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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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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1)고미술품 수집가 서인숙씨

고려청자의 노래, 시와 수필로 그려내죠
30여년 전부터 하나 둘 모으다 보니

  • 기사입력 : 2008-04-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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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인숙씨가 수집한 미술품을 설명하고 있다.

    고려청자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어 본 적 있는가.

    매일 집에서 청동거울과 고려청자, 신라토기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노래를 시와 수필로 그려내는 이가 있다.

    30년 동안 고미술품을 수집해 온 서인숙(77·마산시 동성동)씨.

    그의 집에는 1000여 년의 세월이 뒤섞여 있다.

    청동기 시대부터 신라,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고미술품들이 집안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 토기, 고려청자, 청동거울, 와당, 민화, 바늘꽂이, 떡살 등 눈 돌리는 곳마다 고미술품들이 자리했다.

    안방에는 옷장 대신 조선시대 반닫이가, 화장대에는 고려청자가, 벽에는 그림 대신 민화가 걸려 있다. 눈으로만 어림잡아도 수백점이다. 그런데 이것도 반이나 줄인 것이다.

    “미국에 간 딸이 그곳에서 아시아 박물관을 열려고 준비 중이에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한국에 넘어올 때마다 집에 있는 고미술품을 가져가고 있어요. 실제 볼거리가 되는 건 많이 가져갔죠.”

    반이나 줄어든 규모라니, 이전에는 웬만한 박물관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겠다 싶다.

    그가 고미술품 수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30여년 전부터다.

    “시장에 장보러 가면 꼭 고물상에 들러서 오래된 소품을 하나씩 구매했죠. 처음엔 보기 좋아서 집에 소품으로 쓰려고 샀는데 점점 물건이 쌓이니깐 물건 보는 눈도 생기고 욕심도 나더라고요.”

    그렇게 그는 고려청자를 꽃병으로 사용하는 사치(?)를 시작으로 마니아의 세계에 점점 빠져들었다. 본격적으로 마음에 드는 고미술품을 구입하려니 금액도, 보관할 공간도 만만찮았다. ‘고물만 모으는 것’으로 보이는 남편의 반대도 이겨내야 했다.

    하지만 이미 고미술품의 매력에 푹 빠져 버린 그에겐 포기란 없었다.

    마음에 드는 고미술품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다른 것은 모두 극도로 절제하며 살았다.

    그 열병은 옷을 안 사더라도 마음에 드는 예술품은 구입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설프게 구매한 가짜 고미술품에 고생도 많았다.

    “가짜 상품을 파는 이들이 많아요. 그것도 비싼 값에. 돈이며 마음이며 고생 꽤나 했죠. 그래도 지금은 공부값이라고 생각해요. 덕분에 고미술품에 대해 전문적인 공부도 많이 했거든요. 이젠 국내품은 웬만한 건 식별 가능하죠.”

    남이 쓰던 물건이고, 활용도도 낮다. 그렇다고 판매할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집착’의 이유는 무엇일까.

    “선조들이 남긴 우리 유물은 세계적인 아름다움을 가졌어요. 매일매일 봐도 싫증이 안 나고 너무 좋아요. 이 물건들은 제 친구이자, 제 삶의 힘이자 열정이에요. 이 열정을 여기다 못 쏟았으면 어떻게 살았을지 모르겠어요.”

    장점을 하나 더 꼽자면, 시인이자 수필가인 그의 작품 속에 모티프가 된다는 것.

    30년이 지나도 그의 고미술품을 향한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나 보다. 수집한 미술품을 설명하며, 토기를 쓰다듬고, 떡살의 문양을 어루만지는 그의 눈빛이 그걸 증명하는 듯 반짝반짝 빛이 난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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