산 발원지 원통보전 밑에서 솟아나는 관음약수에서 식수를 준비하라는 안내판까지 부착을 해놓았다. 상연대 금홍 스님(☏:055)962-8585)은 등산객들에게 떡이며 식사까지 챙겨주는 자상한 스님이라고 살림하는 보살이 귀띔을 해준다. 원통보전 기둥에 기대서서 바라보는 지리산의 주능선은 자연이 주는 고귀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상연대를 내려서면 근래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작은 암자인 묵계암이 있는데 인적은 끓어지고 바람에 흔들거리는 풍경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걸음을 재촉해 신촌마을 입구에 내려오면 백운암과 영은사지 석장승이 반겨준다. 백운암 입구에 있는 석장승은 옛날부터 잡귀를 막아주는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 조각의 형식이 뚜렷하고 조형성이 뛰어나며 관모를 쓴 머리 큰 상투를 얹은 것 같은 머리와 왕방울 눈, 큰 주먹코, 꼭 다문 입 등이 뚜렷하다. 소박하고 익살스러움이 잘 표현돼 있다.


    용천송                                                                                                               이은리 석불 

    ◆ 송호서원. 용천송

    백전면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위천을 따라 내려서면 곳곳에 이름 없는 정자들이 서있다. 호남과 영남을 이어주는 88고속도로를 곁에 두고 걸음을 멈추면 병곡면 소재지이다. 몇 걸음 들어서니 붉은 홍살문이 수문장처럼 반겨주는 송호서원이다.

    조선 전기 학자 고은 이지활(1434∼?)을 기리기 위해 순조 30년(1830)에 세운 이 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고종 6년(1869)에 해체되었으나 1947년 다시 복원됐다. 경내에는 경앙사와 대문 격인 승사문, 서원이 있다. 경앙사에는 위패가 있고, 강당인 서원은 학문을 교육하던 장소로 중앙에 마루를 두고 양쪽에는 온돌방을 배치했다. 지금은 교육 기능은 없어지고 제사만 지내고 있다.

    병곡면 도천리에는 수령이 350여년에 이르는 높이 10m, 아래쪽 둘레가 2.8m로 나무가지는 20m를 뻗치고 있는 소나무가 있다. 용이 우물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형상이어서 용천송(龍天松)이라고 한다. 소나무 뿌리 쪽에 우물이 있는데 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우계 하맹보 선생이 이 우물 뒤에 터를 잡고 살았으며 부인이 매일 새벽 이 우물의 정화수를 떠 놓고 남편과 아들을 위해 기도하였는데 효험이 있었는지 남편은 공신이 되었으며, 그의 아들 황도 군자감을 지냈다. 아들 황은 어머니의 정성을 기리기 위해 우물 위에 한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는데 점점 자라면서 용이 승천하는 모습으로 변해 갔다고 한다.


    함화루

    ◆ 함양 상림. 이은리 석불

    상림은 함양을 찾은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찾아가는 명소이다. 남강의 줄기 위천강 가에 있는 숲으로 통일신라 진성여왕(재위 887∼897)때 최치원이 함양읍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했다. 예전에는 대관림이라고 불렀으나 이 숲의 가운데 부분이 홍수로 무너짐에 따라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게 됐다. 현재 하림은 훼손돼 흔적만 남아있고 상림만이 옛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상림 제방을 따라 도로가 개설돼 있었으나 강 건너에 우회도로를 개설했고, 예전의 도로는 산책로를 만들어 상림 고유의 모습으로 바꾸었다.

    함양상림을 구성하고 있는 식물로는 갈참나무·졸참나무 등 참나무류와 개서어나무류가 주를 이루며, 왕머루와 칡 등이 얽히어 마치 계곡의 자연 식생을 연상시킨다. 현재 2만여 그루의 다양한 나무가 자라고 있다. 상림에는 몇 갈래의 산책로와 물레방아, 연자방아, 디딜방아 등을 설치하고 인공 연못도 조성했으며 다양한 연꽃과 수생식물을 심어놓았다. 백련, 홍련, 황련, 분홍련 등이 한여름철부터 10월 중순 무렵까지 번갈아 피고 지며 장관을 이룬다. 9월이면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해 슬픈 전설이 있는 30만개의 꽃무릇(석산화)이 붉게 상림을 수놓는다. 상림 안에는 함화루가 있다. 이 누각은 본디 조선시대 함양읍성의 남문이었으나 1932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왔다.

    상림 중간에 함양읍 이은리 냇가에 방치된 것을 이곳으로 옮겨 놓은 불상이 1구 있다. 불상이 발견된 약 300m 지점에 망가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것으로 미뤄 이 절의 유물로 추정된다. 광배와 대좌를 모두 갖춘 이 불상은 현재 두 손이 떨어져 나갔고, 가슴 아래는 시멘트로 보수했다. 민머리 위에는 상투 모양의 머리묶음이 낮게 나타나 있으며, 원만한 얼굴에서는 다소 토속적인 표정이 엿보인다.

    두 귀는 길고 굵은 목에는 3개의 주름이 뚜렷하며, 두 어깨는 얼굴에 비하여 빈약한 편이다.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옷에는 U자형의 평행한 옷주름이 두텁게 묘사됐다. 광배는 타원형이며 이중의 원형선을 둘러 머리광배를 만들었고, 머리 주위에는 연꽃잎을 돋을새김했으며 몸 광배 안에는 꽃무늬를 새겼다. 불상 앞에는 합장을 하며 무엇인가 간절히 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상림 입구에는 척화비가 있다. 척화비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승리로 이끈 흥선대원군이 서양인들을 배척하고 그들의 침략을 백성들에게 경고하고자 전국의 주요 도로변에 세우도록 한 비 중의 하나이다. 발길을 잠시 멈추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생각해 보는 것도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맛집] ▲ 칠구식당: ☏ 055)963-2349. 함양읍 용평2리 군청 앞. 콩나물국밥 4000원. 된장찌개·순두부 백반·김치찌개 4500원. 멸치, 더덕, 콩비지, 고추와 마늘 등 8가지의 반찬이 나온다. 이른 아침부터 속풀이하는 손님들로 붐빈다. 10년 전 전화번호 끝자리가 79라서 식당 이름을 칠구식당으로 지었다고 한다. ▲ 송정원 식당: ☏ 055)963-5167. 백전면 백운리. 버섯전골·손두부 전골 9000원. 함양에서 재배되는 버섯의 은은한 향과 신선한 야채, 매콤한 양념이 만나 풍부한 맛과 향을 지닌 음식을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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