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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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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꽃잎의 장례 - 서우승 시인의 영전에 바칩니다

  • 기사입력 : 2008-04-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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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우승 선생님.

    오늘도 통영바다 갯내음은 여전합니다.

    문화마당의 풍물소리며 무전동 수족관 펄펄 뛰는 감성돔들도

    당신의 발자국 소리 기다립니다.

    해의 기울기에 따라 변화하는 저 오방색의 바다는

    이곳을 찾아온 지친 나그네에겐 더없는 선물이었지요.

    남망산에서 초정과 청마를 얘기하고

    달아공원에선 치기어린 젊은 날,

    그 주체할 수 없었던 욕망과 고통의 시간을 추억하였습니다.

    술기운 빌려 머리 쓸어 올리며

    낭낭히 시를 낭송하던 음성은 이제 이승에선 자취 없습니다.

    그렇게 노을이 지듯

    버려진 어제 위에 또 다른 오늘이 쌓여가듯

    함께 한 날들도 잊혀지겠지요.

    하지만 서우승 시인이여.

    당신은 결코 뭇별처럼 사라지는 이름은 아닐 것입니다.

    스스로 “지난한 영혼의 노래이기에 회한도 많다”는

    연작시조 <카메라 탐방> 그 수십 편의 시들과 함께

    시인 서우승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늘 이름에 경배하던 운초 박재두,

    그 끼 주체 못해 한밤 내 광대놀음 하던 오광대의 금산 조용배

    이 어른들 그리워 선배, 친구, 후학들 남겨두고 훌훌 떠나신 당신

    4월 대지는 피고 지는 꽃들로 지천입니다.

    먼저 핀 꽃잎은 하르르 바람 속에서 집니다.

    아름답고 슬픈 꽃잎의 장례

    꽃잎은 떨어져 시인의 발자국 치장하나니

    꽃잎이여!

    이른 작별을 용서하시고 마지막 끈을 놓아주소서.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사랑에 빠져 죽으리라”고.

    부디 돌아보지 말고 가세요.

    서우승 선생님, 편히 쉬소서.

    이달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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